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한 시대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도 의의를 가지는 일이리라 믿으며, 취재의 기록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열리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그 앞에 붙은 ‘30회’라는 회차는 영화팬의 한 사람으로서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의미심장했다. 이에 부산국제단편영화제 30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30회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사단법인으로 출범해 많은 자료를 참고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의 영화문화의 한 축을 지탱해 온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한 시대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도 의의를 가지는 일이리라 믿으며, 취재의 기록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30회를 되돌아보다
30년이 아닌 30회
30회를 맞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당연히 30주년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올해로 30회! 한국 단편영화제라는 이름으로 1980년에 첫선을 보였으니 연수로는 34년째에 접어드는 명실공히 한국 최장수 단편영화제라 할만하다. 1973년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부산일보 주최의 부일영화상이 사라지고(2008년 부일영화상은 부활한다.) 부산은 잠정적으로 영화인을 위한 행사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1980년, 당시 김사겸 감독과 한국영화인협회 사무국장이던 이성훈 씨 등의 주도로 ‘한국단편영화제’를 만들게 된다. 단편영화가 제대로 조명받기 어려웠던 시절, 운영 등의 이유로 초반 영화제는 격년마다 열리다가 1987년에서야 매해 열리는 영화제가 되었다. 이후 한국단편영화제는 대한민국단편영화제, 한국창작단편영화제, 부산단편영화제 등 이름을 바꾸어가며 명맥을 유지해 간다. 이 시기, 영화제는 지금의 형식이 아닌, 시상식에 가까운 영화제였다. 영화인들의 단편영화를 소개해주는 의미있는 자리이기는 했지만, 부산 시민이나 영화팬들이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는 성격의 행사는 아니었다.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시대로 전환
그러던 영화제는 2000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로 탈바꿈 한다.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시기는 크게 두 가지로 평가 되는데, 첫 번째는 아시아를 아우르는 단편영화제로 그 경계를 넓힌 것이고, 두 번째는 시민과 영화팬이 함께 호흡하는 축제의 영화제로의 변신이다.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국내 및 아시아권에서 제작되는 다양한 단편영화를 소개하고 경향을 읽을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며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창작을 지원하는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축제의 성격 면에서 보자면,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현재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전신인 셈이다. 또한, 이 시기부터는 집행과 운영에서 전수일, 김상화, 박지원을 비롯해 박찬영, 오성로, 정성욱, 박준범 등 부산지역의 젊은 영화인들이 적극 참여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부산의 젊은 영화인들이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의 활성화를 위해 집행부로 참여하였으며 이때부터 2009년까지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까지 주목받는 영화제로 명성을 높여간다.
2010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로
2010년부터는 한국과 아시아로부터 세계로 외연을 넓히고, 전 세계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시도한다. 올해로 4년째인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평가는 이를 수도 있지만 30회를 맞아 역대 최다인 2,225편의 영화가 접수되는 등, 긍정적인 성과도 눈에 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섹션, 부산지역 영화인들의 육성을 위한 오퍼레이션 키노, 매해 국가를 지정해 영화는 물론 문화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주빈국 초청까지,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장편영화제와는 다른 정체성과 다른 단편영화제와의 차별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 중이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여전히 진행중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장밋빛 역사로만 이어져 왔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운영 등의 문제로 내부적으로 잡음이 일었던 적도 있었으며, 1980년대를 지나오면서 영화제가 몇 번이나 유사한 이름들로 바뀐 과정을 미루어 짐작건대 순탄치 않았던 굴곡의 역사가 존재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영화의 도시 부산에, 한국 영화계에, 무엇보다 영화팬들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부산 국제단편영화제는 올해 사단법인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데 무리가 따르는 부분도 많았다. 지난 30회, 34년의 세월 동안 부족했던 문제들이 있었다면, 올해 이후,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방향을 지켜보면서 지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패기와 실험의 영화를 대변하는 것이 단편영화라고 한다면, 그 정신을 이어나가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진취적인 내일을 기대해 보고 싶다.
양 & 차를 만나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양영철 집행위원장과 차민철 수석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목적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정체에 대해 심도있게 들여다보는 것. 심층 인터뷰를 표방한 덕에 긴 시간, 다소 쓸데없는 질문에까지 너그럽게 답을 해준 양영철 위원장, 차민철 프로그래머에게 감사드리며 그날의 대담을 옮긴다.
