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an Actor-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다, 김진혁

Busan Actor-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다, 김진혁

두 배우 뒤로 함께 걸어 나오는 이들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어떠한 노력이나 사연 없이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안에 있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내부 복도에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지원한 작품 포스터와 촬영 현장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8, 90년대 부산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남자 냄새 진하게 나는 무리가 중심인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2011) 포스터도 그 중 하나다. 정직한 2 대 8 가르마를 하고 콧수염을 기른 배우 하정우와 긴 듯 짧은 듯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를 휘날리며 한 손으로는 박자를 맞추듯 걸어 나오는 배우 최민식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여기까지다. 두 배우 뒤로 함께 걸어 나오는 이들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어떠한 노 력이나 사연 없이는.

작은 배역은 없다
유난히 쨍하게 뜨거웠던 여름의 끝자락,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배우 김진혁, 최근 근황을 묻는 말에 이준익 감독의 <소원>(2013)에 대한 이야기로 말 문을 열었다. <소원>에서 서 형사 역을 맡은 그는 배우 설경구의 사투리 지도를 위해 감독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커피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 것이 일종의 오디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개성 강한 스타들을 배출한 경성대학교 연극 영화과를 졸업하고 부산의 극단 하늘개인날에서 부대표로 활동 중인 배우 김진혁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많은 작품에 참여했 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최근작인 <소원>에서부터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2),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2011) 등 장편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단편영화, 드라마, 연극, 무용 등에 이르기까지 활동영역이 상당히 넓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생각으로 매 작품 최선을 다하는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기다리면 대중들에게 좀 더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하며, 특유의 낮고 굵은 목소리로 강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배우로 살아가기란…’으로 시작된 말은 대부분 어렵다거나 힘들다는 부정적인 말로 끝나곤 했다. 굳이 배우라는 직업을 갖지 않아도, 쉽게 납득할 수 있 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부산’이라는 놀이터
하지만 그는 달랐다. 배우 김진혁에게 부산은 어린 시절 뛰어놀던 놀이터와 같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앞으로 나아가고, 가끔은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서기도 했던. 곳곳에 추억이 가득하고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구석구석을 꿰고 있는 놀이터. 물론 그도 150여 편이 넘는 작품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가며 쪽잠을 자는 고단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런 경험은 부산이라는 놀이터에서 더욱 잘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활발한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부산에서 촬영하는 작품에 부산 배우가 필요하다면 중간자 역할도 망설임 없이 해냈다. 현재는 그 경험을 살려 양산 최초의 연기학원인 쉐마액터스쿨을 열고 배우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서울이 아닌 부산, 경남에서도 고급 연기 수업과 경험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스스로가 열심히 다진 땅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다시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로 돌아가 본다. 8, 90년대 부산의 뒷골목 을 배경으로 남자 냄새 진하게 나는 무리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빡빡머리 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바로 부산을 터전으로 자신 만의 스타일로 굳건 히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배우 김진혁이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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