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온전한 배우 지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맑고 강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은 서늘하고, 서울은 무더웠던 2014년 6월 초, 개봉을 약 한 달여 앞둔 영화 <좋은 친구들>의 배우 지성을 만나기 위해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로 향했다.
어느덧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온전한 배우 지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맑고 강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PS 파트너> 이후 2년만의 영화 출연이다. <좋은 친구들> 어떤 영화인가? 현태 역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현태 역에 욕심이 생겼다. 현태는 주인공 치고는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바르고, 올곧고, 단단하고, 평범한 캐릭터이다. 행복한 가정을 이끌던 평범한 남자가 한 사건을 계 기로 모든 걸 잃고 난 뒤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사실 평범한 삶 속 어두운 기억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현태는 트라우마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올바른 친구이다. 처음엔 현태라는 캐릭터의 구체적인 색깔을 고민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 고민을 넘어설 수 있었다.
‘범죄’장르는 처음인 것 같다. 배우로서 어떤 도전이 있었나?
‘ 범죄’‘, 누아르’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장르였는데 그래도 잔인한 장면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추격장면 등 빠르게 진행되는 촬영이 많았는데, 사실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어 하는 장르 일 것이다. 겉멋을 내지 않고 힘을 다 빼서 최대한 평범한 인물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또, 남자들 간의 이야기인만큼 전체적인 호흡 또한 잘 맞춰나가려고 노력했다.
<좋은 친구들> 이도윤 감독, <나의 PS 파트너>도 그렇고, 주로 신인 감독과 작품을 많이 했다. 이도윤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작품 경력이 많은 TV감독들과 또 다른 느낌이었을것 같은데?
영화는 감독님이 세상과 소통하고 나타내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 배우가 빨리 이해하고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님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 촬영 전부터 이도윤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무한한 신뢰감을 얻었고, 오랜 기간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준비를 하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준비를 많이 하신 만큼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TV드라마는 현실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촬영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시간과의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주인공의 경우는 5~6일을 잠 못 자고 촬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 좀 더 해보고 싶고, 좀 더 담고 싶어 하는 부분에 애착이 생기고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반면, 영화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연구하고 소통하면서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을 잘 해보려는 분위기라 더 매력적이고 기대감도 많이 실린다. <좋은 친구들>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영화촬영의 ‘호흡’에 대한 것이었다. TV는 배우가 스스로의 흐름을 타고 순발력 있게 해나가는 부분이 있지만, 영화는 배우가 자신의 흐름만을 고집하여 치고 나가기보다 전체 호흡과 흐름을 잘 맞춰 나가야 하기에 더욱 노력하게 되었다. 어떤 매체든 좋은 작품, 좋은 감독님,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는 건 나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걸 잘 안다.
지성씨처럼 TV와 영화를 오가며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 주는 배우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은 ‘영화배우’라는 호칭보다 ‘TV 탤런트’로서 대중들에게 더 각인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떤가?
배우로 활동하면서 TV와 영화 장르를 나누는 것이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특정한 분야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의 배우 활동에 대해 후회는 없고 앞 으로의 활동에 있어서도 후회 없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TV든 영화든 기회가 닿는 대로 대중에게 다가 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성실히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해왔지만 때로는 일정이 맞지 않아 영화를 못하기도 했다. 다 뜻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한 작품 한 작품이 다 교육이고 훈련이므로 매 순간 매 작품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요즘 들어 ‘나’만의 연기를 위해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하는 척, 잘하는 척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부족함’도 ‘잘할 수 있는 것들’도 주변에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이번 촬영도 스스로를 알아가고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이전 인터뷰를 찾아보니, 두 명의 기자가 배우 지성이 참 “반듯하다”고 하더라. 실제로 만나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엄친아’로 자랐을 것 같은데?
부족한 게 많아 스스로를 자극하는 편이다. 말 뿐인 배우가 되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해서 재미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웃음) 스스로를 깨려고, 삶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잘 자랄 수 있도록,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하며 산다.
배우 ‘지성’은 태어날 때부터 배우였던 거 같다.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혹시 배우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사실 어렸을 때는 야구선수가 너무 되고 싶었다. 배우가 안됐다면 지금쯤 야구선수를 했을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하고, 특히 야구를 너무 사랑한다. 지금까지 짧지 않은 인생에서 하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가지고 지금까지 이어와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꿈을 그대로 끈기 있게 지켜온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일을 생각하면 외롭지 않다.
같이 작업한 배우들(주지훈, 이광수) 과의 호흡은 어땠나?
배우들끼리는 사람 냄새가 날 정도로 좋았고 훌륭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들이라 처음엔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실제로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주지훈, 이광수씨와 함께 꾸밈없는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고 이런 부분들이 영화에 잘 담겼을 거라 믿는다. 영화 속 세 명이 함께한 씬이 적어 아쉬울 정도로 각별했다. 주지훈씨는 처음에 날카롭고 차가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는 순하고 착하고 형들에게 잘하는 동생이었다. 이광수씨 는 ‘런닝맨’ 이미지가 강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아주 잘 해주었다. 기대가 된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내가 아직도 좀 어려운지 사적으로 전화를 잘 하지 않는다.(웃음) 불편한가? 하하하
롤모델로 삼는, 닮고 싶은 선배 배우가 있을것 같다?
