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든든한 조연배우로 주목 받는 ‘뉴페이스’ 김성균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5개 영화상에서 신인상을 휩쓸었지만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너무 때려서 맘이 안 좋았는데〈이웃시람〉에서는 맞는 역할이라 발 뻗고잘 수 있었다는 착한배우.
10여년이 넘는 연극 무대에서 부담을 참아내고,이겨내고,버텨내면서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연기력을 체득한 배우.
나이 먹고 해를 거듭하면서 늙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우리아버지,
옆집 아저씨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배우 김성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범죄와의 전쟁)〈이웃사람> 등 주목 받고 있는 작품이 모두 부산에서 촬영되었다 부산에서 얼마나 있었나?
〈범죄와의 전쟁〉은 2개월, 〈이웃사람〉은 한 달 넘게 부산에서 촬영했다. 부산은 대게 고향 같은 곳이다. 군 생활도 부산 국군통합병원에서 했었다 연극할 때도 공연이 많았던 여름,한 3개월 동안은 항상 부산에서 지냈다 일하면서 쉴 수 있는,촬영 후에는 산책도 하며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좋은 공간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이기대가 좋더라.
Q 보통 촬영하러 오는 영화인들은 해운대 쪽만 잘 안다
예전에 공연도 많이 했으니까 이기대는 낚시도 할 수 있다. 부산에 올 때면 항상 낚싯대를 챙겨 왔었다. 저녁 공연 전, 오전에는 낚시해서 회도 떠먹고,매운탕도 만들어 먹었다. 부산은 그런 곳 인 것 같다. 충전하면서 일하는.
영화하면서부터는 신인이라 부산 왔다고 낚시 하러 다니기가 그렇더라. 주로 숙소에서 대본보고 산책도 했다.
Q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정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조폭’ 그 자체였다. ‘저 사람 원래 조폭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 〈이웃사람〉에서는 새로운 전형의 살인마로, 너무 강한 역할만을 했다.
그 만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강한 모습을 보여드렸으니까 조금만 모습을 바꿔 보여드려도,사람들은 분명히 재밌게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바꿔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재밌고 설레는 그런 느낌이다. 사람들이 두 작품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그런 반응도 재밌는 것 같다.
Q〈이웃사람〉에서 표정 연기는 어떻게 연구했나? 살인범 연기 애로 사항이나 후유증 같은 건 없었는지?
후유증은 있었다. 집에서 칼로 닭 손질하는데 굉장히 힘들고 못 하겠더라. 순간순간 튀어나오는,그런 나쁜 짓하는 꿈도 꾸고… 차차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범죄와의 전쟁〉때는 클로즈업이 많이 없었는데〈이웃시람〉에서는 굉장히 많아서 어떤표정을 지어야 되나 고민하다가,기본적으로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피곤함에 포커스를 맞췄다. 부지런하게 집을 치우고 하려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다음날 촬영할 때 술 진탕 마시고 밤 좀 새고 와라” 하시더라. 영화중에 살인범답지 않게 웃는 장면이 있다. 처음에 그냥 장난 삼아 해봤는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해보라고 하시는 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무슨 살인범이 이렇게 웃냐고 하니까, 영화에 안 쓸 거니까 한번만 해 달라고 하셔서 했는데 그게 영화에 나왔다. 어색하게 웃는 그런 장면, 속아서 찍은 장면이다(웃음)
Q〈이웃사람〉에서의 살인마는 부녀회장에게 시달리거나 이웃사람들과 미묘한 심리전도 치러야 했다. 악마 같은 인간이지만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서 코믹스런 이미지가 보이더라,코믹 연기를 해 볼 생각은?
코미디 너무 좋아한다. 근데 제일 어려운 연기가 코미디인 것 같다. 코미디에서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이 절대 웃지 않는다. 연극할 때도 코미디 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영화로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박수건달〉에서 코미디 연기를 했다.
Q 어떤 역할인가?
