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밖에 있고, 희망은 내 안에서 살아간다…

부산의 New Face, 수영만

13-2진정한 뜻에서의 자유는 절대고독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모순 위에서 짜여져 있고 인간 역시 모순된 존재이다. 이를테면 집단 속으로 들어가려는,소외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는가 하면 집단에서 빠져 나오려는 절실한 본능이 있다. 과연 우리에게 자유는 있는 가. 진정 자유를 원하는 것 인가. 사실 생명은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자유를 원치 않는 면도 있다. 실제로 숙주(宿主)를 구하여 생존하는 생물은 얼마든지 있고,이와 같은 모습과 한계점이 또한 구속인 것이다.
– 박경리〈가설을 위한 망상〉‘불모의 시기’중에서

지난 2007년 5월 26일 그날 은, 위도 43°33 N, 경도 701 에 위치한 프랑스 남동쪽 니스의 남쪽 26km지점, 종려나무 숲이 우거진 해안도시 칸느 (Crimes)에서 쏘아 올린 수많은 별들이 태양의 저쪽, 은하계를 향해 흩뿌려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지구의 중심은 레드카펫에서 발화되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저마다 역사의 다른 향기를 간직한 59년의 그 5월들을 기억해 내느라 분주함으로 넘쳐흘렀다.

60세 노장이 보여준 미약했던 과거와 꿈을 향해 달려온 용기 있는 도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을 향한 고찰과 애정 어린 날개 짓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욕망하게 했다. 지구의 중심은, 잠시 그렇게 수평이동 되었다가 다시 머물 수밖에 없는 ‘지금’ 으로 귀환하고…

초여름의 더위가 조급히 밀려듬을 느낀다.
우아하고도 고혹적인 5월의 흔적은 온전히 ‘그녀’가 전부였음을 말하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그녀가 세계의 수많은 씨네필들을 향해 아시아의 ‘소리없는 울림’을 전한 것에 대해, 결코 따사롭지 만은 않은 태양의 비밀스런 삶의 돌아보게 하고, 멈추게 하고, 또 나아가게 한 어떤 위력에 대해 소리와 빛의 그것같이 오랫동안 떨려져 옴을 느낀다. 그 간, 그녀의 역력한 몸부림과 발버둥…햇살의 뒤안길에 드리운 그림자들을 여기저기에서 발견 할 때마다, 그녀는 그렇게 배우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일깨워 주었다.

촬영으로 분주한 이 곳 부산은, 영화〈밀양〉의 ‘그녀’와 정확히 닮은 구석이 있다.
팔색조 같은 다양한 프리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와, 같은 얼굴이나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선 우리를 낯설게 하는 것들이 …

13-3한 때, 길게 뻗은 해안로를 따라 조성된 낯선 이 곳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꽤 쓸쓸한 곳으로 기 억한다. 광안대교 불빛의 저 쪽, 주위는 온통 동정어린 시선만이 머물고, 위로의 공간으로 암흑기의 동지 들을 만나기엔 더 없이 편안했던 해안 뚝길이었건만,..
흐드러지게 핀 꽃과 햇살을 밀어내는 초록의 테라스는 파란 하늘과 고요가 머무는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어우러져, 지상의 행복이 만개하는 순간처럼 눈부시게 변해 있었다.
예상했던 발전이었지만, 어쩐지 쉬이 적응하기 힘든 전경이 펼쳐지는 순간, 편견과 상대적 박탈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사라진 건 사실이었다.
테라스 밑의 과분한 햇살을 즐기는 데엔 그 만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명소다운 명소로 발전하는데 있어 대가는 당연했지만, 그 때도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의 그 까페들처럼, 햇살의 호사를 누리려면 목돈(?)이 좀 필요 했다.
그러나 기꺼이 마련한 것을 즐겁게 쓸 준비가 됐다면, 이 곳은 더 없이 사랑으로 충만한 거리가 아닐까 싶다. 일순간, 저 마다의 무게를 더 넓은 바다에 던져버리고, 안정된 수평선을 바라보며, 정념의 태양 빛을 받노라면, 예상치 않았던 자신감도 되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쓸쓸함은 현실의 일깨움이며, 그 때의 바다는 유혹의 일렁임이었다.

병풍처럼 드리운 고층 아파트의 불빛은 건너편 광안대교를 마주하며 밤을 즐기고 있다. 이 곳이 머지않아, 명소가 될 거란 확신이 들자. 촬영지로서의 가능성에 집착하게 되었다.
더 없이 신선하고도 유혹적인 풍경이 마치 파리의 한 공간을 복제한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이 곳,해운대는 매 해 보아야 하고,늘 감탄하며,언제나 동경하게 되나보다 싶다. 지난여름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들에 또 다른 지도를 그려 넣었다.
길이 열리고,바다가 다가오며,햇살이 찾아 든 이 곳을 크고,또렷이 이어 주어야 했다.
‘그녀’ 가 세월의 흐름만큼 성장해가 듯,그리하여,결코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결과처럼,이 곳 부산의 풍광도 그렇고 말없이 세월을 다듬어 가고 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한,다양한 방법 중 수반되는 것이 있다면,이목(耳g)의 즐거움이 반드시 요구되어야 한다는 것,배부름의 충족이 전부가 아님을,그리하여,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갈망,긴장된 세포와 정신이 혼연일체 되어 나른함이 더해 질 때,또한 예민한 혀끝의 욕망을 기꺼이 충족시켜줄 준비된 맛,어디든 머물러도 호감 가는 시선에 내 마음을 빼앗길 때야,비로소 사람들은 소 중한 지갑을 주저 없이 열어 보인다. 발코니가 아름다운 그 곳에는 분명,뭔가 다른 구석이 보였다. 광장 한 가운데 넘쳐흐르는 물줄기를 돌아 입구를 향해 들어서면,테마가 분명한 세계의 공간이 좌우로 펼쳐진다. 붉게 물든 패브릭 소파의 화려함이 극치를 더해 흥분을 고조시키며,한쪽 바에는 저온 숙성된 와인 병들이 줄지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또한,골프마니아를 위한 실내골프 시뮬레이션 영상은,칵테일 바의 은밀한 조명과 브라운 색깔의 가죽 소파를 가로지르고 있다. 강렬한 실내인테리 어는 잔뜩 기대케 하는 식사의 즐거움을 더하고,샐러드 바와 메인 메뉴의 성찬은 감미로운 저녁과 함께 약간의 사치에서 오는 오만함까지 더해 주는 듯 하다.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는 매우 편안한 시간이 될 것이며,고급스러움과 낭만이 디저트처럼 따라 붙는다. 중요한 가치의 중심에 선 듯 자신감이 묻어나는 그런 공간. 그런 맛이 아닌가 싶다. 논리가 무장 해제된 그 곳이 새삼 그리운 것은, 촬영지로서도 손색이 없어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해안가를 스치는 바닷바람에서 여유가 배어있다.

적절한 바람기가 내 몸을 휘감아 주는 들뜬 저녁… 여백과,질서와 정연함이 조화롭고 합리적인 배치로 구성된 이 곳이,어떤 영화로 재발견될까.. 암튼 더 없이 흥미롭다.
이곳은 어디쯤.. 동백섬 맞은편 수영만 고층아파트 사이사이 … (사진 전면 : 반고호즈 테라스,후면 : 올리브힐)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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