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새로운 영화제작시스템 찾기

부산영화산업의 현재와 대안 모색을 위한 부산영화인 대담

PD시스템 vs 감독 경쟁력 vs 콘텐츠 개발
부산의 새로운 영화제작시스템 찾기

02_1양영철(이하 양) : 오늘은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로서 자유롭게 부산영화의 현주소와 상황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 말미에는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즉효약과 같은 대안은 아닐지라도 우리 나름의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용석(이하 최) : 최근 2~3년 동안 부산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살펴보면 단편영화는 한해 평균 약 80~90편이 제작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편영화의 경우 평균 2~3편 정도가 제작되는 것 같 다. 대부분 저예산 독립·인디·예술영화계 안에서 만들어지는데 그마저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는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산 업적 시스템 안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그래도 예전에는 장편영화를 제작 완료하는 선이나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선에서 끝이 났다면 3~4년 전부터는 매년 2~3편 정도의 부산영화가 전국 에서 개봉·배급하는 선순환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미흡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성장을 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 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양: 발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영화라는 것이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산업적인 측면과 예술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한 쪽을 발전시키면 다른 한 쪽이 소외될 수 있다. 여러 편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매출규모로만 따져 본다면 얼마가 될 것인가 하는 부분들은 사실 미미하여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김휘 감독은 과거 서울에 가기 전 영화기획서를 가지고 활발히 움직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와 지금 상황, 그리고 그때 기대했던 미래와 현재 상황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김휘(이하 김): 변화된 지점들이 별로 안보이긴 한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과도한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지원받았던 돈이 5 천만원이 채 안되었었고 매칭펀드 조건이라 산업적인 승패도 확실한 게임이었다. 지금 부산영상위원회 지원금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소모되는 예산이다. 사실 그 제작과정이나 시스템에 대해 점검 할 수 있는 단계가 전혀 없다. 점검 과정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 동의한다. 문제는 만약 이 상태에서 부산영상위원회가 부산영화에 제작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있는 편수가 극히 줄어들 것이라는 거다. 또한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지원금을 받아쓰면 그 만 큼의 돈을 매칭해서 영화를 찍는 것이 당연한데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영화를 프로듀싱하는 능력의 문제인데 부산에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

김: 나는 그러한 프로듀싱 능력은 충분한 트레이닝을 통해서 가능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예산에 맞는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자구책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게 트레이닝 되어야 한다.

손승웅(이하 손): 부산에서 영화 찍기가 많이 힘든 것 같지만 만약 내 이야기를 가지고 전국구로 갔을 때 과연 영화를 찍을 수 있느냐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 같다. 그나마 부산이라는 지역적 발판이 있어서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부산의 많은 영화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그런 행운을 가질 수 있느냐 했을 때는 어려울 것 같아서 학생들이 전문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자구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자연히 부산영화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서호빈(이하 서): 영화진흥위원회의 한해 독립영화 지원금이 3억 원이 조금 안되고 부산시는 2억 4천만 원이다. 부산은 시 단위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돈이라 볼 수 있고 경쟁률도 서울과 비교하면 낮다. 딜레마긴한데 기회 잡기는 쉽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영화 찍기는 정말 좋다고 항상 이야기 한다. 부산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로 올라간 사람들이 있는데 이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해보면 기획력 부족도 있고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마땅히 해답은 없었던 것 같다. 결국은 콘텐츠 자체를 통해서 상업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부산에서 지속할 수가 없다. 첫 번째 영화를 찍을 때는 완성에 목표를 두고 온 힘을 다했다. 평소 아는 인맥을 모두 동원해 읍소에 가까운 부탁을 해서 영화를 찍었으니 제작환경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열악했다. 이렇게는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없다. 차기작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인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 아니라 이제는 뭉쳐서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산업적인 접근도 반드시 필요하다.

양: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제도가 부산영화에 결국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부분에 공감하기도 한다. 문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시가 인프라 지원을 많이 했는데, 인프라 구축도 부산영화산업에 중요한 축이고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영화제작이라는 부분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거다.

