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담대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부산 영화 제작사 이야기

부산지역 영화 제작사가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신생 제작사는 첫 장편 영화를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첫 장편 만들기의 어려움을 알기에 그들의 정열과 패기가 가슴으로 전해진다. 기존 제작사도 신작을 발표했거나 새로운 작품 만들기에 돌입했다. 침체한 제작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꿋꿋한 버팀목이다. 일부는 서울 충무로 위주의 영화 제작 관행을 벗어던지려는 시도도 한다. 움직임이 신선하다.

신생 영화 제작사 중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단연 발콘이다. 발콘은 첫 장편영화 <카멜리아>를 만들어 올 하반기 관객에게 선을 보인다.<카멜리아>는 여러 면에서 관객과 영화인의 시선을 모으는 작품이다. 먼저 영화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 3명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다는 자체만으로 관객의 관심을 끈다. 감독들은 사랑 이야기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영상에 풀어놓았다. 태국 위싯 사사나티엥 감독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 <아이언 푸시(Iron Pussy)>를 영상에 담았고 일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한국과 일본 남녀의 사랑 이야기, <카모메(Kamome)>를 펼친다.<지구를 지켜라>를 연출해 호평을 받았던 장준환 감독은 사랑을 팔고 사는 미래, <러브 포 세일 (Love for Sale)>을 담담하게 그렸다.

<카멜리아>는 캐스팅에서도 빛을 발한다. 설경구,강동원,송혜교,김민준 등이 주인공을 맡았다. 국내 최고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신생 제작사 답지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최고의 제작 인력과 기술을 결집해 만든 작품’이라는 발콘 측의 설명이 단순한 홍보용 문구만은 아니라는 증거다. <카멜리아>를 부산에서 100% 촬영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세계 유명 도시를 영화의 주요 테마로 한 작품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랑해,파리> 등을 떠올리게 한다. 감천동, 다대포 등 영화 배경 속에 표현 될 부산의 아름다움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어 올린다.

고스트라이터 필름이 만든 첫 장편영화 <이파네마 소년>도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신예 김기훈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 평론상과 CJ-CGV 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해 진가를 발휘했다. <이파네마 소년>을 심사한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사랑과 이별, 현재의 기억 앞에서 망설이는 청춘의 모습을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세련된 영상미로 표현했다”라고 호평 했다. 이 영화는 부산과 일본 삿포로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기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이렇게 말했다. “멜로라는 장르 안에서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이미 외국 영화제와 여러 배급사가 관심을 표명했다. 부산시와 삿포로시가 두 도시의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본 영화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김기훈 감독과 <이파네마 소년>의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신생 제작사 필름 문도 <이방인들>이란 첫 장편 영화를 준비 중이다. 최용석 감독은 “범죄 영화인데 인물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공장 화재사고로 인한 부모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자신의 아픈 과거와 기억을 찾는 내용이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서울과 부산 배우를 캐스팅할 예정이다. 기존 영화 제작사의 활약도 눈부시다. 진진 엔터테인먼트 필름의 진승현 감독이 만든 영화 <7월 32일>은 지난 4월 전국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부산에서 만든 저예산 영화가 전국 개봉관에서 상영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고은 선생의 ‘만월’을 각색한 작품으로 완성도를 높인 점이 배급사의 관심을 끌었다. 진 감독은 “각색만 100번 이상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라고 말할 정도다. 김 감독은 차기작으로 <어디로 갈까요(가제)>라는 작품도 준비 중이다.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일상 탈출을 시도하는 30대 주부 이야기의 로드 무비로, 오는 8월 말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 이밖에 오렌지 시네마의 허은희 감독도 영화 <심장이 뛰네>를 만들었고 동녘필름 전수일 감독도 <핑크>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 영화 제작사 제니스는 충무로 위주의 제작 틀을 깨려고 시도한다. 제니스는 지난해 부산에 설립한 분점을 위주로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인력도 자본도 서울로, 서울로’ 를 외치는 영화계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제니스 측은 “부산에도 영화 제작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 무조건 ‘서울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산에서 영화를 제작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 화 <추격자>를 연출해 흥행에 성공한 나홍진 감독은 차기작 <황해>를 만들면서 부산 주요 간선로를 막고 촬영했다. 이는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니스는 현재 골프를 주제로 한 휴먼 코미디 영화 <100%>를 부산과 통영에서 촬영 중이다. 부산에서 분점 형태의 제작사를 운영하는 드림슈거 픽쳐스도 최근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남한의 월드컵 중계를 듣기 위해 목숨을 거는 DMZ 내 북한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를 개봉했다.

최근 부산지역 제작사가 신작을 잇따라 선보이는 것은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위에 언급한 영화는 대부분 부산영상위원회의 장편극영화 지원비로 3천만 원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 투자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수천만 원을 지원받는 것은 큰 혜택이다. 필름 문의 최용석 감독은 “프랑스를 제외하고 영화 제작에 지원비를 주는 국가는 거의 없다”며 “외국 영화감독은 부산의 영화제작 지원 시스템을 상당히 부러워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탄탄한 제작 지원 시스템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작품 만들기에 주력하는 부산 영화 제작사의 분전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 이제 부산 영화 제작계의 기대주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발콘, 제니스, 필름 문이 그들이다. 그들은 영화에 대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영화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발콘

좋은 시나리오와 기획이 있으면 투자는 따라오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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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콘의 이승진 프로듀서(좌)와 부산일보 김종균 기자