박신양 선배님 부하,똘마니로 나온다. 소소한 재미를 담당하고 있다. (웃음)
Q〈범죄와의 전쟁)에서 배우 최민식,하정우 <이웃 사람〉에서 임하룡, 천호진, 김윤진 등 대단한 선배 들과 연기했다. 대 배우,대 선배들과 연기하는거 어떻던가? 주눅 드는 것 같지는 않던데?
워낙 대 선배님들,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분들이라서 사실 매 순간 긴장되고 부담됐었다. 내 연기가 이분들이 하는 연기와 섞일 수 있을까,내가 표현하는 연기가 선배님들과 잘 맞물려서 조화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컸다 결국 선배님들도 연기를 할 때는 추구하는 것이 똑같다는 걸 알게 됐다. 서로간의 호흡,리액션 등에서는 소름 돋는 경험도 많이 했다. 대게 짜릿짜릿 했다.
Q 하정우와는 어떻게〈577 프로젝트〉까지 같이 하게 된 건가?
그때〈범죄와의 전쟁〉촬영으로 부산에 있었다. 내가 정우형 사투리 담당이어서 촬영 외에도, 술자리 같은 데서도 항상 옆에서 사투리로 이야기하며 지냈다. 영화 밖에서도 ‘나는 정우형 오른팔이 다’라는 세뇌가 되어 있어서 정우형이 어딜 가면 따라가야 될 것 같고 모셔야 될 것 같고,그땐 그렇게 몰입해 있었다.
숙소에서 TV를 보는데,정우형이 상을 받으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고 말하더라. 촬영장 가서 “어떻게 할 거냐고? 온국민이 다 들었는데” 하니까,정우형이 남자답게 “가야지 ! 너도 가야지?” 라는 바람에 “네,저도 가겠습니다” 이렇게 됐다.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언제 내가 걸어서 해남까지가 보겠나. 동행과 함께 소중한 추억이 카메라에 담겨지고 기록에 남는 그런 일을 또 할 수는 없을 꺼다. 감사했다.
Q 마동석과는<범죄와의 전쟁>,<이웃사람>을 같이 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때리고,<이웃사람>에서는 너무 많이 아프게 맞더라. 때리는 연기와 맞는 연기 중에 어떤게 나은가?
맞는 게 나은 것 같다. 〈이웃사람〉에서 맞을 때는 액션스쿨에 있는 분들보다 더 잘 맞는다고 칭찬 받았다. 때리는 건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때릴 때는 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카메라 앵글에서 티 안 나게, 보기 좋게 효과적으로 때려줘야 하는데,그 기술이 없다. 근데 맞는거는 때리는 거에 몸을 맞기면 된다. 리 액션만 하면 되니 마음도 편하고..
동석 형과는<범죄와의 전쟁>에서 너무 때려서 맘이 안 좋았는데 〈이웃사람〉에서 맞고는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서로 안 때려도 되는 같은 편먹기로 했다. (웃음)
Q <범죄와의 전쟁>에서 80년대 촌스러운 단발머리는 압권이었다.
처음 숱이 많았을 때는 착해 보였다. 숱을 쳐 나가다 보니 젊었을 때 아버지 모습과 똑같아 지더라.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장발세대시니,그 당시 사진 속 아버지 모습으로 내가 서 있더라 양복스타일도 똑같고. 엄마는 그거 보시더니 징그럽다고 빨리 치우라고 하시더라.
촬영장에서 처음 단발머리를 하고 나니 스태프들이 다 웃었다. 역할은 웃기는 역할이 아닌데 머리스타일이 너무 웃기니까. 찍어서 지인들한테 보내주니까 “너 이 영화에서 코미디를 담당하고 있구나! 웃기는 역할이구나” 다를 그러더라.
Q 정말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나타났다. 이런 반응이다. 한국영화의 든든한 조연급으로 나타난 ‘뉴페이스’라는 반응이 많은데 앞으로 다작을 하고 싶은가,아니면 이미지를 만들어가면서 작품을 선택해 나가고 싶은가?