사실 롤모델의 대상이 되는 선배님들도 ‘사람’으로 보고 싶다. 그들도 사람이므로 내 나이에 어떤 경험을 하셨을지 생각하면서 편하게 인간적으로 형님, 선배님, 선생님으로 다가가고 싶다. 예전에 첫 주인공을 맡았던 작품에서 어머니 역할이 고두심 선생님이셨는데, 항상 옆에 붙어 있었다. ‘아 이런 게 선배님이시구나.’라고 느끼면서 그대로 배우려고 노력했다. 성실하게 배우고, 익혀가면서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여쭤보고 많이 따르게 되었다.
어떤 배우로 대중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지금처럼 작품을 하나씩 성실히 해나가고 싶다. 엄청난 카리스마 를 가지지 못했거나, 2% 부족한 모범생 이미지 같은 부족한 부분은 때론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 물론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고 인정받고도 싶지만, 좋은 친구,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 얼마 전에 모자를 눌러쓰고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옆에서 어떤 분들이“ 아~ ○○○ 나온다~”라고 기대하면서 영화표를 사더라. 부러웠다. 관객분들이 ‘지성’이 출연한 영화를 기대하며 시간을 비워서 보러오는, 앞으로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촬영이 없을 때 뭐하고 지내는가?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영화를 즐기며 편하게 본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 영화를 안 보면 운동을 좋아해서 주로 운동하며 시간을 보낸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언제 어디로 촬영하러 가게 되던, 준비된 모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아주 유명한 여배우와 결혼했다.(웃음) 지성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힘의 원천이다. 아내와 연애할 때 좀 다투는 날이면 그날 연기도 잘 안되고, 찜찜한 마음이 계속 남아 있어서 칭찬을 받을 때도 사실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에게 아내는 큰 에너지이다. 그래서 결혼하면서 마음이 더 안정되었고 일에 집중할 수 있고 평온하다.

영화 <좋은 친구들>의 한 장면
<좋은 친구들>은 부산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다. 올 1월부터 4월 초까지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렇게 장기간 촬영해 본 경험이 있나? 3개월 이상 머문 부산은 어떻던가?자주 간 맛집은 있나?
너무 추웠다. 우리 영화의 분위기와, 또 배역에 집중한 탓인지 좀 차갑고 무겁게 느껴졌다. 촬영 말미가 되니까 봄이 오고, 사람들이 막 해운대로 몰려오는 거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따뜻한 해운대를 이제 보기 시작했는데 곧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부산의 차가운 느낌이 잘 담겼을 것 같다. 사실 일에 집중하다보니 맛집을 찾아다니진 못했다. 촬영하면서 먹은 가정식 백반이, 계란 프라이를 하나 더 얹어주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소소한 기쁨이 있었다. 따뜻하고 집밥을 먹는 것 같아 좋았다.
요즘 대중문화든 영화든 트렌드가 변화무쌍하다. 느끼기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것 같은가?
안타까움이 많다. 영화, 드라마를 찍으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단순히 재미만을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니고 싶진 않다. 매체가 주는 영향력, 파급력이 엄청나지 않은가. 아이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매 순간 작품에 임한다. 또한 힘든 가운데 영화, 드라마를 통해 희망과 즐거움을 찾고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도 있으니, 상처를 주거나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정말 아닌 것들은 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관이 분명 중요해진 시대지만 자기 위주로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싶다. 그래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유행에 휩쓸리는 배우가 되고 싶진 않다.

영화 <좋은 친구들>의 한 장면
마지막으로 <좋은 친구들>을 기다리는 관객, <영화부산>의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어두운 장르를 안 좋아하실까봐 걱정이 좀 된다. 단순히 어두운 영화라기보다는, 그저 남자 영화라기보다는, 가족이 있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평범함 속에 원치 않는 아픔을 겪게 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타까움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스토리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모방하고 멋들어진 것만을 위해 찍진 않았다. 관람 후 “와, 지성 연기 좋은데?!” 이런 반응이었으면 좋겠다. “재미없다”는 실망감이 없으시도록 열심히 잘 찍은 영화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좋은 친구들>의 ‘현태’가 돌아온 듯 몰입해서 설명했고, 본인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진지하고 침착하게 이야기했다. TV든 영화든 배우의 길을 걸어왔고 바르게 노력해온 배우 지성, 결혼 후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또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꾸미거나 포장되지 않은 따뜻하고 좋은 배우, 좋은 선배,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좋은 친구들>에 대해 기대하게 되었다. ‘지성’이라는 브랜드로 기존의 이미지에서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부산은 어떻게 그려졌을지, 부산영상위원회가 진행하는 ‘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에서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김대우 감독이 ‘역작’으로 칭찬했던 시나리오는 이도윤 감독과 배우들, 스태프들이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졌다. 좋은 친구, 좋은 배우를 만나고 온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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