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려 백 년이나 자리를 지켜 온 인도영화를 기념하기 위해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인도영화의 ‘100번째 생일파티’가 진행되고 있다.
인도영화 100주년
인도영화의 100번째 생일
2000년대 들어 인도영화산업의 기세는 마치 낭중지추(囊中之錐)와 같다. 특히 연간 제작편수, 연간 관객수 등 양적 개념에서 보자면 더욱 그렇다.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인도 로컬 영화사와의 합작법인을 세우는 한편, 펀드 조성에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음이다. 1970년대 이후 연평균 700편, 많게는 1,000편에 달하는 영화를 제작하며 명실공히 세계영화산업의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 해온 인도영화는 <용감한 자가 신부를 데려가리Dilwale Dulhania Le Jayenge>(1995), <옴 샨티 옴Om Shanti Om>(2007), <세 얼간이 3 idiots>(2009) 등 호화로운 의상, 화려한 춤과 노래, 감정선의 과잉이 부각되는 소위 ‘발리우드**’ 영화를 앞세워 스타일 측면에서도 높은 인지도와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듯 산업적·예술적으로 그 위상을 떨쳐 온 인도영화에게 2013년은 유독 즐거운 한 해일 수밖에 없는데, 바로 올해가 인도영화의 탄생 100주년이기 때문. 아시아지역의 첫 장편영화가 1912년 일본의 <시오바라 타스케The Story of Tasuke Shiobara>였으니, 바로 다음 해인 1913년에 제작된 인도의 첫 번째 흑백장편무성영화 <라자 하리샨드라Raja Harishchandra> 역시 아시아 영화의 ‘조상님’이라 불린들 이상할 것이 없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려 백 년이나 자리를 지켜 온 인도영화를 기념하기 위해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인도영화의 ‘100번째 생일파티’가 진행되고 있다. <봄베이 토키Bombay Talkies, 2013>
인도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디바카르 바네르지, 아누락 카시압, 조야 악타르, 카란 조하르가 합심했다. 장르 불문, 현대 인도 영화계의 주요 감독으로 손꼽히는 이들이 각각 연출한 20분짜리 단편 영화 네 편을 모아 완성한 옴니버스 <봄베이 토키>가 5월 3일 공개된다. 제작사인 비아콤 18 모션 픽처스(Viacom 18 Motion Pictures)는 3월 25일 유튜브를 통해 트레일러를 공개하면서 <봄베이 토키>를 ‘사랑, 슬픔, 고통 그리고 욕망에 관한 네 감독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참고: Viacom 18 Motion Pictures 웹사이트 http://www.studio18india.com)
전주국제영화제(4.25~5.3)
2006년 고(古) 리트윅 가탁 감독의 사후 30주년을 기념한 회고전 개최와 고(古) 야시 초프라 감독의 <비르와 자라Veer-Zarra>(2004)의 관객 인기상 수상 등 이미 수년 전부터 인도영화와의 인연을 이어 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인도영화 탄생 100 주년을 맞아 ‘불면의 밤-발리우드의 밤’과‘ 비욘드 발리우드Beyond Bollywood’ 특별전을 개최한다. ‘불면의 밤-발리우드의 밤’에서는 인도상업영화의 전형, ‘발리우드’신작들이 상영된다. 발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카리나 카푸르는 로맨틱 코미디물 <하나는 나, 하나는 너 Ek Main Aur Ekk Tu>(2012)에서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리아나’로 분해 실의에 빠진 남주인공 ‘라울(임란 칸 분)’을 세상 속으로 이끌어 내는가 하면, <히로인Heroine>(2012)에서는 쇠락기를 맞이한 여배우로 분해 화려한 발리우드의 어두운 이면을 거침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 ‘비욘드 발리우드’는 말 그대로 발리우드 너머의 다양한 인도영화를 소개하는 장. 다채로운 비 발리우드 영화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현지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로맨스 드라마<Engaeyum Eppothum>(2011)의 고장, 타밀어권에서 제작된 <물새들Neer Paravai>(2012)과 인도 아트하우스 작가들의 고향으로 알려진 동부 벵갈어권의 <언타이틀Untitled>(2012)을 주목해보자. (참고: 전주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http://jiff.or.kr)
칸영화제(5.15~5.26)
1999년 무랄리 나이르의 <사좌Marana Simhasanam>(1999)가 황금카 메라상의 영광을 안은 이래, 칸에서는 2010년 비크라마디티야 모와네의 <로한의 비상Udaan>(2010)의 ‘주목할만한 시선’ 진출을 제외하면 한동안 인도영화 소식이 뜸했다. 인도영화로부터 거리를 두는 듯싶던 칸영화제가 올해 드디어 인도와의 특별한 행사를 진행한다. 2011 년 이집트, 2012년 브라질에 이어 2013년 인도를 주빈국으로 정해, 인도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와 감독을 대거 초청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4월 19일 개최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올해 칸 에서는 ‘갈라 상영-인도에의 헌사Gala Screening-Tribute to India’라는 주제로 <봄베이 토키>를 상영한다. 이외에도 세 편의 인도영화가 초청되었는데, 비평가주간에 <도시락Dabba>, 감독주간에 <어글리Ugly>가 각각 이름을 올렸고 심야상영작으로는 <몬순 총격전 Monsoon Shootout>이 선정되었다. 주목할 점은 네 작품 모두 아누락 카시얍이 연출을 맡았거나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 (참고: 칸영화제 공식홈페이지 http://www.festival-cannes.fr/en)
인도영화의 빛과 그림자, 발리우드의 그늘