다작.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연기가 잘 편집돼서 좋게들 봐주시는 것 같은데 아직은 부족하다. 앞으로 많이 해서, 경험도 많이 쌓고 혼도 나고 그러면서 커나가는 것 같다. 내 자신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보다 각 작품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Q 주목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연극을 꽤 오래 한 연기 잘하는 배우 타이틀인 것 같다 20대의 잘 생긴 배우들 보다는 ‘내공이 있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 내공은 연극을 하면서 쌓아진 건가?
연극을 하면서 연기적인 테크닉이 쌓였다기보다는 참고, 인내하는 훈련이 많이 된 것 같다. 연기라는게 사실 거짓말 하는건데,관객들이 지켜보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참아내고,이겨 내고, 버텨내면서 휘둘리지 않는 그런 단단함이 연극을 하면서 생긴 것 같다. 내가 아무리 힘이 들어도 무대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그런.
Q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했을 때<범죄와의 전쟁> 캐스팅되면서 열정을 회복했다고? 연극에서 영화로 가면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열정인가, 아니면 영화를 하면서 주목받기 때문인가?
주목은 아직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어떤 일이든 뭐든 재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연극 10년차였었는데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그냥 내 고집에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이 끈을 놓지 못하고 이렇게 흘러가는구나,이러다가 40이 되고 50이 되고 하는구나..하는 불안감이 있었다.그리고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어야 행복한데 대가도 없는거다. 열심히 하는데,아침에는 무대, 세트도 만들고 조명도 갈고,공연도 하고 하는데 누구를 위해서 내가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른 일에 이 에너지를 쏟는다면 부모님한테 용돈이라도 드릴 수 있고,와이프 먹고 싶은 것도 사주고,최소한 이런 반 지하는 아닐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긴한데,영화〈범죄와의 전쟁〉하니까 재밌었다. 아침에 내가 한 연기가 어딘가에 기록, 보관되어 있는거다. 영화 하니까 모텔방도 잡아주고,맛있는 것도 사주고,최민식, 하정우라는 배우와도 호흡 맞춰보고,무대에만 있는게 아니라 산에서도 찍었다가 바닷가에서도 찍었다가 하는 게 너무 신났다. 내일은 어디서 어떻게 찍을까 하는 지금은 앞으로 10년 동안 연기 더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다
Q 애초에 <범죄와의 전쟁>은 어떻게 캐스팅 되었나?
오디션 봤다. 다른 배우들처럼 많은 오디션에 다닌 건 아니었다. 내 자신에 대한 열등감,피부도 이렇고,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그렇다고 연기를 기가막히게 잘해서 빛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나좋다고 연극하는 사람인데, 나 같은 놈이 되겠어,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안 찾아 다녔던 거 같다. 근데 서울 상경했을 때 찍은 26살 때의 프로필 사진이 돌고 있었나 보더라. 캐스팅 디렉터 하시는 분이 오디션 한번 보라고 연락이 와서 가니까,”엇 사진이랑 다르네”라고 했다. 사진은 26살이고 그때는 32살이 었으니.
Q 오디션 영상에 단번에 캐스팅됐다고?
그게 잃을 것 없는자의 막 나가는 모습이 먹혔던 것 같다. 전날술을 많이 마셨었다 아침 10시에 오디션인데 9시에 깼다. 너무 귀찮아 지더라. 오디션 걸려도 대사 한 줄 있거나 뒤에 병풍처럼 서 있을 텐데.. 가지말까, 이러다가 아들 생각이 나서 최소한 약속을 지키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거금 1만 3천원 저금통을 털어서 택시를 탔다. 오디션은 그런 잃을게 없는 자의 마음으로 임했다. 다 끝나고 나갔는데,만두가게가 있었다. 배가 고픈데,너무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사먹었다.
