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과 스케줄 등의 문제로 임의의 다른 공간을 영화에 맞게 변신시키기도 한다. 여기서는 부산의 여러 공간 이 어떻게 변신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영화는 상상 속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그 바탕에는 미래든 과거든 현재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따라서 영화 속의 공간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혹 은 살았던, 아니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 속 공간은 실제의 장소에서 촬영되기도 하지만, 촬영 장소 의 제약이라든지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새로운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세트를 지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정성스레 미술 작업을 한다고 해도 표현 불가능한 느낌도 있고, 예산과 스케줄 등의 문제로 임의의 다른 공간을 영화에 맞게 변신시키기도 한다. 여기서는 부산의 여러 공간 이 어떻게 변신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영화 촬영 1순위, 경찰서
한국영화에서는 유독 경찰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경찰서는 좋은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부패의 상징으로 등장하 기도 하는데 이처럼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경찰서 장면은 <오아시스>나 <마이 뉴 파트너>처럼 실제 경찰서에 서 촬영되기도 하지만, 촬영을 한번 하게 되면 모든 업무가 중단되어버리기 때문에 실제 경찰서에서 촬영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따라서 영화 속에 나오는 경찰서는 스튜디오에서 세트를 지어 촬영하거나 임의의 공간을 경찰서로 변신시켜 촬영하기도 한다.

촬영현장
강력반 소속 조경윤 형사(김강우)와 박은주 형사(김민선)는 한 스포츠센터에서 두 남자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 을 맡게 된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를 취 조하기도 하고 강력반 팀들이 모두 사건의 단서를 찾아 분주 히 움직이지만 범인의 윤곽은 안갯속을 걷듯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영화 <가면>에서 보이는 강력반의 모습은 아주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의 경찰서로 표현된다. 전면이 유리로 된 고급 스러운 건물에 마치 디자인 계열의 사무실을 연상시킬 만큼 깔끔한 인테리어와 소품들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젊고 유능한 경찰의 모습을 표현 하고 있고 많은 분량의 촬영이 경찰서에서 촬영되어야 하기 에 실제 경찰서에서의 촬영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서 장면의 대부분은 해운대에 있는 부산디자인센터에서 촬영되었는데 운 좋게도 디자인센터가 오픈하기 직전에 촬영 이 이루어져 내부를 포함 건물 전체를 경찰서로 활용할 수 있었다. 디자인센터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이후에 도 많은 영화의 촬영이 이루어지는 단골 촬영 장소가 되었다.

평소 모습 / 촬영현장
매사에 성실하고 칼날 같은 준법정신을 고수하며 살아온 박 만수(감우성). 어느 날 아침 돌연 아내는 이혼 요구를, 직장에 선 정리해고 통보를 받는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만수는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평생 최선을 다 해 살아온 인생이 억울해 파출소 담벼락인 줄 모르고 난생 처음 노상방뇨를 저지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그리고 파 출소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놀이터처럼 드나들던 전과 15 범 양철곤(김수로)은 이날도 제 발로 파출소에 들어와 난동 을 피우기 시작한다. 파출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촬영을 하기에 는 여간 힘든 곳이 아니다. 일선에서 국민의 치안 업무를 담 당해야 하는 중요한 곳으로 출동이 수시로 있고 민원이 발 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경찰들이 한 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만큼 파출소에서의 촬영을 그다 지 녹록하지 않다. 이런 연유로 영화 <쏜다>에서의 파출소 장면은 같은 공공 기관으로 느낌이 비슷한 좌3동 주민센터 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주민센터라는 간판을 떼고 파출소 라는 간판을 달자 완벽하게 파출소로 변신하였다.
여기가 일본인가?

촬영현장
화려한 외모와 신기에 가까운 손기술을 자랑하며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 삼성파’를 이끌고 있는 백장미(손예진)는, 일본 에서 소매치기 활동을 벌이다 지하철에서 발각되면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한편 한국의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조대영(김명민)에게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야쿠자와 연계된 기업형 소매치기 사건을 전담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 온다. 해외 촬영의 경우 국내에서 촬영하는 비용보다 몇 배의 예산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영화가 아니고서야 쉽게 엄 두를 내지 못한다. 영화의 배경이 해외이거나 국내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해외의 로케이션 풍경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 라면 세트를 짓거나 CG를 활용하는 편이 비용적인 면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촬영할 수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일본 지하철역에서 벌어지는 소매치기 장면은 그런 연유로 인해 부산 지하철 3호선인 증산 역에서 이루어졌다. 실제 일본의 지하철과 한국의 지하철은 대합실이나 승강장 등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는 편이지 만, 영화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모든 공간에 일본 간판을 설치하고 한국어를 알리는 내용을 모두 일본어로 바꾸는 미술 작업을 통해 3호선 증산역을 일본 오사카의 지하철로 깜짝 변신시켰다. 증산역은 아직 개통되지 않은 역이라 부산교통 공사의 허가를 받아 별다른 통제 없이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부산에는 아직 일본식 건물과 주거형태가 남아있는 곳이 있어 일본으로 장면을 설정하여 촬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동건이 주연한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는 100여 미터에 달하는 중앙동 일대 골목 간판을 전부 일본어로 바꾸고 도로에 일본어 표지를 넣어서 일본 설정으로 부산에서 촬영하였고, <바람의 파이터>에서는 동래에 있는 일본식 건물의 음식점에서 설정을 일본으로 하여 촬영하기도 하는 등 해외 촬영 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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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어떤 모습일까?
범죄의 재구성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사기 전과로 출소한 지 한 달, 최창혁(박신양)은 흥미로운 사기 사건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꾼’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사 상 최대 규모의 한국은행 사기극. 완벽한 시놉시스 개발자 최창혁을 비롯한 사기꾼들의 대부 김 선생(백윤식), 최고의 떠버리 얼 매(이문식) 등 사기꾼 5명은 한국은행을 털기 위해 완벽한 작전을 세우지만 누군가의 제보로 현장에서 발각 당한다. 일반인 가운데 한국은행 내부를 들어가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반인도 쉽게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는 국가의 보안시설 중의 한 곳인 한국은행에서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아마 앞으로도 한국은행 내부에서의 촬영은 이루어지 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은행 장면은 어디에서 촬영이 이루어졌을까? <범죄의 재구성>에서 한국은행 장면이 촬영된 장소는 서구에 있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이곳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부산지 방법원이 있던 자리이다. 부산지방법원 건물은 1900년대 초 일제 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법원이 거제동으로 이전하면서 몇만 평이나 되는 내부가 전부 비어 있어 영화촬영 1순위로 꼽히던 장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일본식 건 물양식은 카메라를 어디에서 들이대도 바로 그림이 되는 장소였고, 그 큰 내부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에 몇 년 사이 무려 7편 의 영화가 촬영된 장소이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에서는 1960년대의 설정으로 김민종 주연의 <나비>에서는 삼청교육대 내 부 설정으로, <실미도>에서는 법원으로 활용되는 등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영화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장소였고, 지금은 동 아대학교 부민캠퍼스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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