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배우가 존재한다는 거다. 대중들이 그 배우에 갖는 이미지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미지들이영화를 통해서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생각이 있었다.
매 작품 흥미로운 소재로 눈길을 끌었던 연상호 감독이 한국형 좀비가 등장하는 재난블록버스터로 돌아왔다. 이름하야 <부산행>(2016)! 영화에 등장하는 KTX 세트를 본 이후 줄곧 개봉만을 기다려온 필자다. 칸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상영 이후 <부산행>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궜고, 더욱 부푼 기대를 안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연상호 감독을 배급사 NEW에서 만났다. 첫 실사영화의 국내개봉을 앞두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흥행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이어나간 소박한 모습의 그를 만나보자. <부산행>, 그 긴 여정을 함께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축하의 인사를 먼저 건네야 할 것 같다. 영화<부산행>이 칸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사실 상업영화라고 생각해서 칸영화제에 갈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안했다. 칸영화제에 출품한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반대를 하기도 했다. 의외로 출품 과정이나 프리뷰 반응이 좋아서 괜찮았다.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일종의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좋았다.
<돼지의 왕>(2011) 이후 두 번째 방문이라 감회가 남달랐을 듯한데.
<돼지의 왕> 때는 감독주간이어서 레드카펫 행사가 없었다. 처음 칸영화제에 가는 거다 보니 뭐랄까 신기하기도 하고, 의외로 시시한 느낌도 있었다. 워낙에 긴 일정으로 가는데 스케줄도 많지 않아 주변을 돌아다니고 관광도 좀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청 바빴다. 인터뷰도 많았고, <부산행>과 관련한 바이어, 할리우드 스튜디오 등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정신이 없었다.
칸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라니 긴장되지는 않았나. 대중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기대가 많이 되었겠다.
레드카펫 때는 긴장을 별로 안했다. 그 다음날 정신이 없었다. 밤에 상영을 했는데 끝나고 나서 맥주를 한잔 하고 잠깐 자다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기사들도 많이 나고, 영화를 본 소감이라던가, 영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올라오다 보니 다음날 오히려 당황했다.
<부산행>이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다 보니 부담이 생기지는 않는가.
겁이 나진 않는다. 긴장되지 않는지 주변에서 가끔 물어보더라. 그렇게 큰 부담은 없는 것 같다. <부산행>의 경우 제작사, 배급사, 스태프, 배우들과도 충분히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반대하는데 고집을 부려서 이렇게 가야한다고 만들지는 않았다.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최대치였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하는 편이다. 이미 칸영화제에서의 반응도 그렇고, 국내 기자들의 반응도 그렇고, 예상했던 틀 안에 들어오는 반응들이어서 흥행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부산행>은 첫 실사영화다. 그간의 애니메이션 작업과는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 조금 달랐을 듯한데.
아무래도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다 보니 초반에는 스토리가 어느 정도 예산을 책임질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이 조금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프리프로덕션이 정해지고 나서는 큰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스태프들이 구현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줬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산행 KTX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부산영상위원회 위탁운영)에 제작됐었다. 부산영상위원회 내에서는 지난해 여름 사무실 복도를 배회하는 좀비 분장을 한 수백 명의 보조출연자들 덕분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기도 했다는 풍문이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연작 프로젝트로 한국형 좀비가 등장하는 재난블록버스터의 기획 계기는?
<돼지의 왕>을 하고 난 뒤 <사이비>(2013) 관련으로 배급사 NEW 사무실에 장경익 대표와 첫 미팅을 하러 왔었는데,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더라. 몇 개의 아이템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서울역’이었다. ‘서울역’이라는 좀비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그때만 하더라도 좀비영화가 흥행도 잘 안되고 예산도 많이 들어가는 마이너한 소재여서 좋은 기획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다 몇 년 사이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워낙에 대중적인 장르가 되어서, NEW와 <서울역> 애니메이션을 같이 하다 보니 <서울역> 같은 영화를 실사화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이야기가 나와 <부산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등 캐스팅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운이 굉장히 좋았다. 공유 씨의 경우 시나리오를 주고 이틀만에 연락이 왔던 것 같다. 만나보고 나서는 거의 20분 만에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마동석 씨, 정유미 씨도 그렇고 만나자마자 캐스팅을 확정해 준 케이스다.
모두 처음 생각한 배우들로 캐스팅 된 건가.
