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영화 · 영상 인력을 말하다
부산에는 영화산업이 없다’는 말을 한 번 쯤은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에는 가혹하지만 그 현실을 통관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미루어 부산영화산업이 실체하지 않는다고 단언하자니 이마저도 쉽진 않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한국영화산업결산’에 의하면 부산광역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별 연간 극장 관객 수, 극장 수, 스크린 수, 좌석 수 등의 조사결과에서 서울·경기지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전국 최초의 영상위원회이자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부산영상위원회와 국내 유일의 도심형 스튜디오인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의 대표적인 영상복합문화공간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센텀지구 영화·영상타운 내 영화·영상 관련 기관 및 단체, 업체들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산업’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몇 가지의 요소를 고려하는데, 인력, 콘텐츠, 기술, 자금, 시설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점진적으로 함께 커나가야 해서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건강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부산의 영화산업은 불균형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고 봐야겠다.
그간 부산에서 꾸준히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데는 부산영상위원회의 영화제작 지원사업들이 큰 역할을 해왔다. 국가 단위의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을 통해 한 해 동안 50편에 12억 원을 지원하는데, 시 단위의 부산영상위원회에서 ‘부산지역 영화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2~5편에 2억 원을 지원하니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더하여 부산은 단순 촬영 유치를 넘어 부산지역의 영화산업화를 도모하고자 지자체 최초로 ‘부산영화투자조합1호’와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 등의 영화펀드를 조성하며 부산에 자금이 모일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펼쳐왔다. 앞서 언급한 영화·영상관련 시설의 경우에는 국제적인 규모와 그 위상을 자랑하며 영화도시 부산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관광지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제는 인력이다. 정확히 말하면 현장인력의 부족이다. 부산영상위원회가 2015년도에 실시한 ‘부산영화·영상산업 현황조사’에 의하면 부산지역에는 영화·영상관련 총 19개 대학 165개 학과가 소재한다. 부산영상위원회, 영화의전당, 시청자미디어센터, 부산게임아카데미, 입체영상아카데미 등 다양한 기관에서도 영화·영상산업 관련 인력양성에 힘쓰고 있다. 다만 인력이 배출되기만 할 뿐 현장인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장인력을 육성하는 것은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여 이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산업 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동일선상에서 봐야한다. 부산은 이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다보니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인 지역인재들은 영화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으로 무대를 옮기고 지역에서는 관련학과 전공자 및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개괄적인 교육을 반복하게 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장인력의 부족이 결국에는 영화산업화 환경 조성을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되풀이 되는 것이다.
부산영상위원회는 그간 <영화부산>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영화제작시스템 찾기 – 부산영화인 대담(2014년 7+8+9월호)’, ‘영화도시 부산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2015년 7+8+9월호)’, ‘부산 영화펀드 전망과 과제(2016년 여름호)’ 등의 담론을 제기하며 지역의 영화산업 형성을 위한 심도 있는 고민을 이어왔다. 단순 제작지원이 아닌 지역인력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부산영화산업의 기반을 견고히 하는 데 대두되는 공적역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그 첫 발걸음으로 지역의 영화·영상관련 재직자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6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주력산업육성사업 기업지원부문 디지털콘텐츠분야에 ‘디지털제작 토털패키지를 위한 전문가역량강화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최종 선정되어 2년간 총 8억 원을 지원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스마트콘텐츠 인력양성’, ‘영상 신기술 인력양성’, ‘디지털콘텐츠 배리어프리 인력양성’ 등 총 3개의 교육과정이 마련되었다.
지역의 창의인력을 발굴 및 육성하여 부산영화산업이 로케이션 촬영과 더불어 창작 및 제작단위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획된 ‘스마트콘텐츠 인력양성’은 수도권 영화계와의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여 부산에서 시작된 이야기(콘텐츠)가 영화화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부산지역 작가인력을 대상으로 ‘부산지역 영화 기획·개발 워크숍’을 실시하고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현업 프로듀서와 기획·개발을 진행하며 영화산업현장에서의 경쟁력을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부산의 독창성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여 영화화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기획·개발비를 제공하고 수도권 영화사 대표 및 프로듀서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부산프로젝트 영화 기획·개발 및 매칭 지원’도 실시했다.
