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은 세상이 만만한 유아독존 재벌 3세를 향한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자존심을 건 한판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이다.
영화 <베테랑>은 세상이 만만한 유아독존 재벌 3세를 향한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자존심을 건 한판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이다.
처음 시나리오가 나오고 각색을 거치며 시나리오상의 장소가 수십 번 바뀌고 또 바뀌는 와중에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장소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베테랑>의 초반을 책임져 준 “부산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서도철’이 3개월간의 위장 수사 끝에 드디어 국제 자동차 절도 매매단을 검거하는, 영화의 시작을 열어주는 에피소드이다 보니 영화의 스케일도 보여줘야 하고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도 담아낼 수 있어야 했는데, 그에 딱 맞는 장소가 부산항이었기에 단 한 번의 장소 변경도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로케이션 회의를 진행하면서 부산항은 시나리오 그대로 부산항에 가서 찍는 것이 옳다는 게 회의에 참석했던 모든 스탭들, 그리고 감독님의 생각이었다.
주저 없이 부산영상위원회에 연락을 했다. 부산항 촬영이 있는데 이걸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좋겠는지 상의를 했더니 바로 부산항만공사와의 미팅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항만공사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빠른 진행들이 풍부한 경험과 많은 로케이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부산영상위원회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막상 로케이션 헌팅을 나가 부산항을 찾아가 보니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웅장하고 좋았다. 하지만 부두가 7곳이 넘고 생각보다 출입이 쉽지 않아 촬영에 제한이 너무 많은 상황이었다.
영화상 내용이 광역수사대 대원들이 부산항에서 불법 자동차 매매 거래 현장을 소탕하는 장면이다 보니 광역수사대 전체 대원, 지원 경찰 병력, 외국인 불법거래업자들, 국내 불법거래업자들, 경찰 차량과 기동순찰대 차량, 불법거래 차량(더 나열하기도 많아서 중략…) 그리고 100여 명의 스탭 전부가 항에 들어가서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전 인원 모두 한 명씩 출입검사를 받아야 하는데다가 촬영 허가 시간도 제한되어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는 그림은 정말 좋지만 제작팀 입장에서는 촬영 여건이 그리 매력적인 장소는 아니라는 판단 하에 다른 항구를 찾아보자는 방향으로 로케이션 계획을 수정했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여러 영화팀이 촬영했다던 부산의 감만항부터 인천항, 평택항 등 전국 각지의 항을 다 돌아보았지만, 부산항 신선대 부두만큼 우리 영화에 적합한 로케이션 장소가 없었다.
다시 부산영상위원회에 연락을 하고 부산항만공사와의 미팅을 부탁했다. 이번에도 역시 빠른 시간 내에 담당자와 미팅을 주선해주었고 어렵게 부산항만공사의 촬영 허가를 받게 되었다. 이제 장소 헌팅은 일단락되는구나 했는데,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카메라에 노출되는 컨테이너 상표는 각 통운회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영화팀에서도 허가를 받은 전례가 있기에 우리도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던 걸까… 촬영 계획표와 콘티, 스탭 동선까지 필요한 모든 서류를 보냈지만 결과는 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 그때부터 제작팀의 눈물 나는 삼고초려가 시작됐다. 통운회사 관련자를 만나 설득하기를 여러 번, 야간 촬영 시간을 줄이는 방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장소를 나눠 큰 그림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2회차를 찍고 나머지 컨테이너에서의 추격전은 양산에 있는 컨테이너선적장에서 촬영을 하기로 마무리 지었다. 그 과정에서 부산영상위원회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때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섭외에 도움을 주신 임은정님에도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 허가를 받은 신선대부두 촬영 당일!!
처음 통운 업체 직원분들과 약속했던 바처럼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정말 안전이 제일 중요했다. 야간에 진행되는 촬영이었고 평소 수 십 대의 중장비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신선대부두에서 스탭들이 다른 촬영 현장에서처럼 편안하게 다니는 행동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부산영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전 스탭들이 착용할 수 있는 야광조끼를 대여했고, 스탭들은 촬영 내내 조끼를 착용하고 미리 약속된 동선으로만 이동했다.
또한 신선대부두는 보안이 워낙 중요한 곳이다 보니 스탭 차량 한 대가 들어가더라도 탑승 인원은 물론이고 트렁크에 실려있는 장비며 소품들까지 꼼꼼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 부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촬영 당일 제작/연출팀은 타 스탭보다 먼저 신선대부두에 나와서 배우들과 스탭들의 동선을 체크하고 수많은 리허설을 거친 후 스탭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빠른 진행을 위해 스탭들은 도착과 동시에 안전조끼와 도시락을 받아들고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른 저녁 식사를 진행했다. 트레일러, 트럭들이 내뿜는 먼지 속 도시락을 먹는 스탭들의 표정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흡사 전쟁을 치르러 가는 군인의 눈빛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비장했다.
