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부산영상위원회 스튜디오운영담당 김윤재 팀장이 자원했으며, 특정 주제 없이 일반 관객 입장에서 시시콜콜 물었다.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났던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양식당에서 박철민씨를 만났다.
배우 박철민씨가 올해 부산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올 상반기 그가 출연한 영화 두 편이나 부산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박철민씨는, 부산 사직야구장, 김해 상동구장 등에서 촬영한 롯데 자이언츠 소재 야구영화 <투혼>에서는 야구 감독으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부산 출신 현정화 선수가 사상 첫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해 우승한 실화를 영화로 옮긴 <Korea>에서 탁구 코치로 출연했다.
부산과는 별 인연도 연고도 없었는데 영화 두 편을 찍으면서 박철민씨가 체감한 부산에 대한 느낌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박철민씨는 부산에 와서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자는 <부산파랑>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연일 퍼붓는 폭우 탓에 출연 중인 드라마 <무사 백동수> 촬영일정이 꼬이는 등 몇 가지 사정으로 부득이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인터뷰는 부산영상위원회 스튜디오운영담당 김윤재 팀장이 자원했으며, 특정 주제 없이 일반 관객 입장에서 시시콜콜 물었다.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났던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양식당에서 박철민씨를 만났다. (편집자)
충무로에서 시나리오를 가장 많이 받는 배우라고 하던데, 요즘 근황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내일 개봉이며, 다음주 <7광구>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원작이 100만부 이상 팔린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어른·아이 관객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저는 원작에는 없었던 수다쟁이 수달 ‘달수’목소리를 연기했고요.
연출자 오성윤 감독이 “박철민의 애드리브에 맞춰 수달의 입 모양과 표정 을 다시 그렸다”고 할 정도였다는데, 첫 목소리 연기는 어떠셨는지요?
뻔뻔하게 입담을 과시하는 야생 수달이었기에 애드리브도 마음껏 발휘해 볼 수 있었고, 특히나 고향말인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게 되어 수달 캐릭터의 맛과 느낌이 더 살 수 있었어요. 입체적이고 독창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요즘“수달 때문에 분위기 산다”이런 말 들을 때 행복합니다.
수달의 얼굴이 볼수록 박철민씨를 닮은 느낌이 들던데요?
배우와 캐릭터의 놀라운 ‘싱크로율’이라고 많이들 말씀해주시는데, 딱히 어디가 닮았다기 보단 전체적인 느낌이 닮지 않았나요? 처음 밑그림 위에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말의 느낌, 손동작, 표정 등이 더해진 과정들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다음주 개봉하는 <7광구>에서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7광구>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에서 벌어지는 심해 괴생명체와 대원들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거기서 저는‘상구’역할입니다. 불같은 엔지니어 노동자인데, 후배를 갈구고 군기도 잡고, 그러다 괴물이 나타나면 겁에 질려 도망 다니다가 마지막엔 친구를 구하고 죽는 역할입니다. 아, 근데 이렇게 결론을 말해도 되나요?^^
공개된 스틸 컷들을 보니 몸 좋으시던데요?
기름밥 먹는 친구라 근육 좀 만들었습니다.^^ 강도 높은 트레이닝은 못하고 민소매 입고 나오기 때문에 어깨 근육만 만들었죠. 늘 팔굽혀펴기만 하고…
작품마다 감칠맛 나는 애드리브로 활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유행어도 많고요.
제가 까불대고 독특하게 튀고 오버했던 연기들 속에 대중들이 기억하는 유행어가 몇 가지 있는 것 같아요. <목포는 항구다>에서 “‘쉭쉭’ 이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녀~” 라거나 드라마 <뉴하트>에서 “뒤질랜드” 뭐이렇게 욕 비슷한 갈구는 소리들이 일상어처럼 쓰면서 더 기억해 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했던 대사들이 일상에서 쓰여지고 그러면서 저를 기억해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그래서 역작용만 없다면 저는 너무나 행복하고요.
부산에서도 촬영을 많이 하셨죠? 얼마 전 <투혼> 촬영으로 부산에 오셨던데요.
롯데자이언츠 2군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감독 역할입니다. 마산구장에서 3주, 상동 롯데자이언츠 2군 구장에서 2주, 사직구장에서 1주해서 거의 뭐 곳곳의 야구장들을 돌아다니며 찍었어요. 부산은 특히나 야구의 도시 아닙니까? 야구에 대한 열정, 사랑을 듬뿍 느끼면서 그 한복판에 있었기에 부산 사나이가 된 거 마냥 부산이 친숙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아마추어 야구단도 하신다던데요?
