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태국의 영화등급제가 드디어 시행되었다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태국의 영화등급제가 드디어 시행되었다. 그간 계속된 지연으로 인해 영화제작자들과 팬들로부터 질책도 받아왔지만 2009년 하반기, 태국 왕권이 탄생한 이래 최초로 시행되는 영화등급제는 연령에 따라 G(전체관람가)와 P(특정한 목적을 가진 홍보작품), +13, +15, +18, +20 등 여섯 개의 등급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등급제의 도입 이전부터 기존의 사전 검열제와 뚜렷한 차이점이 없고, 그 등급을 나누는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점에서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 로부터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관객들에게 다양한 장르와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그간 영화의 흐름을 깨뜨려왔던 장면의 삭제와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등급제의 시행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듯하다. 실제로 등급제가 실시된 이후, 그 동안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국교인 불교에 관한 부정적인 묘사 및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 등의 장면 때문에 허가를 받지 못했던 영화들이 하나 둘씩 개봉허가를 받으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액션 영화 <나가의 그림자> (In The Shadow of The Naga)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나가의 그림자>는 은행강도들이 오래전 그들의 전리품들을 감춰놓았던 불교 수도원에 숨어들며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사실 2년 전에 제작이 완료되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수도승에 대한 폭력 적인 내용이 전개된다는 이유로 상영금지 처분을 받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왔다. 세상에 공개되지 못할 뻔 했던 <나가의 그림자>는 최근 20세 이상 관람가의 등급을 받으며 극장상영이 허가되어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영화들의 태국 영화관 입성 또한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검열시 무자비하게 삭제되거나 상영금지가 되었던 영화들도 삭제나 상영금지 대신 관람 등급을 상향조정하거나 등급 재결정 및 행정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훨씬 다양한 종류의 외국 영화가 태국 영화팬들의 입맛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등급제 실시 후, 홍지영 감독의 영화 <키친>이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으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태국은 자국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 이외에도 외국 작품의 로케이션 촬영이나 합작 등을 통해 자국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고 홍보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영화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활발히 노력 중이다. 스위스 출신으로 세계 2차 대전 당시 그리스를 점령한 나치의 잔혹행위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아지리스를 위한 노래>(A Song for Argyris)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스테판 하웁트(Stefan Haupt) 감독은 태국 치앙마이에 근접한 카렌 난민촌 일대에 세트를 만들고 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How about Love>의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태국 현지 제작사는 태국인과 외국인 스태프가 절반씩 이루어져 있어 외국 제작사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리빙 필름스(Living Films)로 알려졌다. <How about Love>는 비교적 적은 액수인 60만 달러 정도의 저예산 예술영화로 디지털 HD로 촬영되었다. 이 영화는 명망 있는 심장전문외과의 프리츠 레인하트가 그의 아내와 난민촌에서 의술을 펼치는 그의 오랜 친구를 만나기 위해 휴가 차 태국을 방문하면서 겪는 이야기로, 중대한 결정을 앞둔 인간의 내면심리 묘사를 잘 다룬 영화이며 오는 10월 개봉예정이다.
현재 리빙 필름스는 <How about Love> 이외에도 <시암으로 가는 하늘열차 >(Skytrain to Siam)의 후반작업을 맡아 진행 중에 있다. <시암으로 가는 하늘열차>는 태국과 독일의 오랜 우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로, 1858년 영국, 프랑스의 동남아시아 식민지로 부터 독립하기 위한 태국의 국왕 라마 5세(HRH King Rama V)가 독일과의 무역 협정서에 사인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독일이 태국의 철도, 국가 통신, 도서관 및 건강관리 시스템 건설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태국을 지원한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하철, 도서관 등 공공기관 및 태국 지역 일대를 돌며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든 카메라만 세워놓으면 작품이 되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갖춘 태국은 많은 수의 자국민들이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장벽 또한 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높지 않아 외국 제작팀이 선호하는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2008년 영화관련법 개정 이후 태국 국무총리의 적극적인 의지 하에 이루어질 새로운 시도들은 앞으로 태국을 비롯한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영화산업에 자극제가 될것이며, 아시아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외국영화 관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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