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로 변한 고향과 죽음의 그림자를 직시할 것인지에 대한 서호빈의 서늘한 시선이 마지막에 가닿은 지점 또한 연못가라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현재 부산에서 가장 젊은 감독 두 명이 주축을 이룬 영화제작사 새삶은 김병준의 <개똥이>(2012)에 이어 서호빈이 만든 <못>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호빈은 <못>을 만들기 전에 세 편의 단 편영화를 만들었다. <오늘밤은 218호에서 시작되었다>(2009), <유령들>(2010), <새 삶>(2011)은 각각 다른 주제와 스타일의 결을 지녔기 때문에 그의 장편 데뷔작인 <못>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영화 <못>
이 영화는 실수와 비밀에 얽힌 어두운 자화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대학입시를 치룬 열아홉살 소년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모여든다. 각각 성격이 다른 네 명의 친구들과 세 명의 여학생에게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소년기의 공동체는 파괴된다. 서호빈은 추리극의 형식을 따르면서 사고 이후 4년의 시간동안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집중하기보다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실수 사이에서 회복이나 화해의 가능성을 차단당한 소년/청년들의 마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 사건 때문에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는 소년들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으며, 죄의식의 전가를 통해 더욱 깊은 어둠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급한 성격의 성필과 과묵한 현명, 착하고 유순한 두용, 성필의 동생 경미와 비밀연애를 하는 건우는 사고를 기점으로 친구와의 관계도 단절되고, 어른으로 성장할 기회마저 박탈당한다. 이런 사실은 고향이 같음에서 오는 유대감의 상실과 고향을 떠남으로 이어지고, 죽음과 무덤으로까지 나아간다. 이들에게 고향은 사고가 났던 다리, 연못으로 가는 터널, 연못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그물과도 같다. 도처에 죽음과 죄의식의 얼룩을 남긴 장소이자 그들의 죄의식을 되비추는 거울과 같은 연못을 빼놓고는 고향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년들의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친구들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한때 그들이 모여들었던 아지트인 연못가는 헤어나올 수 없는 악몽이 재현되는 공간이 된다. 또한 서로의 사정을 거의 다 알고 있을법한 작은 마을은 소년들의 실수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공모하기 시작하면서 기만과 거짓말, 협박이 오가는 곳으로 변질된다. 이런 지점은 첫 시퀀스에서부터 등장한다. 깨진 유리창에 대한 일화는 이 영화에서 장차 벌어질 모든 일들의 예고처럼 배치되어 있다. 특히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밤이라는 시간대, 추운 겨울이라는 환경적인 요소는 인물들의 마음과 삶을 점령한 어둠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어두 컴컴한 터널, 거꾸로 상이 맺히는 연못의 표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일렁임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도 과거의 실수를 돌아 보고 자신들이 어떤 죽음에 연루되어 있으며, 심지어 방관했다는 고백과의 대면이 없다면 끊임없이 이들의 마음은 연못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상기시키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좋아 보이는 담임선생의 “떳떳하고 거짓 없는 사람이 되라.”는 조언과 현명이 아직까지 읽지 못했고 경미가 읽고 싶어 했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1975)의 메시지는 오히려 반어적으로 다가온다. 이 소년들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지나야 두려움 과 분노, 참회와 죄의식의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묘지로 변한 고향과 죽음의 그림자를 직시할 것인지에 대한 서호빈의 서늘한 시선이 마지막에 가닿은 지점 또한 연못가라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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