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

영도구

아름답고 화려함이야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나에겐 이 따뜻하고 질긴 명주의질감이 영도와 영도 사람과 동의어로 인식된다.

04-1영도는 질긴 명주 같다.
옛말에 명주고름은 옆에만 가도 따뜻하단 말이 있다. 값이 좀 비싼 게 흠이지만,결이 곱고 아름다우며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하고 질기다.
아름답고 화려함이야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나에겐 이 따뜻하고 질긴 명주의질감이 영도와 영도 사람과 동의어로 인식된다.

사랑하는 S를 보고 싶다. 언제나 볼는지 막연할 뿐. 또 그 사이에 시골로 떠났는 지도 알 수 없다. S와는 사랑이나 육욕만으로 얽힌 것 같지 않다. 그 중간에 무엇 이 하나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이 중간의 것으로 생활하며 죽는다. 이 따뜻한 인정(人情)의 세계는 단순한 연애에 비하면 관대하고 편의적이다. S같이 다정다감한 여성이 또 있을까. 너무 다정다감하여 틈을 주면 위험한 여성이다. 떠 나기 전에 만날 것 같지 않다. 꿈과 현실,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한 영국인이 영도다리 위에서 기록한 일기 중 – 일 부 발췌>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아 찾아를 봤 다아~ 금순아 어데를 가고 나만 홀로 외로이 있냐~!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 달만 외로이 떴다~… 대중가요<굳세어라 금순아>에서.

햇살이 더는 체온을 데울 수 없는 겨울, 온기는 없지만 그 밝기만은 여전했던 어느 날, 다리 아래, 반쯤 언 듯한 물줄기를 힘겹게 가르며 지나가는 고깃배 를 멍하니 내려다보며 나는 잠시, 알 수 없이 밀려오는 이 구성짐에 대 해 이유를 찾느라 한창 촬영 중인 현장의 분주함을 뒤로한 채였다. 영도대교 아니, 흔히들 영도다리라 부르는 이 다리 위는 언제나 분 주함으로 활기에 차 있다. 영도… 섬, 부산에 맨 처음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 하며, 유독 자갈이 많아 자갈만대이라고도 불린다 한다. 섬을 둘러 싼 자연경관과 절경이 유달리 뛰어나 연중 내내 관광객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모두가 잘 아는 태종대, 절영산책로, 해안을 낀 자갈 밭이다. 특히, 초고추장에 녹아드는 한 점의 횟감을 자갈밭에서 맛 본 사람이라면 이 곳, 태종대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04-2어디 그 뿐이랴! 한동안… 요즘도 간간이 부모로부터 이런 정신적 협 박에 시달리며 사는 학대받는 아동이 있는 진 모르겠으나, 부산 경남 권에 사는 동네 말썽꾸러기 애들 중 대부분은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들로 알고 자란 시기들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하여,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양육된 유년기를 어찌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만은… 영도다리의 역사를 따지고 보자면 1934년에 완공, 올 해로 나이가 70은 족히 넘었으니 당시를 거슬러 올라 가자면 한국전쟁 이 후의 이 곳 실상이 그저 상상만으로도 족한 생비디오로 눈앞에 펼쳐질 뿐이다. 전쟁 이후, 입에 풀칠조차 어려운데다가 사람과 사람사이에 속고 속이 는 이 배반의 씨앗들이 가슴에 한으로 자라, 그나마 품고 있던 쌀알 같 은 희망마저 버린 채, 영도다리를 찾은 사람들이 그리도 많았다 한 다.(순간, <글루미 썬데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진다.) 자살이라는 한 송이 꽃잎으로 떨어진 수많은 영혼들이 여기 물 결사이 어딘가에 바람이 되어 스치진 않을까 싶다… 그리고 실은, 이 곳에 갖다 버린 아이도 많았다 하니… 마음이 저리지만, 영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또한,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는 우리들의 수많은 금순 이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그때나 지금이나 여러 가지 사연 들로 분주하고 고달픈 것은 영도다리의 운명인 것 같다.