김: 예전에는 지역 시네마테크 기능을 하는 사무실에 가서 테이프를 빌려보고, 토론하고, 영화전문잡지를 만들어내던 활동가들이 분명히 있었고, 창작하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이런 활동가들의 영역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생기면서 그쪽으로 넘어갔다고 보면, 창작했던 집단은 부산독립영화협회를 중심으로 확장되어야 하지만 더 축소된 느낌이다. 내가 판단하는 현재 부산의 지원과 인프라는 전국적인 수준으로 보면 톱 레벨에 와 있는데 그것을 전체적으로 진단 및 판단하고 조율하는 집단이 부재하다고 생각한다.

양: 부산은 영화·영상도시를 지향하고 있고 부산이 지역특화 발전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등 영화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많은 여건들이 만들 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여건이 구체화되려면 영화사나 영화인들이 가시적인 추진력을 보여야 할 중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영화산업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손: 김휘 감독은 부산 여러 감독들을 한발 물러서서 볼 때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김: 어쨌든 생활도 해결해야 하고, 산업적인 자리 잡기를 해서 직업으로서 영화를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 가야하는데 현재 작업하고 있는 결과물들은 작가적 입장의 영화들이라는 것이다. 그 갭이 좁혀져야 하는데 좁히는 주체는 본인 아니고는 힘들다.

양: 너무 단순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이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만들 프로듀서가 없다는 점인 것 같 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어떻게 배급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들까지도 나와 있어야 하는데 완성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거다. 아무리 작가적인 관점으로 간다 할지라도 어떤 영화제에 출품을 해보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프로듀서가 없다. 극단적으로는 부산영상위원회 제작지원제도 자체를 프로듀서에 초점을 맞추는게 어떨지도 생각해 봤었다. 부산에 좋은 프로듀서들이 어떻게 해야 많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큰 고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최: 부산은 엄밀히 말하면 프로듀서가 거의 전무후무하다. 어떻게 보면 부산영화의 현주소인 것 같은데, 말씀대로 프로듀서에 대한 지원이나 혹은 기회 확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분명히 있어야 할 것 같다.

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프로듀서들이 부산에 없는 이유는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영화 잘 만들었고 영화제 출품했다, 이게 끝이었던 것 같다. 배급도 전혀 신경 쓸 수 없었다.

김: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좋다. 기획PD도 있고 실제 실무를 담당할 프로듀서도 있어서 감독은 연출과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들만 하면 좋다. 하지만 그런 형태의 시스템을 가지고 움직이는 감독은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힐 숫자이지 않을까 한다. 영화제작 안에서 감독이라는 위치는 점점 멀티플레이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환경 안에서는 더더욱 어쩔 수 없이 부여된 기능인 것 같다.

양: 프로듀서 이야기를 꺼낸 건, 거의 제로 상태의 부산영화산업이 성장하려면 가장 좋은 것 이 부산지역 영화인들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거다. 사실 감독들이 그러한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도 있다.

최: 최근 부산영상위원회 등 각 기관들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소수정예로, 감독과 함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준전문가 과정까지로 세밀화하는 것은 어떤가?

김: 교육과정에 대한 부분은 학교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내가 진단하는 부산의 현 상황은 과지원과 악순환이다. 현재 답을 찾지 못하고 갈등하고 고뇌하는 사람들이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배우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막연하고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게 일종의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영화를 작업하는 이들은 조금 힘들겠지만 지원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다큐멘터리나 단편 혹은 미학적이나 작가주의 영화 등은 그 차원에서 심사하여 철저하게 지원을 위주로 진행하고, 산업적인 결과물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는 지역 상업 영화의 기획·개발·투자펀드 기능 강화와 함께 제작지원도 매칭펀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부산영상위원회 지원제도는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신랄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양: 공감한다. 그 부분들은 정리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제안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부터는 자유롭게 대안을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서울의 영화사와 구체적인 한 작품의 전체 제작기간 동안 한 학기 또 는 1년 과정의 인턴쉽 과목을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영화사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어쨌든 모임을 통해 자주 만나고 협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단편적으로 생각했던 지점들은 아까 말한 부산영상위원회의 부산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투자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과, 지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기획부분까지 움직이기 버거운 상 황이라면 그런 부분을 영상위원회가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프 로듀서나 기획자를 섭외하는 등 전략적인 프로그래밍을 통해, 예 를 들어 1억이라는 돈이 들어가고 그 결과물이 뚜렷하다면 참여하는 감독들은 그 결과에 상응하는 시나리오를 써내야 하고, 그러면 아주 상업적인 형태의 흐름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다. 가지고 있는 능력의 장·단점을 상업적인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고, 그런 과정들이 어느 정도 자리잡게 된다면 부산에서 매년 상업적인 콘텐츠는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 외에는, 지금까지는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면 이제는 재미 있게 만드는 방식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단계로 분위기가 전환되어야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부산의 환경과 상황에 대한 고민들에 자꾸 함몰되면 할 수 있는게 사실은 많지 않다.