‘비광’이라는 아마추어 동호인 야구단을 하는데, 제가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김현석 감독, 권기율씨 같은 영화인들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 직장인, 샐러리맨들이고, 술집사장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이름대로 정말 아마추어 동호회입니다. 하지만 그 팀에서 야구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야구 얘기하시니 얼굴빛이 달라지셨어요? 정말 행복해보이세요.
어렸을 때 저에게 ‘야구가 맞나? 연기가 맞나?’ 두 가지를 가지고 고민했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어요. 연기도 너무 좋아하지만 이제 연기가 직업이 되다보니 더 잘해야 된다는 고민과 못했을 때의 좌절과 고통이 있는데, 야구는 한다는 자체만으로 즐기게 되고, 다음날 경기가 있다고 하면 개봉하기 전날보다 더 설레입니다.
출연작인 <스카우트>도 야구와 관련된 영화였죠?
그 영화에선 제가 직접 야구하는 씬은 없었고, 이번 <투혼>에서는 끊임없이 연습게임하고, 야구하면서 촬영했어요. 과거 회상장면에서 홈런치는 부분이 있었는데, 제가 실제로 제대로 쳤어요. 펜스를 넘기진 못했지만… 홈런효과에 맞는 통쾌한 볼을 쳐서 두 번 만에 오케이가 났죠. CG비용 300만원 벌었다고, 감독과 스태프들의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였어요.
영화뿐만 아니라 TV에서도 활약이 대단하십니다. <무사 백동수> 출연중이시죠?
미친놈이죠 잡놈이고. 끊임없이 절대악을 표출하는 인물로 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역할입니다
연극, 영화 그리고 드라마 연기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나요?
뭐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다 독특한거 같아요. 연극은 대중을 직접 만나는 설레임과 거기서 발생하는 어떤 에너지가 있고, 관객들의 느낌이나 날씨, 분위기나 저의 컨디션에 따라 늘 새로운 작품으로 살아나는 장점이 있어요. 드라마는 안방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반응이 즉각적이고 파급력이 엄청납니다. 늘 관심 받고 사랑받고 박수 받고 싶은 사람한테는 엄청난 장르이기도 하고요. 영화는 TV와 달리 좀 더 디테일하고 깊게 준비하면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끝냈을 때의 성취감이 더 큰 거 같아요. 또 큰 스크린에서 보기 때문에 나의 매력들을 듬뿍 크게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장점이 있고요.
그럼 장르와 관계없이 앞으로 연기하고픈 캐릭터가 따로 있으신가요?
없는데… 굳이 찾자면 조금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쉬운 말로 ‘바보’라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인물이 세상을 보고, 사람을 사랑하고, 친구를 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은데, 쉽진 않네요.
그간은 주로 웃음을 주는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셨는데, 혹시 오락프로그램이나 버라이어티 MC 등으로 제안 받으신 적은 없나요?
글쎄요, 제가 좀 울렁증이 있어요. 예능은 즉흥적으로 순간순간 재치가 발휘되어야 하는데, 제가 그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더라고요. 몇 번 출연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엔 겸손하게 사양하고 있습니다. 역시 제게는 준비하고 협의하고 상의해서 만들어가는 영화나 드라마쪽이 훨씬 어울리는 것 같고, 연기자는 연기하고 예능인은 예능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같은 배우지만‘저 배우 정말 연기 잘 하는구나’라고 인정되는 배우가 있다면?
뭐 한두명이 아니죠. <타워>를 같이 찍은 김성오씨.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씨 비서로 나왔던 이 친구 아주 순발력이 있어요. 자기 배역을 연구하고 분석해서 현장에 다양한 설정들을 가지고 와서 감독과 끊임없이 상의하고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보이고, 내거 덜 가졌던 부분들을 요즘 젊은 친구들은 더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것을 느껴요. 또 송새벽씨. <7광구>를 비롯해서 3편 같이하며 지켜봤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에요. 얼핏 보기에는 비슷한 말투에 엇박자의 코미디가 반복되는 연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거기에는 또 철저한 계산과 준비가 있고 캐릭터 분석과 치열한 고민으로 그런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한국을 대표하는‘명품조연’‘명품배우’라고 해도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글쎄요, 저는 연기 지망하는 후배든, 사회생활을 바로 목전에 둔 후배든 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게 가장 행복한 건가! 잘 살고 싶고, 신나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데, 지름길은 없지만 굳이 따져가자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가는게 가장 빠른 행복의 지름길이 아닌가. 경제적으로 힘들 수 있고 고난과 역경이 닥칠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헤치고 딛고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으면서 완전한 인생에 다가가기도 하지만, 그 차제도 재미있고 행복하고 즐겁지 않을까요?