2010년, 할리우드와 중국을 제치고 연간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가 제작된 국가에 인도가 이름을 올렸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인도영화산업은 양적인 성장은 물론, 미국 거대자본과의 합작을 통한 해외 진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따르는 법, 21세기 들어 인도에서 배출한 흥행작은 주로 전형적인 발리우드 상업영화였 고, 그마저도 다수가 ‘B급 오락영화’라는 평단의 취급을 면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50년대부터 인도영화의 뉴웨이브를 주도했던 비 발리우드 작가주의영화는 거의 빛을 발하지 못했는데, 1999년 무랄리 나이르가<사좌>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이래 10년 가까이 기존 예술영화 감독들은 물론이요, 주목할 만한 신예 발굴도 부진했다. 비크라마디티야 모와네의 <로한의 비상>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을 뿐이다. 인도 각 주 정부에서 주도하던 영화제작 지원 제도의 소실에 그 탓을 돌릴 수 있을 테다. 공식적으로만 18개의 언어가 통용되는 인도에서는, 90년대 중반까지 다양한 언어와 전통을 지키기 위한 문화 지원사업(영화와 연극이 그 대표적인 수혜산업)이 활발했다. 비 힌디어권의 영화제작자들은 이러한 지원사업을 등에 업고 다양한 아트하우스 영화 제작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90 년대 후반부터 점차 그 지원 규모가 줄어들면서, 비주류 인도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2010년대 들어 인도의 참신한 작가주의 영화들이 마치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신인 감독들의 카메라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아트하우스영화의 거장 샤티야 지트 레이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벵골 출신 산조이 낙의 <아들의 연인 Memories in March>(2010)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 상영을 했던 <아들의 연인>은 종교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인도에서 매우 드물게 제작되는 퀴어영화. 서로를 원망하고 견제하던 양성애자 어머니와 동성애자 아들의 연인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면서 죽은 이를 아름답게 보내게 되는 과정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펀잡어로 제작된 인도영화 중 가장 많은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눈 먼 말을 위한 동냥Anhe Ghore Da Daan>(2011)의 거르빈더 싱 역시 괄목할만하다. <눈먼 말을 위한 동냥>은 현대 펀잡 지방의 계층 간, 세 대 간 갈등을 다분히 사실주의적으로 그려낸 극영화로, 201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오리종티 섹션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된데 이어 아부다비국제중동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평단의 주목을 이끌어 낸 인도영화의 수작이다. 이들 외에도 주 정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주류자본으로부터 떨어져 독립영화인으로서의 길을 모색하는 비주류 신예감독들이 바로 인도영화의 빛이다.
**인도영화 = 발리우드?
우리가 ‘발리우드 영화’라고 부르는 작품들은 뭄바이(과거 봄베이), 델리 등 인도 수도권에서 제작된 영화로, 인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언어인 힌디어를 사용하는 영화를 칭한다. 이는 흔히 ‘맛살라 영화’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인도영화 중에서도 눈에 띄는 호화로운 의상과 신나는 음악,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군무 등 뮤지컬적 특성이 강하게 녹아있는 류의 영화를 일컫는다. 톡 쏘는 매운 향을 내는 향신료 맛살라처럼 관객에게 강렬하고 깊은 인상을 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도에서는 18개의 공식 언어가 사용되는데, 그 때문에 각 지역에 따라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삶의 방식, 문화, 정서 등이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같은 인도영화라 할지라도 모두 발리우드 영화처럼 뮤지컬 형식의 코믹한 요소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 전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의 다채로운 미학을 ‘발리우드’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범주화하는 것은 인도영화에 대한 다소 비약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참고: Wikipedia – Cinema of India
추천, 인도 아트하우스 영화
<로한의 비상>(2010)
감독 | 비크라마디티야 모와네
주연 | 라잣 바르메차, 로닛 로이
시를 쓰며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소년이 억압적인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날개를 펼쳐가는‘용기’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화.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으로 삶을 향해 다가가는 로한의 날갯짓이 몹시도‘ 청춘’이다.
<검은 금요일 Black Friday>(2004)
감독 | 아누락 카시압
주연 | 파밴 말호트라, 디비엔두 바타차리아
1993년 봄베이 테러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작품. 인도 내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의 대립이 계속되고, 종국에는 대물림된 복수로 인해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마는 인도 사회 저변의 오래된 문제를 작가적 시각으로 재조명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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