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보내는 편지- 영화는 ‘만남의 광장’

부산에 보내는 편지- 영화는 ‘만남의 광장’

나는 꿈을 꾼다. 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 영화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

부산과의 만남
대부분의 일본인이 그렇듯 나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통해 부산이 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아직 어렸던 시절, 한국이라는 나라보다 부산을 먼저 알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내가 처음으로 밟은 한국 땅도 부산항이었다. 전날 시모노세키항을 떠나 외항에서 본 부산의 거리는 흐린 날씨 탓인지 ‘어두운 회색 도시’의 이미지였다.

그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면 배를 타고 부산에 자주 내렸지만, 실상 부산은 통과지점에 불과했고 나는 주로 고속버스에 몸을 실어 서울로 향했다. 그러다 부산을 다시 찾게 된 계기가 바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영화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자원봉사자 면접을 봤고, 결국 초대 자원봉사자로서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인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통역 담당이었기에 외국인 관객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관객도 주최측도 처음 시도하는 행사라 작은 사고들이 많았다. 상영관에 음식물을 갖고 들어가거나, 정면 출입구 대신 요트창고를 통해 상영관 입장을 시도한 손님도 있었다. 관객들로부터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그때마다 이해해 달라고 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 었으나 요트경기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은 내 인생의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당시 함께 일했던 양정화 팀장과 자원봉사자였던 김영진 씨는 영화인으로 활약하고 있고, 비록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지만 다른 동료들도 각각 제 분야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의 미덕 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하게 대하는 ‘정’일 것이다. 외국인인 나는 한국에서 이방인이기에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으나, 그 정 덕분에 대체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영화계의 인맥은 거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조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부산은 내 인생에 있어 고마운 도시이기도 하다.

일본영화 개방과 한류 사이에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일본영화 정식상영’이었다.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개방되기 전이라 찬반이 있었으나, 한번 시작된 개방의 물결은 막을 수 없었다. 이제 일본영화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영화의 하나가 되었고, 문화 개방의 물결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역류하며 일본에 침투했다.

1989년,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많은 한국영화가 해외 로케이션촬영을 떠났고, 이를 통해 외국의 문화를 국내에 소개했다. 이제는 한국의 문화를 외국에 소개할 차례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위원회의 존재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외국인이 보는 한국을 영상으로 담는 일 역시 또 다른 한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산을 무대로 촬영된 일본영화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새로운 단계로 옮겨갈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 여름 개봉한 일본영화 <소년 H少年H>(2013)의 옛 일본거리 등이 합천군 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되어 일부 영화관계자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었다. 지난 11월에 합천군이 일본영화 관계자를 초청하여 실시한 팸투어에 나도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물론 세밀하게 재현된 합천군의 세트장도 대단했지만 더더욱 놀란 것은 부산영상위원회 건물 내에 있는 스튜디오와 버추얼촬영시스템이었다. 참가했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본영화를 한국에서도 찍을 수 있겠다’고들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계기로 시작된 ‘영화와 영화인의 만남의 광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발전되어왔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으로서 요즘의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문화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영상산업도 비즈니스인 만큼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활용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나는 꿈을 꾼다. 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 영화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 만남의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고 싶다는 꿈. 꿈이 반드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꿈을 꿀 자유는 있지 않 은가? 앞으로 부산이 영상도시로 더욱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남의 광장 역할을 계속해 갈 것을 기대한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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