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단상

한중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단상

우리 영화계가 과연 어떤 행보를 택해야 할지에 대해서 보다 비판적인 견지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2011년 그 논의를 시작해 2014년 7월 3일 체결되어 이후 발효된 ‘한중영화공동제작협정’은 2015년 12월 20일 한중 FTA의 발효와 동시에 종료되고, 그 내용은 한중FTA 협 정문 제8장 ‘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부속서로 반영되어 지 금에 이르고 있다.

한중영화공동제작협정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인지는 확 인할 수 없지만, 실제로 2014년을 전후해 한국영화계는 중국을 둘러싸고 일종의 붐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일부 대기업에 의해 장악되다시피 한 영 화투자시스템으로부터 탈피하기를 기대하는 제작자들이 수시로 중국을 오가는 일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기성 감 독들이라면 한 번씩은 중국영화계로부터 연출 제의를 받 아봤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심지어 중국의 ‘꽌시(關係) 문화’를 앞세워 감독 내지 작가들을 상대로 중국 회사가투자할 좋은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면서 투자금의 일정 비 율을 커미션으로 요구하는 창조적인 브로커의 등장까지 목격될 정도였다.

한중 공동제작 영화가 누리는 최우선적인 특혜는 각 당 사국이 자국영화에 부여하는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는 점이다. 한중 공동제작 영화는 중국시장에서 중국영 화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국영화 수입제한제도(수입 쿼터 제)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에 중국시장 진 출 자체도 용이해질뿐더러 수익분배에서도 월등히 유리 해지는 것이다.

그동안의 한중영화 공동제작의 형태를 살펴보면 일견 창 의적 기여도(연기적, 기술적 및 기능적 기여 비율)는 한 국 쪽에서 책임지고, 재정적 기여 비율은 중국 쪽이 담당하는 형태가 일반적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중국은 자본을, 한국은 창의성과 기술을 제공하여 중국영화시장을 공략 하기 위한 상업용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한 중 공동제작 형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자본을 들여오는 대가로 한국영화계는 감독, 스태프, 배우, 기술 력 등의 인적 자원과 창의적 기반을 중국으로 반출해가 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계는 비단 공동제작의 형태뿐만 아니라 주식 인수,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 자본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고 있다.

11폐쇄성으로 유명한 중국이 이처럼 영화 공동제작을 위해 기꺼이 한국영화계에 자본을 제공하고 자국영화시장까 지 내주는 데에는 그 표면에 내세운 한국과의 문화콘텐 츠산업 교류 확대라는 목적 이상으로 얻고자 하는 바가 분명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자본의 수혜 속에 들떠 있는 우리 영화계가 그러한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 해 냉정히 분석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대기업의 자본과 영향력에 좌우되다시피 하며 그에 따 른 애로를 견뎌온 한국영화계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이와 같이 한국영화인들이 선뜻 중국 자본을 반기며 중 국의 부름에 화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할 것이다. 그 러나 한국영화산업의 흐름을 진지하게 지켜봐온 관찰자 입장에서 볼 때, 이처럼 외부 자본의 진출을 열렬히 환영 하는 한국영화계의 모습이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 은 한국영화사의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1990년대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진출하게 되면서 한국영 화계는 이른바 충무로 토착 자본을 뛰어넘는 외부 자금의 확충 덕에 그야말로 자본의 풍요를 맛보며 환호했다. 그러나 한국영화계는 대기업으로부터 유입된 외부 자본 을 한국영화 제작기반의 독립된 자양으로 선순환 시키는 데 무관심하였거나, 적어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불운한 과정 속에서 한국영화계의 대기업 자본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었고, 20여년이 흐른 현재 한국영화는 ‘산업’ 과 ‘작품’ 양면에 있어서 대기업의 지배력 하에 놓인 채 그 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중으로 보인다. 이같이 가까 운 한국영화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최근 중국 자본의 유 입을 마냥 호재로만 받아들이며 긍정 속에서 흥분하는 견 해에 대해 좀처럼 동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실상 어렵지 않고 명징하 다. 영화사 역시 역사의 한 지류임에 틀림없고 그것이 주 는 교훈은 다르지 않다. 결코 길지 않은 영화역사 가운 데 우리 영화는 특히나 늘 격변기 속에 있어왔고, 현재 도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 받고 있다. 거대한 중국 대륙 의 자본이 그야말로 우리 영화산업을 들었다 놨다하기 를 거듭하고 있는 지금, 우리 영화계가 과연 어떤 행보 를 택해야 할지에 대해서 보다 비판적인 견지에서 치열 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영화사라는 고마운 나침반을 손 에 쥐고서 말이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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