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영화의 명소를 찾아떠나는 그들만의 짧은여행! 해운대 제2탄

맛과 영화의 명소를 찾아떠나는 그들만의 짧은여행! 해운대 제2탄

영화속의 삶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이든 아니든 우리는 변해가야만 한다. 어느 문인의 글처 럼 숲속에서 잠을 깨듯이 젊고 튼튼한 상수리나무가 되어 이 가을 우리는 다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06-1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90의1 헤블러. 건반으로부터 이미 자유로워진 피아노선율은 슈베르트의 슬픈 사랑의 미 완성을 위로하려는 듯 A에서 C까지의 폭넓은 음역을 넘나들며, 희고 검 은 목각들 사이로 유영하듯 미끄러져 내려간다. 현에게 고하라! 태양의 제국과도 같았던 지난여름의 횡포를, 추억의 끝 자락에 매달린 묵은 감정들을, 이제는 걷어내려 한다고.

이따금씩 새벽녘, 잠결에 찬 공기라도 스치게 되면, 어느새 습관처럼 짜 증나는 몸부림으로 발아래 나뒹구는 이불을 쭈욱 끌어당기는 자신을 발 견하고는, 과연 얼마전 여름을 이토록 쉬이 잊을 수 있단 말인가…하는 간사함, 그것과 직면한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감춘다는 것이 겨우 돌아누 워선,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한 적이 요 며칠 새 잦았다.

여름은 어떤 이유로든 누구에게나 특별했으리라. 구심점을 잃고 늘어진 현기증 나는 태양만으로도, 혹은 해운대 바닷가 모 래위에 꾹꾹 찍어 논 무수한 발자국만큼이나, 가슴 한 켠에 묻어두었을 추억들이 있어 계절은 언제나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게 마련이다. 오래되지 않아 이것들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기에…

06-2이슬 머금은 매미의 울음소리도, 먼지 풀풀 날리며 내 앞을 무례하게 지 나가던 시골버스, 내 키보다 더 커, 잠시 겁먹었던 뜨거운 태양아래 옥수 수 서리도, 어깨위로 후두둑 떨어지던 소나기의 장난스러움을… 이른 아침의 해안선을 기억하는가. 태양이 채 무르익기도 전, 서서히 실 체를 드러내며 작열하는 그 이글거림이란 마치 먹이를 눈    앞에 둔 포효하 는 사자를 연상케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던져진 이 가을 역 시, 지나가버린 수만 번의 가을과 닥쳐올 수만 번의 가을 사이에 낀 단 한 번의 그 덧없는 가을일지라 도….어김없이 제 멋대로 왔다 가 또 그렇게 스쳐 갈 것이다.

06-5자!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 러함에도 불구하고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며, 독 서의 계절이고, 촬영하 기 딱 좋은 계절이며, 부산에서 영화제와 영 화관련 국제 행사를 개최하는 잊어서는 안 될(물론 갠 적으로 각 자의 사연에 따라 잊을 수도 있겠지 만) 계절이다.^^ 들녘을 향해 날아든 이름모를 새들과, 무성한 엉겅퀴의 아름다운 화해를 시적 은유로 풀어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 러므로 이 가을에 칸영화제가 초청에 마지않을 불후의 명작 한 편쯤 부산 을 배경으로, 제작되어야함은 마땅하지 않을까?

06-4물결의 유혹으로 흔들어대는 요트 끝자락에 매달린 호사스런 꿈들, 해안 을 둘러싼 특급호텔들의 이국적 정취와, 넘쳐나는 해운대의 열기가 부담 스러웠다면, 올 가을에는 달맞이 언덕을 유선형으로 끼고 돌아 조금만 눈 높이를 낮추어도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편히 둘러 볼 수 있는, 시골장이 살아있고 어촌마을의 애환과 표현의 질펀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장 을 찾아가보자. 부산이 가진 야누스의 두 얼굴은 산봉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듯 절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곳, 동해안의 해돋이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장관(壯琯) 아니겠는 가‘. 금강산도식후경‘이라는옛말을굳이들먹이지않아도우리는먹고 살기위해- 라는 어순(語循)에 맞춰 먹거리의 즐거움은 어딜 가나 수반되 어야 한다. 일광으로 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동해안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절경의 용궁사가 그 주변으로는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일용할 양식들이 입맛대로 늘어서 있다. 식성이 까다로우면 까다로운 대로, 분위기가 필요하면 어디 분위기 있는 곳을 찾아서 들어가자.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무드 를 선사하지 않겠는가!

06-3자동차로 10여분을 달려가다 보면 조그마한 시골의 간이역을 만날 수 있 다. 이름하야‘일광 역‘ 휴먼 드라마 영화 <우리형>가 이 곳 이천리 주민 들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약3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 다. 부산광역시와 기장군청의 지원하에 올여름 구슬땀을 쏟아 부은 영화 <우리형>은 원빈의 개성만땅 갱상도(어거지 형) 사투리와, 어눌함이의 미학을 보여줄 신하균의 섬세한 연기로 이 곳 기장일대를 영화촬영을 통 해 올해 최대 관광지로 발돋움 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몰려드는 일본관광객들의 욘사마 열풍이 과연 언제까 지 계속될지 추이를 지켜보면서 원빈과 신하균의 싹슬이형 광풍을 사뭇 기대해 본다. 일광역앞 이천천 다리(이천교)를 삐그덕 거리는 자전거의 폐달을 힘차게 밞으며 누빌 원빈의 장난스런 표정들을 상상해보라.
어쩌면 그 다리는 또 다른 변신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꿈을 찾아 떠나는 가교라고 할 수 있겠다. 착한 형아, 신하균 – 약간의 장애를 가진(언챙이), 그래서 쪽팔리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동생 원빈에게 늘 미안한… 함께 하기엔 영 그림이 안 나오는 연년생 형아, 그러나, 피를 나눔으로 인해, 동생보다 한 힘 딸리 지만, 깡으로 혹은, 그들보다 조금 더 나은 머리로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에 이끌려 쫄바지 패거리들에게 당당히 맞섰건만, 복습 없는 어설픈 몸짓에 허공만 휘저으며, 이내 꼬꾸라지는데, 대신 얻어터지므로 나마 형아의 의무에 충실한 범생이 형 신하균.
이들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담아낼 이 곳 기장군 이천리 앞 전경이 가을 날…평화롭기 그지없다. u턴할 마땅한 여유 공간을 찾는다면, 곧이어 펼쳐질 소박한 임랑 해수욕 장도 놓치지 마시길…. 영화<우리형>의 촬영으로 몰리는 인파가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이 두렵 긴 하나, 임랑 해수욕장이 주는 여유로움은 한마디로‘이보다 더 소박한아름다움은 없다’이다. 시야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은 하나도 남기지 말고 퍼가자. 기억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각막의 안쪽 깊은 홍채에 머물게 하고, 그리하여 먼 훗날…그때의 추억이 절실한 어느날, 커다란 위안으 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의 가을은 풍성함으로 보상 받는다. 영화속의 삶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이든 아니든 우리는 변해가야만 한다. 어느 문인의 글처 럼 숲속에서 잠을 깨듯이 젊고 튼튼한 상수리나무가 되어 이 가을 우리는 다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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