Q 임순례 감독의<남쪽으로 튀어>, 장찰수 감독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촬영이 끝났나? 어떤 역할 인가?
장철수 감독님 작품은 아직 촬영이 안 들어갔다 임순례 감독님 영화는 끝났다. 어른들이 보는 동화, 아이의 성장 드라마인데 내가 그 아이의 삼촌 같은, 어른들이 사는 세상에서 아이가 커 나가는데 영향을 주고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는 마음씨 착한 삼촌이다.
Q 그럼 살인마 이미지는 벗는 건가?
그렇다. 내가 애한테 ‘버럭’하는 장면이 있는데, 눈썹이 붙고 하니까 감독님이 더 착하게 ‘버럭’해 보라고, 깡패 같다고 하시더라. (웃음)
Q 실제로 잘 생겼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멜로라든가?
너무 급하게 변하면 관객 분들이 힘들어하실 것 같고,액션이나 드라마 장르도 좋다. 곧 개봉할 영화들이 액션도 있고 드라마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멜로도 해보고 싶은데 그게 좀… ‘노숙자들의 사랑’같은 평범하지 않는 멜로에 도전해서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도 보여드리고 싶다.
Q 부산에 배우DB가 있는데, 160명이 넘는다. 그 중 2/3 이상이 연극을 하고 있다. 연극을 오래한 배우로써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말씀 해드리고 싶다. 나 같은 놈도 한다. 밥 벌이도할 줄 몰랐던 나 같은 놈도. 연기 잘하시는 분들, 강호의 은둔자, 실력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분들한테는 부끄럽다. 잘하시는 분들이 숨어 계서서 그렇지 나 같은 놈도 영화를 하고 있으니, 더 잘 하실꺼다 라고.
Q 배우 ‘김성균’에 대해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있다. 배우 김성균과 인간 김성균 어떻게 다른가?
처음에는 연극할 때도,무대에서 내려오면 나는 배우가 아닌 인간 김성균인데,사람들한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고민했다. 근데 내가 장동건이나 원빈도 아니고 말을 꾸며서 하거나 그런다고 사람들이 뭘 그리 달리 보겠는가. 성격에도 안 맞고,동네 다닐 때도 그냥 이렇게 다닌다. 머리 눌리면 눌리는 대로. 다행스러운 것이 사람들이 화면에서 보는 내 모습과 실제 모습과 크게 이질감을 못 느끼더라. “앗,영화에서 그랬는데 실제는 왜 저래” 하는 게 없다. 추리닝 입고 있어도, “영화 잘 봤어요, 사진 찍어주세요”하면 그냥 그대로 찍어드린다.
Q 사적인 얘기를 해 본다면,아들이 2명 있다고 들었다. 연기를 하면서 가족들은 어떤 의미인가?
내가 연기에 좀 더 애착을 가지고,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인생,내 삶의 이유 같은 존재들이다. 아들들과 와이프가 없다면 내가 이렇게 할 필요가 없는거다. 혼자 있을 때는 그걸로 그냥 행복했었다. 냉장고에 계란 하나만 있어도.
내 가슴에 좀 더 불을 지피고 열정적으로 더 잘하고 싶은데에는 아이들과 와이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안 챙기던 건강도 챙긴다. 내가 아프면 이 애들은 어떻게 되겠냐는 생각, 모든 것들이 많이 바뀌는 계기다.
Q 10년 ~ 20년 후에 본인 모습이 어떨 것 같나?
천호진 선배님 같은 배우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대게 묵묵하시다 욕심도 없으시고,대한민국에서 배우로 살면서 무슨 대접을 받으려고 하나 이런 마인드시다. 다작을 하셔도 어떤 거부감이 없이 그 극에 쑥쑥 녹아 들어가신다. 나이 먹고,해를 거듭 하면서 늙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리 아버지, 옆집 아저씨가 늙어 가시는 거 같은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었으면 한다.
인터뷰 진행 정리
김정현 부산영상위원회 전략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