양: 부산에서 영화를 만드는 몇몇 감독들이 나름 각각의 영화사들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부산영상위원회 지원금을 대상으로 경쟁관계에 있다고 볼 수가 있는데 같이 합쳐서 프로젝트를 준비해본다든지 그런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최: 서호빈 감독, 손승웅 감독과도 저예산 장르영화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인 것을 내세우지 말기로 하고, 이제 정기적으로 만나자는 이야기까지는 했다. 그런 절박한 상황까지 온 거다. 여 기서 우리들이 난감한 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이다. 이런 부분을 김휘 감독 말씀처럼 부산영상위원회가 틔어주면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다.

서: 지난 한 두 달 동안 고민해 봤었는데 기획적인 것들 밖에 없는 것 같다. 영화는 계속 찍고 싶은데 생계도 문제고. 예를 들어 부산영상위원회 지원 프로그램에 감독들이나 제작자들이 통합하고 최소 편 수를 줄여가면서 장기적으로 준비를 하여 지원했을 때, 이전과는 뭔가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모인다는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고 그러면서 정보도 교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내 생각에는 조금 더 현실적인 판단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해서 현재 작업하는 것을 그 궤적에 맞춰야 된다고 본다. 트레이닝 목적이긴 하지만 공익적인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아이템이 있어서 장편 데뷔를 하고 싶은데 이를 위한 테스트나 프로파일 영상으로 작업을 하겠다면 말이 된다. 그 다음에 손승웅 감독이 이야기한 영화·영상관련 전공 학생들에 대한 정책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어쨌든 오늘 나왔던 정책적인 프로그램들을 꿰뚫는 필수적인 요건이 콘텐츠다. 거기에 대한 고민은 아주 원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내가 주가 되어 만들었다면, 끊임없이 남의 기호를 판단 하는 이야기로 넘어가다 보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양: 각자 영화를 만들다보니까 같이 상의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없다. 협업을 하면서 배급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있다면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고 충분히 연출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인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성공사례를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야기의 마지막 단계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획과 시나리오가 개인적인 것에 머무르다보면 작품적으로는 좋지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가 힘들어 지는데, 이런 부분들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최: 부산 출신의 작가든, 촬영감독이든, 배우든 그런 사람들과 부산에 있는 감독들을 연계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괜찮은 콘텐츠를 제작해서 그 수익으로 자기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당연히 대상에 대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인력 들과의 연계작업보다는 우선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내가 어떻게 자가 발전하여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 다. 그 방향으로 궤적을 잡아놓고 그 다음에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같이 논의하여 정책적인 지원 요구를 하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 시나리오는 끊임없이 점검받을 수밖에 없다.

최: 대부분의 부산 감독들이 혼자 작업을 많이 하니, 동료와의 코멘트가 중요한 것 같다.

서: 후배들이 서울로 올라가면서 부산에 영화인프라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기술파트 경우는 지역과 별개로 얼마든지 합류 할 수 있더라. 성공사례가 나오는게 최종목표긴 하지만 시도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이든 실패든 왜 그러했는지 기록을 남기고, 추후에 이것을 손승웅 감독 말씀대로 후배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양: 부산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개인적인 고민과 혼재되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든다. 큰 결 론은 못 내렸지만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또 마련되면 좋겠다. 여기서 마친다.

bfc

권 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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