지역인력의 기술고도화를 추진하여 해외 시장 진출 경쟁력을 높이는 ‘영상 신기술 인력양성’은 실제 프로젝트와 연계한 현실적인 재직자 업그레이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기업 역량 향상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나 국내 최대 규모의 VFX업체 매크로그래프와 디지털아이디어가 각각 본사 부산이전 및 부산지사 설립 계획을 밝힌 만큼 지역의 영화산업에 미칠 시너지효과도 기대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콘텐츠 배리어프리 인력양성’은 장애인 문화 향유권 보장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데 이어 배리어프리 영상콘텐츠 전문 인력을 육성하여 지역 영화제나 방송국 등에 실습 및 취업을 연계함으로써 공익적 역할도 확대한다. 한편 1차 년도 교육을 마무리한 부산영상위원회는 지난 1년간 지역 인력 320명 육성 및 부산기업 44곳 지원 등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2회 부산광역시 일자리경진대회’에 ‘부산지역 영화·영상 전문 인력 양성 및 일자리 매칭 프로젝트’를 제안해 우수 사업으로 선정되어, 2017년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다. 이는 부산 로케이션 촬영 작품에 부산인력을 매칭하고 로케이션 지원 등 제작지원 인력을 운용하는 ‘제작현장연계 일자리 매칭’과 제작, 연출, 촬영, 조명, 분장, 의상, 편집, 사운드/녹음 등 각 분야별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영화·영상 전문 인력 양성’, 두 방향으로 진행된다. 수도권 및 제작 현장과의 연계를 통한 직접적 인력 매칭으로 지역의 인재유출을 방지하고, 현업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한 실무중심의 교육을 통해 전문성 강화 및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산영상위원회가 지난 10월 런칭한 BMDB(Busan Movie Data Base, 부산영화영상인력DB)를 인력 발굴 및 일자리 매칭을 위한 창구 역할로 운영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영화산업에서 가장 부족한 역량으로 꼽히는 프로듀싱 역량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듯하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영화펀드 운용 및 영상산업센터 2차 증축 등을 발판 삼아 수도권의 제작사 및 프로듀서를 유치하여 부산프로젝트들과 연계하고 공동제작을 도모하는 등의 장기적인 관점의 사업 운영을 통해 부산 인력들이 프로듀싱 과정을 익히고 자체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할 예정이다. 또한 부산영상위원회가 위탁 운영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정규과정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는 프로듀서에게 필요한 전문 지식을 세부적으로 제공하는 교과목 외에도 자신의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졸업 후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워크숍을 제공한다. 그중 한국 교육생은 부산 쿼터 2명을 포함하게 되는데 이는 부산지역 프로듀서 인력 육성의 바탕을 다짐과 동시에 국제공동제작 활성화를 도모하여 부산이 국제 영화비즈니스 허브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일련의 노력들이 촉매가 되어 부산영화산업에 인력, 콘텐츠, 첨단 기술 등이 보완된다면 산업의 자생적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산영상위원회는 향후에도 이를 위한 고민을 놓지 않고 공적 영역에서의 노력을 이어가면서 계획한 사업들을 단계적으로 수행해나가고자 한다.