모든 배우들과 스탭들의 촬영 준비가 끝났고 촬영 진행을 위한 컨테이너 이동이 시작되었다. 초반 신선대부두 섭외를 진행했던 제작부장이 컨테이너를 옮겨줄 크레인 기사님과 한 조가 되어 감독님이 원하는 동선으로 크레인을 옮기는 작업을 했다. 모니터로 지켜보며 조감독이 컨테이너 위치를 무전으로 이야기하면 제작부장이 그 위치를 크레인 기사님에게 전달해 이동하는 작업이었다. 다들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고 굉장한 소음으로 인해 초반에는 컨테이너 위치 수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컨테이너 세팅 속도는 단축되어 갔다.
어려운 컨테이너 위치 세팅이 마무리되고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부산항에 들어오고 첫 컷을 찍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러면서 점차 생리현상에 힘들어하는 스탭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남자 스탭들이야 비상상황이 닥치면 컨테이너 뒤에 몰래 가서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사실 불법이다) 여자 스탭들은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신선대부두에서 지정해준 간이 화장실이 있었지만 거리상 걷기에는 멀고 함부로 걸어 다니다 보면 혹시 모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 모든 화장실 이용 스탭들은 차량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이 급한 스탭들을 차량에 태워 화장실로 이동 후 모든 볼일이 다 끝나면 다시 현장으로 이동하기를 수차례…, 나중에는 ‘화장실’의 ‘화’자만 들어도 스탭들이 알아서 차량으로 탑승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렇게 다사다난 했던 신선대부두 첫 촬영을 큰 사고 없이 마쳤고 첫 촬영을 경험했던 스탭들도 부산항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어떠한 현장에서도 단 하루 만에 적응하는 한국영화 스탭들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원활히 둘째 날 촬영을 진행하던 중 감독님이 부두에 움직이는 크레인과 지게차들을 영화에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셨다. 감독님의 아이디어대로 촬영이 가능하다면 신선대부두의 아름다운 야경을 더 효과적으로 영상에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전에 섭외되지 않은 지게차와 크레인들을 섭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래서 일단 말씀을 드려보겠다고 하고 직원분들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사실 반신반의하며 찾아갔었는데, 역시 부산 사나이들의 의리는 헛소문이 아니었다. 며칠 인사를 나누며 낯이 익었는지 이왕 <베테랑>을 도와주기로 한 거 확실히 도와주겠다며 화끈하게 장비들을 빌려주었고 배우들에게 운행방법까지 밀착 과외를 해주었다. 그때 통운회사 직원분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영화 <베테랑>의 초반 신선대부두 추격 장면이 이렇게 풍성하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았던 정신없는 부두 촬영도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다들 긴장이 풀어졌는지 미리 정해둔 동선이 아닌 다른 길로 다니는 스탭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현장은 액션 장면 촬영이 진행 중이었고 무술팀에서는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부상자가 생기니 스탭들도 다시금 안전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갔다. 항상 위험한 촬영은 긴장이 풀리는 시점에 더욱 주의해야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되새기게 하는 부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 컷의 OK 사인이 떨어졌다.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촬영을 종료한 기념으로 신선대부두를 배경으로 스탭 전체 사진을 찍으며 대망의 신선대부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촬영을 끝내고 스탭들과 배우들은 숙소로 돌아갔고 현장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제작팀이 신선대부두에 남아 총 4회차의 짧지만 길었던 촬영의 뒷정리를 시작했다.
다른 촬영지에서 뒷정리를 할 때면 극심한 피곤에 기계적으로 정리를 했겠지만 신선대부두 촬영 정리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촬영을 끝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에 청소마저도 즐거웠다. 제작팀 모두 모여서 처음 섭외부터 촬영까지의 얘기를 곱씹으며 서로 웃고 다독여주고 그렇게 마지막 정리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나서야 우리는 신선대부두를 나올 수 있었다.
영화촬영을 하다 보면 흔하게 경험해보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겪게 된다. 특히 이런 특별한 장소의 출입은 영화스탭들만의 특권 아닌 특권이 아닌가 싶다. 처음 들어섰을 때의 일렬로 정렬된 선박들에 거대한 크레인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불을 밝히고 있던 눈부신 야경의 신선대부두 바다의 장관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수차례 부산 촬영을 했었지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끝으로 영화 <베테랑> 촬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부산영상위원회와, 신선대부두 직원분들, 정말 친절하셨던 크레인/지게차 기사님 외 모든 분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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