영화 CG 제작 ‘포스 크리에이티브 파티’
지난해 개봉한 영화 <대호>는 기대보다 관객 수는 적었지만(약 176만 명) 생생한 호랑이 CG(Computer Graphics)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투 톱’ 중 하나인 호랑이는 100% CG로 탄생했다. 자연스러운 털의 움직임은 물론 표정 연기까지 능숙하게 해내 ‘김대호’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였다. 한국영화 VFX(시각적 특수효과, Visual Effects)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이 호랑이를 만든 주역들이 부산에 있다는 걸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영화 <대호>는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에이지웍스(AZ works)’의 최대주주인 ‘포스 크리에이티브 파티(4th Creative Party, 이하 포스)’가 VFX를 담당했다. 국내 최고의 VFX 업체 중 한 곳인 포스는 에이지웍스 지분의 85%를 인수한 뒤 2014년 5월 본사를 서울 강남에서 부산으로 이전했다.
사실 에이지웍스는 그동안 부침이 많았다. 에이지웍스는 2008년 부산시가 ‘원스톱 영화제작’을 표방하며 국시비 232억 원, 민자 80억 원을 투입해 야심차게 출범했다. 총면적 8,236㎡에 시사실, 녹음실 등 영상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첨단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첫 운영자였던 HFR(할리우드 필름 레코드)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퇴장한 뒤 ‘다휘’, ‘CJ시스템즈’가 지분을 인수했지만 줄줄이 경영에서 손을 뗐다. 특히 애니메이션 제작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영화후반작업’이라는 설립의도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런 에이지웍스가 설립 8년 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포스가 부산에 내려와 ‘더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는 지난해 <대호>를 제외하고도 관객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 <베테랑><검사외전>의 VFX를 담당했다. 영화 <암살>에서 일제강점기 미츠코시 백화점의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내부와 전차가 다니는 서소문 거리를 생생하게 표현해낸 주역도 포스였다. 배우계에 ‘천만 요정’ 오달수가 있다면, 영화 VFX계에는 포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봉준호 감독 <옥자>, 김성수 감독 <아수라>, 한재림 감독 <더킹>, 허진호 감독 <덕혜옹주>, 추창민 감독 <7년의 밤> 등 한국영화 기대작 상당수의 VFX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제작의 중심지인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와서도 수주량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주량이 많아지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다 보니 2014년 이전 당시 67명이었던 직원이 현재 160여 명으로 늘었다. 에이지웍스 직원 18명을 고용승계했고, 추가로 70여 명을 더 채용했다.
이는 포스의 ’20년 내공’이 있기에 가능했다. 1996년 전신 ‘EON’으로 출발한 포스는 그동안 약 150편 영화의 VFX를 진행했다.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주먹이 운다>(2005), <괴물>(2006), <박쥐>(2009), <마더>(2009), <전우치>(2009) 등 누구나 알만한 작품만 해도 일일이 세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특히 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류승완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메인 파트너 스튜디오로 이름이 높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이후 모든 작품의 VFX를 포스에 맡겼다.
포스 한영우 부사장은 “포스는 아티스트, 즉 작업자 출신인 슈퍼바이저들의 역량이 뛰어나다. 효율적인 설계로 세트를 최소한으로 만들어 작업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20년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팀과 교감도 매끄러운 편이다. 한국영화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 제작사와 감독이 ‘검증된’ 업체를 계속 찾는 경향이 있어 포스가 점점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스는 앞으로 하드웨어의 틀에 갇히지 않고 ‘모든 콘텐츠’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스크린 TV 등 기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VR(가상현실), 미디어 파사드, 플라잉 씨어터(Flying Theater) 등 차세대 플랫폼 미디어에 상영할 모든 콘텐츠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포스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CJ E&M과 공동제작한 유아동용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로봇트레인> 시즌 1이 지난해 SBS에서 방영됐다.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풍부한 에이지웍스의 기술과 인력이 포스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포스는 부산의 영화제작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의 디지털 영상 인프라 구축 ▶영화 VFX /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 ▶버추얼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부산영상위원회 보유 장비 할인 및 기술교류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바탕으로 부산영상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년간 8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
‘디지털제작 토털패키지를 위한 전문가역량강화지원 프로그램’의 교육과정 개발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로케이션 도시’에 그쳤던 부산이 점차 영화제작 도시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영화후반작업업체 포스가 부산 이전 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지난 3월 4일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가 210억 원 규모로 출범했다. ‘봄바람’이 좋은 성과로 이어질 날을 기다려 본다. ![]()
박정민 <국제신문> 문화부 기자. 사회, 경제, 편집을 거쳐 영화를 담당한지 5개월째인 햇병아리. 영화, 드라마, 예능 등 각종 영상물을 빠짐없이 챙겨보는 사조직 ‘티비구신’ 멤버이지만,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한숨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