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보여주기’다. SNS 이벤트를 통해 벌이는 개봉 전 대규모 시사회가 대표적이다. 예고편, 포스터 공개 등 기본 홍보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본편을 공개해서 긍정적 입소문을 빠르게 퍼뜨리는 것이다.
지난 4월, CJ CGV가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공개했다. CGV가 자사 고객의 예매 성향 및 SNS(Social Network Service) 키워드 조사, 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얻은 빅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에 따르면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확실한 척도는 ‘순수 추천 고객 지수’라 불리는 NPS(Net Promoter Score), 즉 입소문 지수였다. 이는 추천 고객 수를 계량화한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흥행에 유리하다. 반대로 수치가 마이너스라면 추천하지 않는 관객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4)의 NPS는 26.8%였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판타지블록버스터 <7번째 아들Seventh Son>(2014)은 –64.5%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전국 극장가에서 9만 2천여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NPS는 대박 흥행작일 경우 그 수치가 더욱 높게 나타난다. 2013~2014년 개봉 작 중에서는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 48%), <수상한 그녀> (2014, 50%), <명량>(2014, 51%), <7번방의 선물>(2013, 56%), <국제시장>(2014, 56%), <겨울왕국Frozen>(2013, 60%)이 우세했다. 모두 최소 800만에서 1,0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들이다. 같은 기간 NPS 지수가 가장 높았던 영화는 67%를 기록한 <변호인>이다.

<변호인>(2013)
NPS를 중심으로 한 관객 반응을 중요한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2014년 12월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북미에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마케팅 전략을 돕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이미 여럿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유나이티드 탤런트 에이전시 (United Talent Agency)와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분석 회사인 렌트 렉(Rentrak)이 새롭게 선보인 ‘프리액트(PreAct)’다. 영화 개봉 1년 전부터 소셜미디어 마케팅 활동을 면밀하게 모니터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신청한 스튜디오는 영화 홍보를 위해 벌인 각각의 프로모션에 대해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통계를 받아볼 수 있다.
이처럼 개별 관객 반응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영화 홍보 시 ‘입소문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다. 전통적 홍보 형태 중 하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SNS 사용이 보편적 추세가 되면서 일련의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관객 반응이 주효했다면, 지금은 확산 속도 면에서 실시간 SNS 반응을 더 중요한 마케팅 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면 승부로 긍정적 소문내기
입소문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보여주기’다. SNS 이벤트를 통해 벌이는 개봉 전 대규모 시사회가 대표적이다. 예고편, 포스터 공개 등 기본 홍보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본편을 공개해서 긍정적 입소문을 빠르게 퍼뜨리는 것이다.
최근 개봉작 중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영화 중 한 편은 157만 관객을 동원한 <위플래쉬>다. 이 영화의 홍보마케 팅을 진행한 올댓 시네마의 김태주 실장은 “외화의 경우 사전 시사 규모는 평균 2천~5천석 사이인데 입소문 마케팅을 노린 경우에는 기본 1만석 정도 된다”며 “<위플래쉬>의 경우 개봉 한 달 전부터 4만 규모 시사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주연 배우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탄탄한 구성을 갖춘 콘텐츠 자체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었다. “보고 나면 얘깃거리가 많은데 오히려 줄거리로 설명하려들면 너무 간단해지는” 단점을 상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중·장년층까지 전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에도 입소문 마케팅이 주효하다. <수상한 그녀>의 경우 배우들이 직접 무대 인사에 나선 대규모 시사회를 진행하면서 관객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폈다.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흥미진진 이시연 실장은 “웃음과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휴먼코미디임에도 스타급 출연 자가 없고, 마케팅적으로 흥미를 끌만한 자극적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언론 시사회 이후 개봉까지 약 보름간 3만 규모의 전국 시사회를 열며 꾸준히 인지도를 높였다.
때로는 입소문 마케팅이 선입견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소원>(2013)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아동성폭행이라는 소재 자체가 끔찍하다는 부정적 인식과 맞서야 했다. 자녀를 둔 주부층의 반응이 특히 부정적이었는데, 이 영화는 아예 정면 돌파로 승부수를 띄웠다. 개봉 3주 전부터 주부층을 중심으로 한 10만 시사회를 기획한 것이다.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규모다. 영화를 직접 보여줌으로서, 사건의 직접적 재연이 아닌 따뜻한 가족드라마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소원>은 전국에서 270만 관객을 모았다.
외화의 경우에는 제작진과 주연 배우가 내한하지 않는 이상 개봉 전 관객과의 적극적 스킨십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럴 때는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타 입소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언터처 블: 1%의 우정Untouchable>(2011)이 대표적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전통적으로 극장가에서 흥행과는 거리가 먼 프랑스영화인데다 주연 배우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경우였다. 당시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사 하늘의 최경미 실장은 “개봉 5주 전 부터 일반 시사를 공격적으로 펼쳤고, 2주 전부터는 아이돌가수와 배우들을 초청한 ‘셀러브리티 시사’를 열었다”며 “그들이 SNS에 긍정적 반응을 남기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좋은 콘텐츠
하지만 모든 영화에 이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마케터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데 입을 모은다.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 영화라면 그만큼 부정적 소문도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콘 텐츠’가 완성도 높은 영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만족도다. 관객의 만족도를 체크하는 기준은 사전 모니터 시사 점수와 심층 조사인 FGI(Focus Group Interview)다.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점수라면 대게 흥행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영화사 하늘의 최경미 실장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어바웃 타임About Time>(2013),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모니터 시사에서 4점~4.3점을 받아 사전 시사를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경우” 라고 설명했다.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영화란, 결국 보고 나면 계속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 영화를 뜻한다. 쇼박스의 최근하 홍보팀장은 “완성도와는 별 개로 단 한 가지라도 강력한 장점이 분명하게 살아있는 작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헬로우 고스트>를 예로 들며 “전체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으나, 후반부에 강력한 감동을 안기는 반전 장치 하나로 개봉 후 계속 회자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입소문을 탈 만한 영화는 반드시 이야깃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이 마케터들의 공통 의견이다. 최근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2015)를 보라. SNS에는 이 영화에 대한 단평부터 패러디, 관련 동영상, 제작 및 캐스팅 비화까지 영화를 본 관객이 알아서 재생산하고 확산한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흥행을 만드는 것은 결국 좋은 콘텐츠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