04-3이 곳, 섬과 뭍을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이다 보니, 차들은 달리 섬을 빠져나갈 도리가 없다. 추우나 더우나 스치는 어깨사이로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며, 게다가 요사이는 촬영도 한창이다. 다리 위가 그렇다 치면 다리아래는 어떤가. 아직도 이 교통수단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는 승객이 있고, 섬과 뭍을 이어주는 크고 작은 배들은 열길 물위로 나름 의 규칙을 정하고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노 젓는 뱃사공이야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사공의 온정이야 아직도 여전하니 재미난 얘깃거 리나 들을 요량이라면, 이 통통배를 한번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 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 찬 내게 누군가 다가와 툭 쳤다. 제작부장 이었다. 교통량이 점점 늘어나 아무래도 경찰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다리 난간에 매달렸던 가슴팍으로 한참 뒤에야 금속성의 찬 기운 이 아리하게 파고들었다.

영도는 질긴 명주 같다. 옛말에 명주고름은 옆에만 가도 따뜻하단 말이 있다. 값이 좀 비싼 게 흠이지만, 결이 곱고 아름다우며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그리고 무엇 보다 따뜻하고 질기다. 아름답고 화려함이야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나에겐 이 따뜻하고 질긴 명주의 질감이 영도와 영도 사람과 동의어로 인식된다. 부산에서도 유독 촬영이 많은 곳이 이 곳, 영도구이다. 그것 도 그 힘든, 도로촬영, 대낮에… – -;; 하여, 영도경찰서에 들어서면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며, 입안에서 말이 맴돌기만 하는 희 귀한 순간을 맞는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그러나 또, 어쩌리… 찍 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업인 것을. 여러 해… 영도다리는 촬영으로 인해 참 많이도 수고로웠다. 우리에 겐 대단한 문화재인 셈이다. 태종대, 절영로, 해안 산책로(영화 <첫사 랑 사수 궐기대회> 촬영)등, 섬을 에워 싼 아름다운 경관들은 촬영으로 인해 지금 한창 분주하다. 영도구민들은 이 섬을 사랑한다. 전설에 의 하면 이 곳을 지켜주는 삼신할미가 있어 이 섬을 나가지 않아도 그리 넉넉하진 않으나, 집안의 행복을 지켜준다고 한다하여, 영도에 사는 사 람이라면 코 흘리개도 삼신할미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들을 다 알고 있 는 듯 하다.

04-5세관과 부두를 잇는 부산대교는 교각의 모양새부터가 소박과는 거리 가 멀다. 정열적인 컬러로 역동적이다. 국제여객터미널로 부산항에 도 착하는 관광객들은 부산의 첫 이미지에 놀라기도 한다. 몇 년 전, 프랑 스 감독 끌레르 드니의 영화를 촬영했던 (주)한진해운을 비롯하여, 해 운업계가 즐비한 이 곳은 컨테이너의 물동량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안으로 조금 더 찾아 들어가다 보면, 국립해양대학이 자리 잡고 있 다. 이 곳 역시 대형 선박지원 및 여러 부분으로 촬영지원(영화 <블루>)에 적극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또한 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 산지방해양경찰청(영화 <내추럴 시티>)등 항공촬영과 해안경비정 지원 (영화 <재밌는 영화>)등, 다양한 기관들이 촬영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영도! 이 다리를 건너면 소리보다 냄새가 더 자극적이다. 이토록 강한 삶의 향기를 향해 크게 한번 호흡을 해 본적이 있는가? 바람과 함께 코끝으로 전해지는 이 비린내를 가슴 깊이 마시고 또 느 껴보자. 혹여, 내 안에서 나를 짓누르는 위선과 욕망들이 녹아, 근원적 인 인간으로 회귀하도록 일깨워 줄지도 모를 일이다. 기실, 삶의 치부 나 환부에는 마땅히 비린내가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비리다는 건 본질에 가깝다는 증거이기도하다.

새해가 되었다. 삶을 바꾼다는 건 힘들겠지만, 지난해 달력만이라도 얼른 바꿔보고 싶다. 금쪽같은 국경일이 주말과 겹치지는 않는지, 소박 한 심정으로 2006년 한 해를 시작하려 한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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