거의 그렇다. 마동석 씨의 경우에도 애초에 ‘마동석’을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오히려 너무 ‘딱’이어서 ‘딱’인 배우가 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이야기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웃음)
애니메이션 <사이비><창><돼지의 왕>부터 영화 <부산행>까지 소재들이 눈에 띈다.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2004)를 좋아했다. 이전까지 좀비영화라고 하면 마이너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는 굉장히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였다. 그게 큰 임팩트를 줬던 것 같다. 그런 비슷한 임팩트를 몇 번 받았는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당시 한국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이질적일 수 있는 소재인데 잘 어울리는. 그 와중에 일본 만화 속 동양의 좀비들을 보면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의 장르를 한국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만화적 상상력을 실사로 구현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애니메이션 보다 편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 배경이 되는 역사(驛舍)라던가 큰 플랫폼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촬영이 불가한 장소들이다. 어떻게 그 많은 유동인구를 막고 피 칠갑을 한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를 찍겠나. 결국 빈 플랫폼이나 시골의 조그만 플랫폼 같은 곳에서 찍고 배경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었고, 세트 분량이 많았는데 세트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KTX 세트가 정말 똑같이 구현되어서 놀랐다. 폐기된 걸로 알고 있어 아쉽다. 다른 식의 활용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아깝다고 생각했다. 기부라도 할 수 있을까 알아보고 했는데 워낙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 힘들었다. 사실 영화에서 기차를 촬영하는 것이 고역이다. 세트가 있으면 거기서 찍으면 되니까 편해질 텐데.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알고 있다.
맞다. 영화세트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나무로 만들어져서 보관이 용이하지는 않다. 세트를 제작하는 팀과 이야기 했는데, 보존용으로 더 단단한 소재를 가지고 새로 만들 수도 있다고 하더라. 설계도가 있으니까. 앞서 언급했지만 KTX가 나오는 장면은 촬영이 쉽지 않다. 올해만 해도 KTX가 나오는 영화가 <그날의 분위기><남과 여> 등 여럿 있었다. 촬영 방식이 비슷한데 보통 부산철도차량기지에 가서 기차를 세워놓고 찍는다. 세트가 보존된다면 훨씬 편하게 찍을 수 있게 되는 거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촬영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다.
KTX는 사실 같은 공간의 연속이다. 같은 공간이 아님에도 외형상으로 똑같아 보여서 주인공들이 일종의 긴 여정을 간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촬영감독과도 좁은 공간에서 줄 수 있는 한정된 앵글이 아닌, 주인공들의 동선을 길게 보여줄 수 있는 앵글 및 카메라 워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좁고 비슷한 공간에서 카메라를 댔을 때 그림이 좋은 포인트들이 많지는 않아서, 이를 캐릭터들이 서있는 동선과 동선을 연결하는 카메라 워크로 탄력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다.
<부산행>에서 폐쇄된 공간이 갖는 의미는?
아무래도 <부산행>이라는 영화의 가장 특징적인 것 중에 하나다. 폐쇄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으로 폐쇄공간인 것뿐만 아니라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여기에 탄 사람들은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금 이 일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일인지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의 사람들이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정보가 있긴 한데 제대로 확인되는 확실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고, 자신이 처해있는 외부상황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밖에 없는 거다. 그런 것이 밝은 대낮이고 뚫려 있는 공간임에도 주인공들을 폐쇄적이고 고립적으로 만드는 포인트들이라고 생각한다.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면?
실사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배우가 존재한다는 거다. 배우가 단순히 스타성이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대중들이 그 배우에 갖는 이미지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미지들이 영화를 통해서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이 영화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애니메이션은 마찬가지로 그림으로 된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여전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미지가 있는데, 이들이 실사로 표현될 수 있는 이미지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도 가끔 디자인서점에 가면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화집 같은 것도 구매를 하는데, 사람과 더 닮게 그렸냐 아니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갖는 특유의 그림의 톤이라는 것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른 매력이 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다음 작품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몇 개가 있다.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순서를 정해야겠더라. 마음속에 있는 순서와 제작사의 순서가···(웃음)
감독 연상호에게 부산은 어떠한 도시인가?
부산에서 촬영하면서 좋았던 건 익숙함이었다. 2010년부터 작년을 빼놓고는 거의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익숙할 수밖에. 그리고 우리가 촬영한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앞에는 요트경기장도 있고 숙소가 있던 길도 너무 익숙한 길이고 하다 보니 심적으로 편안했다. 휴차에는 시립미술관에 가서 혼자 그림을 보고 오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도 일정이 없으면 그림 전시를 보곤 한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일단 당장은 <부산행>에 매진해야 하고, 사실 영화가 이 밀려있다. 7월 20일에는 <부산행>이 개봉하고, 8월 중반쯤에는 <서울역>이 개봉한다.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이성강 감독의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이 개봉하고,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지만 IPTV용 장편애니메이션도 9~10월 정도에 개봉해야 한다. 4편을 개봉시켜야 하는 일정이라 이를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차기작을 정해서 준비를 계속 하지 않을까 한다. “일 되게 열심히 합니다. 저. (웃음)”
![[부산행]안주하지 않는 감독, 연상호](https://fb.snsmodoo.com/wp-content/uploads/2016/07/부산행포스터2-690x4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