인터뷰 진행 부산영상위원회 장지욱(이하 장) 인터뷰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양영철 위원장(이하 양)/부산국제단편영화제 차민철 프로그래머(이하 차)
장_ 우선 두 분의 인연을 알고 싶네요. 차_ 프랑스 끌레르몽페랑 단편영화제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일로 만난 게 아니라 우연히 만났죠. 저는 당시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씨네 21> 통신원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양_ 저 같은 경우는 영화제 참석차 갔었습니다. 그게 인연의 시작이 었네요.
장_ 여러 나라의 단편영화를 많이 보실 텐데, 나라별로 차이점 같은 것이 있나요? 차_ 굳이 말씀드린다면, 유럽영화 같은 경우는 조명이나 촬영분야에 대해 축적해 온 노하우나 인식이 달라요, 그만큼 미장센이 뛰어난 영화가 많죠. 이미지 중심이나 실험적인 영화들도 많고요. 반면에 한국 영화나 아시아권 영화는 서사가 강해요.
장_ 따지고 보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생기기도 전에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시작된 것인데…. 왜 하필 단편영화제인가라는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차_ (고민) 단편영화를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먼저 제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어느 정도의 길이를 두고 단편영화라고 하는 걸까요?
장_ 글쎄요, 중편을 포함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기도 하고…. 차_ 프랑스는 이게 정해져 있어요. 보통 60분을 기준으로 짧으면 단편, 길면 장편. 중편을 포함하면 30분에서 60분 사이를 중편으로 두고 전후로 단편, 장편으로 나누고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단순히 구분하자는 게 아니라 단편영화 자체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프 랑스의 경우도 단편영화의 정의나 미학, 배급 문제, 정책적인 부분까지 복합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구분이 가능해지는 거거든요.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한국에서는 그런 장이 아직 부족하죠. 그런 점에서 단편영화제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장_ 한국영화계에서는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차_ 외국에는 단편영화만 만드는 감독이 있어요. 소설이 장편, 단편나뉘는 것처럼. 단편을 만드는 감독이 있고 그 작품이 배급도 되고, 수익도 내고, 그렇게 다음 작품 을 만들 수 있고. 한국의 모 감독이 단편 영화로 깐느에 출품 한 적이 있어요. 상을 못 탔는데도 판권이 삼천만 원에 팔렸죠. 유럽에는 단편영화의 가치가 인정받고, 시장도 형성되어 있어요. 한국은 단편영화에 대한 인식이 다르죠.
장_ 연장선상에서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방향을 한 번 전망해주신다면요? 양_ 영화산업이라는 것이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편영화는 기존 영화산업이 가진 제약과 정형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단편영화 고유의 가치에 대해서 사람들이 고민하고 또 영화의 하나로써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장을 만들기 위해,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도 있겠고, 정책, 시스템적인 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영화제 조직위가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을 했고요. 내부적으로도 앞으로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장_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단편 영화가 있다면 한 편씩 말씀해 주 시죠? 양_ 박정범 감독의 <사경을 헤매다>라는 작품이 있어요. 2001년 부산 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인데요. 영화가 독특했어요. 영화를 해 본 사람 같지도 않고, 아마추어적이면서 신선하고 따뜻했죠. 박정범 감독이 시상대에서도 굉장히 뻘쭘해했어요. 어쩔 줄을 몰라 하더라고요, 그때 저 사람, 휴머니즘이 있구나 느꼈죠. 차_ 그럼 저는 양위원장님과 반대로 좀 차가운 영화를 말씀드릴게요. 크리스 마르케라는 감독의 <환송대>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사에서 가장 전위적인 감독 중 하나로 유명하죠. 그 영화를 보면 영화적 실험이 주는 충격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인터뷰중에 단편영화의 매력이 뭘까 물어봤더니 ‘스탠다드를 벗어나 는 무제약의 가치’ 라는 답이 돌아왔다. 영화산업이 굴레 안에서 영화 본연의 예술성과 자유를 추구하는 것, 단편영화의 매력이 그런 것이구나 느꼈던 시간이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현재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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