학생 Interview
“부산에서 계속적으로영화인으로 남을 수 있을지 현실적 대안을 찾기 힘들다”
이태림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부산에 영화관련 공공기관들이 이전해왔지만, 교육 사업을 비롯한 지원 사업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지속적이지 않으며 일회적인 이벤트성이 많다보니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영화제작을 하거나 졸업 후 진로를 찾는 데 있어 필요한 부분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데 반해 학교와 기관, 산업이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없는 현실이다. 특히나 부산에서 계속적으로 영화인으로 남을 수 있을지 현실적 대안을 찾기 힘들다. 학교를 졸업하고 산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재능 있는 인재들이 산업을 찾아 떠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감독 Interview
“최소한 3~5년간은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순수 영화 창작자들을 위한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최용석
부산독립영화협회 공동대표
및 영화사 이유필름 대표
부산은 현재 기존의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제작 지원사업과 최근에 결성된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 등을 통해 실질적인 영화제작의 활성화를 구체적으로 꾀하고 있다. 동시에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독립영화협회의 공동사업으로 부산영화·영상인력데이터베이스 사업도 출범함으로써 부산의 영화·영상인력들의 실질적 참여를 통한 부산 자체만의 영화제작의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전히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촬영 및 조명 등의 인프라가 서울·수도권에 비해 많은 부분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앞서의 프로그램과 사업들이 이제 막 시작하였기에 최소한 3~5년간은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순수 영화 창작자들을 위한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탄탄한 기반 위에서라면 4~5년 후에는 부산이 실질적인 영화·영상산업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헤이는>을 찍으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용석 대표는 “제작비 이야기는 이제 지겹죠”하며 인력 문제를 먼저 꺼냈다. “영화라는 게 시나리오 감독만 있다고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촬영, 기술, 사운드, 분장 등 전문가 집단이 모여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역에는 영화 인력이 풍부하지 않아 스태프들을 서울에서 모셔 와야 하니 어려운 점이 많다. 이번 영화 스태프들은 거의 모교인 경성대 선후배들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다 잠깐 도와주러 내려왔다. 동문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이다.”라 답했다.
스태프 Interview
“어디서든 영화제작을 할 수 있고, 인프라에 대한 우려없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이서현
영화현장 제작팀
한국영화제작현장에 종사한 지 올해 햇수로 4년째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제작을 시작했고, 영화학과에 진학해 영화 이론 및 제작 관련 공부를 하며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영화를 만드는 프로들과 함께 현장에 종사하고자 했던 그때의 바람처럼 지금은 영화제작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협력하며 더 높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된다. 보통은 주변에 영화를 하는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거나, 영화 인력을 찾는 인터넷 사이트, 혹은 영화인 단체들을 통해 현장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후부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의지와 목표에 달려있다.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대학교 때 동기, 선후배, 지인들 중에는 실제 프로들이 있는 현장의 모습을 보고 생각과 다름에 영화를 접고 다른 업에 종사하는 등 현장을 떠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현장은 정말 치열하다. 하루 일 분 일 초의 찰나가 마치 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지나간다.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작사, 배우, 스태프(용역) 등의 인프라가 포괄적으로 필요한데, 부산의 경우 이것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숙박지원 및 로케이션지원 덕분에 현장에서는 부산에 내려가 촬영을 진행하는 것이 예전보다 부담감은 많이 적어졌지만, 이것이 인력이 부산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이유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부산이든 서울이든 지역을 생각하지 않고 어디서든 영화제작을 할 수 있고, 인프라에 대한 우려없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향후에는 부산에서 학교 후배들을 데리고 제작하는 영화가 아닌, 부산에 거주하는 프로페셔널한 영화인들과 제작한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부산영상위원회가 인력을 개발에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
교수 Interview
지역 대학과 함께 하는 제작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이석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
부산지역 영화·영상인력 양성과 관련하여 부산에 영화기술 분야의 강의를 담당할 교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러 학교에서 공통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특히 사운드 분야가 취약하다. 부산지역에는 영화 관련 학과들이 다수 있는데 아쉽게도 산학협력 프로젝트는 전무한 상황이다. 지역 대학과 함께 하는 제작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수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 사업이 잘 운영된다면 학생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부산의 인적 인프라를 다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에서 활동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을 관리하고 산업현장과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트랜스 미디어 등 첨단 영화기술과 미래의 영화에 대한 공동연구 프로젝트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학과 및 대학별 연구소와 연계한 R&D사업은 영상위원회가 꼭 추진해볼 만한 사업이며, 더불어 지역 영화관련 학과의 장비 지원 사업 등도 고려해보면 어떨까 한다. 영상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비 지원을 해도 좋고, 대학별로 특성화 영역에 따라 첨단 장비 지원과 운영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이를 부산독립영화협회 등에게도 개방시키는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전당 등이 지역 영화 전공 학생들에 대해 좀 더 많은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관은 지역 영화전공 학생들에게 무료입장을 시키는 방법,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역 영화학과와 연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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