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저곳 구경 다니다가 출출해지면 향토 음식을 맛보기 바란다. 강에 인접한 곳들이 많아 다슬기탕과 어탕이 별미이며, 시골 청국장에 맛깔스레 나오는 반찬들도 관광객들을 모으기에 손색이 없다.
부산과 이웃하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3시간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신 부산 대구 고속도로를 40분가량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밀양에 도착해 있었다. 가보기 전엔 참 멀 것이라 여겨졌던 밀양은 새로 뚫린 도로 때문일까? 의외로 부산과는 매우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전통傳統을 음미하다
필자에겐 ‘밀양박씨’의 본관 ‘얼음골의 사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아담한 도시는 비단 ‘박씨’뿐 아니라 여러 성씨들이 오랫동안 그 면면을 이어온 전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교동 밀양향교 주변으로 고풍스러운 옛 양반네들의 한옥들이 하늘빛과 조화를 이루며 지붕 추녀 끝을 살짝 치켜 올리면서 그 고풍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17세기 숙종 때 지어진 99칸의 만석꾼의 집으로 불리는 손씨 고가는 이 일대 한옥들 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무의 공간에 마치 그림 같은 ‘여백의 미’를 남기듯, 사랑채며 안채, 마당, 심지어 기둥 하나 까지 집안전체가 하늘선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 조성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안채로 향하는 계단을 하나씩 오르다 문득 올려다 본, 네모난 중문으로 드러나는 여유로운 곡선들은 도심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겐 낯설지만 정겹고, 또 마음 속 심연의 그리움 같은 여러 가지 상념들이 섞여 뜻 모를 감상을 자아내게 했다. 미끄러지듯 떨어지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추녀와 처마 그리고 건물을 이루는 방문의 창호지며, 기둥의 나무, 흙벽, 마당의 커다란 장독의 질감과 색감까지 이 오래된 저택은 자연을 닮아 있다.
낙동강의 축복
밀양을 차로 돌다 보면 온 시내가 낙동강의 축복을 받은 듯 하다, 곳곳에 저수지가 분포하고 있고,이로 인해 농경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낙동강의 한 지류인 밀양 강이 시내를 뱀처럼 가로질러 작은 개천까지 물길을 뻗어 내고, 밀양댐으로 풍부해진 밀양호는 높은 산자락에 그림처럼 앉아 있다. 낙동강이 오랫동안 자연과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이들이 아름다움과 전통이 깃든 밀양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 담겨진 밀양
오래된 고가{古家)들은 밀양곳곳에 존재한다, 연극으로 먼저 성공을 거둔 뒤 영화화된 작품〈오구:)도 이곳 밀양에서 촬영 되었다, 조용한 시골 마을 이른 여덟의 늘그막에 다시 시집가고 싶어 하던〈오구〉의 주인공, 황씨 할머니 댁을 찾기 위해 여주 이씨들이 모여 산다는 부북면 ‘퇴로 리’로 향했다.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 시골길은 풍요로운 금빛으로 방문 객들을 맞고 있었다, 마을입구에서 5분정도 걷다 보면 흙과 돌을 정성스레 쌓아 만든 담 위로 기와를 살짝 올려놓은 황토 빛이 도는 골목길로 접어든다. 담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여주이씨 고가의 대문 앞에 서게 되는데, 집 앞에는 누구라도 알 수 있게 사진과 함께 ‘영화〈오구〉촬영지’ 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마을 어귀에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앉아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말리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정겨운 우리네 시골 마을 풍경이 흐뭇하다.
또한 퇴로리에는 ‘위량지’라는 저수지가 마을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데, 올여름 또 한편의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한낮의 녹음이 깃든 저수지 위에 단아한 모습의 정자 한 채가 운치를 더하고 있는데,신라 때부터 내려오는 완재정(究在事)이다. 그렇다면 캄캄한 어둠속에서 본 위량지는 어 떤 분위기 일까? 한밤중 인적이 드문 한적한 저수지 위에 정자 한 채만이 외롭게 떠 있는 풍경을 상상해보라! 보는 이에 따라서 그 느끼는 감흥이 다르리라 사료되지만,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공포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영화, 바로〈전설의 고향) 이 한여름, 그것도 새벽 4시에 위량지를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1인 2역을 맡은 여주인공이 저수지에 빠지는 장면으로, 죽은 원혼과 여동생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담아 내기 위해 배우 박신혜가 투혼을 발휘했다고 하니 개봉이 기다려 진다.
퇴로리를 뒤로하고 향한 곳은 백연정 부근에 있는 용평터널’이다. 영화〈똥개〉에서의 터널 앞 무자비한 싸움 장면이 촬영된 곳으로 터널 입구에 촬영지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작은 터널 2개가 적으로 이어져 있는 이곳은 차 한 대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은 일방통행 길이다. 특이한 점은 2개의 터널 사이 좁은 공간으로 햇살이 비치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차로 이곳을 통과하다 보면 갑자기 자연광이 들면서 주변이 밝아오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필자가 밀양을 찾았을 때는 영화〈Secret Sunshine)이 가곡동 등 밀양 시내 일대에 세트를 지어 한창촬영 중 이었다. 영화 제목에서부터 왠지 ‘밀양’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이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자 송강호, 전도연 주연의 호화캐스팅으로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는데, 현장을 방문해 보니 밀양시민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촬영장주변에 모여 관심 어린 눈빛으로 스탭들을 바라보며 배우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는 그들은 (secret Sunshine〉의 절대 지지자임에 불명했다.
부산과 이웃해 있는 밀양은 영화 활영이 아니더라도 드라이브로 기분 전환을 하기엔 그만인 곳이다. 표층사 같은 고찰과 사명대사 유적지 예림서원,밀양향교 등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고, 사자평 얼음골 등의 빼어난 자연경관들도 많다. 이곳 저곳 구경 다니다가 출출해지면 향토 음식을 맛보기 바란다. 강에 인접한 곳들이 많아 다슬기탕과 어탕이 별미이며, 시골 청국장에 맛깔스레 나오는 반찬들도 관광객들을 모으기에 손색이 없다.
촬영문의 : 밀양시청 공보부, 박동우 주사 t)055-359-50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