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는 매년 프로그램의 내실을 더해갈 뿐 아니라 외적 확장도 꾀하고 있다. 오석근 운영위원장은 ASEAN 10개국에서 순차적으로 FLY를 진행하는 동시에 점차 이를 아시아영화학교의 모양새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We Are Certain, We FLY(우리는 우리가 날아오를 수 있다고 확신해요)!” 아시아 차세대 영화 인재를 육성하는 FLY의 슬로건이다. 이 희망찬 외침이 올해에는 미얀마 양곤의 하늘에 울려 퍼졌다. 2014년 11월 10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진 13일 간의 여정. 한국 및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21명의 참가자들의 ‘영화’라는 꿈이 알차게 영그는 시간이었다.
FLY(한-ASEAN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는 아시아의 재능 있는 젊은 영화인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교육 사업이다. 부산영상위원회와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가 주관하고 한-ASEAN 협력기금이 후원한다. 기본 콘셉트는 ‘움직이는 영화학교’로, 매년 ASEAN 10개국을 돌며 진행되고 있다. 1회는 필리핀 다바오, 2회는 태국 후아힌, 3회째인 올해는 미얀마 양곤이 FLY의 학교가 됐다. 참가 대상은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등 ASEAN 10개국 및 한국에서 단편영화 등 영상물 제작 경험이 있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1980~1998년생의 영화 꿈나무들이다.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 영상기구의 추천으로 국가별로 2명씩 선발된 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9월부터 SNS를 통해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했고, 그렇게 취합된 두 개의 트리트먼트가 교육 기간 동안 각 팀의 단편영화로 제작됐다.
FLY는 단순히 아시아 여러 지역을 돌며 매년 단편영화 두 편씩을 완성하는 것에만 그 의미를 다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아 지역 영화인들의 네트워킹이다. 오석근 운영위원장은 “한국이 영화라는 소통의 장을 펼치고, 그 안에서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들과 공유의 장을 만들어 함께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부 참가자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후속 연계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올해 참가자 중 12명은 내년 초 일본 삿포로 히가시카와에서 열리는 후속 워크숍 ‘FLY2014 in Higashikawa’에 참여하게 된다. 2회까지는 SAS(삿포로영상기구)가 담당했고, 올해부터는 SHOCS(삿포로-홋카이도 콘텐트기구)가 진행을 맡았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온 실력 있는 강사진이 참가자들의 멘토링을 담당한 다는 것은 최고의 강점이다. 올해는 한국의 최익환 감독(A그룹)과 말레이시아의 탄 취 무이(Tan Chui Mui) 감독(B그룹)이 연출 강사로 나섰다. 미얀마의 아웅 코 랏(Aung Ko Latt) 감독(A그룹)과 필리핀의 까를로 멘도자(Carlo Mendoza) 감독(B그룹)이 각 팀의 촬영을, 한국의 심현정 음악감독과 최민영 편집기사가 후반 작업을 돕기 위해 한 데 모였다. 다큐멘터리 <만신>(2013)의 한선희 프로듀서, 미얀마의 국민 여배우 그레이스(Grace Swe Zin Htaik)의 특강도 열렸다. 영화 현장에서 오랜 시간 직접 발로 뛴 이들이 전해주는 현실적 조언은 참가자들에게 ‘피와 살’이 됐다. 참가자들은 “<올드보이>(2003)의 심현정 음악감독과 <설국열차>(2013)의 최민영 편집기사 같은 분이 강사진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기쁘고 놀라웠다”며 입을 모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교육 기간 동안 촬영과 편집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본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만족감을 표했다. 알렉산드라 포블레(Alexandra Poblete, 21· 필리핀)는 “처음에는 서로의 문화가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에 겁도 났지만, 영 화를 함께 완성하면서 모두 같은 열정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의 소감도 이와 비슷하다. FLY 1회 졸업생이자 올해는 A그룹의 촬영 코디네이터로 합류한 위라 아웅(Wera Aung, 29·미얀마) 역시 “참가자들이 다른 나라의 종교·문화·언어를 이해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 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갈무리했다.
비단 참가자들에게만 긍정적인 경험인 것은 아니다. 강사진 역시 FLY 프로그 램에 만족감을 표했다. 탄 취 무이 감독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에서도 여러 번 연출 워크숍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FLY만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특히 마음에 든다.”며 “여기에서는 완벽한 영화를 만드는 방법이 아닌 실수하고 헤매더라도 자기 것을 분명하게 지키는 법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2011년 부산 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이하 AFA)를 경험하고 올해 FLY 촬영 강사로 온 까를로 멘도자의 소감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FLY는 비교적 영화 현장 경험이 적은 참가자들이 모여 가족적인 분위기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AFA와의 차별점을 분명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언제든 다시 FLY에 강사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의 완성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기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보름 남짓한 시간동안 시나리오 완성과 촬영 편집까지 마쳤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FLY에서 나온 두 편의 단편영화는 확실히 기대 이상의 만듦새였다. 장르적 성격이 뚜렷한 A그룹의 작품 <더 패신저The Passenger>는 FLY의 첫 호러이자 블록버스터급 야간 촬영을 감행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록적이었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의 <정오의 낯선 물체Mysterious Object at Noon>(2000)를 모티브 삼아 만든 B그룹의 <더 미싱The Missing>은 6명의 감독이 각각‘ 잃어버린 아이’를 소재로 미얀마 현지인 6명을 인터 뷰한 영상과 재연 드라마를 섞은 페이크다큐였다. 최민영 편집기사는“ 매년 FLY만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2주 안에 최고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더 탄탄하게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A그룹을 진두지휘했던 최 익환 감독은“ FLY는 아이들에게 ‘그라운드 제로’를 만들어주는 곳”이라며 “여기에서 깨우쳤던 것들이 이후에 각자의 영화 인생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LY는 매년 프로그램의 내실을 더해갈 뿐 아니라 외적 확장도 꾀하고 있다. 오석근 운영위원장은 ASEAN 10개국에서 순차적으로 FLY를 진행하는 동시에 점차 이를 아시아영화학교의 모양새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더 폭넓은 교육·교류의 장을 위해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운영하는 AFA,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FLY,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까지 결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이상적 바람이 곧 현실화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내년 FLY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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