부산영상위원회에서도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지원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중인데, 어떤게 좋을까요? 한마디 해 주세요.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연기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로, 서울로만 가려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서울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거 같아요. 하지만 부산영상위원회 같은 기관에서 지역에서 활발하게 연기자의 꿈, 영화의 꿈, 연출의 꿈, 스태프의 꿈을 꿀 수 있게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좋은 스승을 만나게 해주고, 선배를 만나게 해주고, 지금 현역에 몸담고 있는 배우와 감독들을 자주 만나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번, 세번 자주 만나면서 먼저 출발한 사람들에게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가장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박철민씨도 기꺼이 부산에 와서 연기지망생들을 만나실 수 있다는 말 씀이신가요?
그럼요! 저는 일단 부산가는 게 행복하니까 촬영 일정에 문제가 없다면, 그런 꿈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 앞에서 거창하게 강의라고 하긴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차 한잔 하거나 소주 한잔 하면서 제가 경험했고 거쳐왔던 길들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아주 세세하게, 낱낱이 이야기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좀 지난 얘기이지만, 한동안 박철민씨의‘시상소감’이 화제였잖아요.
당시 거제도에서 <위험한 상견례>를 찍는 중이었는데, 시상 요청이 왔어요. 후보에도 못 올랐고 촬영중이고 해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거기 가서 우리 영화 홍보도 해주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뻔한 홍보하는 걸 싫어하는데, 제 방식으로 독특하게 해보라는 거에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역설적으로 해보자, 시상소감을 해볼까 하니 반응들이 좋더라구요. 촬영장에서 리허설 한번 했더니 완전 대박이 난거죠. 덕분에 영화홍보도 자연스럽게 하고, 검색어 순위 1위도 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가족들 반응은?
관심도 없고. 자기들 공부나 생활에 바쁘고 집사람도 제 작품 모니터하거나 하는 편이 아니라서… 딸들은 심지어 친구들 통해서 들었대요. 그러면서 “그만 이야기 좀 해. 우리들 그만 팔아먹어”그런 무심한 반응들…^^
오히려 딸들과 사이가 참 좋은 아빠처럼 들리는데요. 근데 <마당을 나온 암탉> VIP 시사 회도 외면 당하셨다면서요?
<해리 포터…>에 밀렸죠. 시사회 당일 아침 아내가 설득해도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극장가서 본다고는 하니.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나면 제 딸들도 제게 좀 다른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여러가지 불편을 감수하고 영화촬영에 적극 협조해주는 부산시민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도시가 더 아름다워지려면 생동감 있어야 하고, 문화 예술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은 국제영화제와 부산영상위원회의 큰 역할 덕에 좀 더 행복하고, 신나고 매력있는 도시로 살아나는 거 같아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촬영에 힘써주시는 관계 기관과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고요. 앞으로 더 큰 사랑을 기대하고 늘 부산을 찾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1967년 광주 출생.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졸. 1988년 극단 ‘현장’ 단원으로 연극계에 데뷔한 후 연극과 노래극 등에 출연하였으며,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스카우트> <위험한 상견례>등 40여편의 영화와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최근 개봉 출연작
7광구(2011) 도상구역
한반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에서 벌어지는 심해 괴생명체와 대원들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 터프한 성격의시추 장비 매니저 ‘상구’역
마당을 나온 암탉(2011) 달수(목소리)역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 ‘잎싹’과 청둥오리 ‘초록’의 꿈 과 자유를 향한 용감한 도전을 그린 작품. 원작에 없는 수달 ‘달수’의 목 소리 연기로 시종 웃음을 주는 감초 캐릭터
수상한 고객들(2010) 오상열역
불순한 의도를 품고 생명보험에 가 입한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험판매원의 이야기. 잘나가는 보험사 부장에서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된 기러기 아빠 역할
위험한 상견례(2010) 대식역
전라도의 ‘전’자만 들어도 흥분하고, 태어날때부터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 했던 골수 경상도 집안의 딸과 그녀를 사랑해 결혼까지 결심하는 전라도 남자의 이야기. 현준 아버지 세동이 운영중인 광주동양나이트클럽의 자칭 2인자 ‘대식’역

시라노;연애조작단(2010) 철빈역
성공률 100%에 도전하는 ‘시라노 에이전시’가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대신해 연애를 이뤄주는 연애조작단의 이야기. ‘시라노 에이전시’의 맏형이자 작전 대본과 의뢰인의 관상, 역술을 담당하는 ‘철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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