그는 시원시원했다. 말도 성격도 생김새도 그랬다. 그는 영화제작사 발콘의 프로듀서 이승진 씨다. 촉망받는 신생 제작사의 프로듀서로서 자신감도 충만했다. 제작사 대표인 오석근 감독과 함께 발콘을 이끄는 그를 본 첫 느낌이다. 발콘에 가면 꼭 물어봐야지 했던 것, 질문했다. 바로 투자 부문이다. 영화 제작사 업무 중 가장 어려운 게 투자를 받는 일이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 제작사가 외부 투자를 받는 일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발콘은 영화 <카멜리아>를 만들면서 서울지역 창업투자회사와 부산지역 기업, 부산시 등에서 총 15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를 받은 노하우는 무엇일까? 이승진 프로듀서는 “영화를 만들 때 투자를 받으려면 기획안이 투자사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타켓 관객층과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기획안 속에 녹여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특히 영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시아 대표 감독 3명이 연출한 <카멜리아>는 영화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과 ‘부산’이라는 도시를 융합한 시나리오로 투자사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기본 줄거리만 제시하고 세밀한 대사와 표현은 철저하게 감독에게 맡겨 각각 독특한 영상을 만들어 낸 것이 주효했단다. 진부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감독 3명이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연출한 내용이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 프로듀서는 “부산에는 재미있고 새로운 형식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작가가 부족해 아쉽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제작사가 오래 버티는 힘은 좋은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작가를 키우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투자사는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거금을 내놓기 때문에 좋은 시나리오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란다.

투자를 받은 뒤 흥행작을 만들려면 배우 캐스팅도 중요하다. 캐스팅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물었다. 그는 ‘인맥’이라고 짧지만 강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 감독의 연출력도 큰 역할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고현정 등 유명 배우가 출연료를 거의 받지 않고 출연하는 것도 홍상수라는 감독의 연출력을 믿기 때문이다. 배우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해 자신의 연기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 <카멜리아>에는 강동원, 송혜교, 설경구 등 국내 최고 배 우가 출연한다. 이들 배우는 카멜리아의 시나리오도 좋지만 아시아 대표 감독들(장준환, 위싯 사사나티엥, 유키사다 이사오)의 탁월한 연출력을 믿고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인터뷰 도중 발콘은 투자사와의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다. 발콘은 그동안 제작사가 소홀했거 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것을 시도하려고 했다. 바로 투자금 사용처를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다. 이 프로듀서 는 발콘 측은 “영화가 수익이 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투자금 사용처를 정확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투자사와 제작사간 신뢰가 쌓이고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생긴단다.

이런 시도는 발콘이 앞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확하고 투명한 투자금 사용은 발콘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사실 발콘은 설립 당시부터 부산 영화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2007년 6월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투자해 설립했기 때문이다. 대표도 장편 영화 <101번째 프로포즈> <연애> 등을 연출해 관객의 호평을 얻은 오석근 감독이다. 이런 태생적 환경이 영화인의 관심을 끌었지만 발콘의 발전과 성장 여부는 순전히 올곧은 마음 자세와 참신한 기획력에 달려 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신뢰’라는 말을 다시 생각했다. 불신의 시대에 상대를 믿는다는 건 모든 것을 거는 것이다. 발콘의 초심인 신뢰가 빛을 발하기를 기다린다. 아울러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뤄지길 바란다.

(주)제니스픽쳐스

부산은 좋은 제작 시스템과 더불어 잠재력 있는 배우가 많아

3_8영화 제작사 제니스의 김두찬 대표는 겸손했다. 제목만 말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영화를 상당수 만들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그는 서울 위주의 제작 관행도 벗어던지고 싶어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부산을 근거지로 영화 제작에 나서겠단다.

제니스는 <두사부일체> <미스터 콘돔> <홍반장> <B형 남자친구> <남자이야기> 등 모두 11편을 만든 역량 있는 회사다. 이런 제작사가 지난해 3월 부산에 분원을 설립했고 이제 부산을 주무대로 삼고 싶단다. 이유가 궁금했다.

김두찬 대표는 “부산은 영화 제작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를 계속 만든게 된 계기”라고 대답했다. 김 대표는 작가도 부산에 머물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했단다. 서울 과 부산은 앞으로 KTX로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사업하는데 지리적 거리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 다. 지금까지는 투자와 캐스팅을 서울에서 주로 담당하고 부산 분원은 영화 촬영과 전체적인 진행을 맡는 이원 체제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김 대표도 주로 서울에 머물렀고 한 달에 한두 번만 부산을 찾았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김 대표도 부산에 거주하면서 한 달에 한두 번 서울에 올라가 일할 예정이다. 영화 제작 기반이 미약한 부산이 사업하는데 오히려 유리하다는 역발상이 놀랍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김 대표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김 대표는 영화 제작 이외에 배우 에이 전시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싶어했다. 김 대표는 “부산은 기본적인 영화 제작 시스템인 배우의 프로필 자료도 제대로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배우의 프로필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각 영화에서 지역 배우가 캐스팅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니스픽쳐스 김두찬 대표

제니스픽쳐스 김두찬 대표

그의 새로운 사업 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부산에서 영화 아카데미인 ‘액터 스쿨’을 운영 중이다. 부산에서 안정적인 영화 제작 체계를 구축하려는 또 하나의 방편이다. 부산지역 연기 지망생 에게 서울보다 적은 비용으로 연기를 가르쳐 인재를 키우고, 지속적인 자금 공급원을 마련하려는 방 안이다. 김두찬 대표는 “액터 스쿨 입시생 16명 중 15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아역 배우도 상당수 드라마에 캐스팅됐다”라고 은근슬쩍 자랑했다. 특히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후속작인 ‘제빵왕 김탁구’에 액터 스쿨 아역 연기자 3명이 출연하게 됐단다. 액터 스쿨의 연기 지도가 빛을 발한 장면이다. 이는 부산에 각종 오디션을 유치한 것도 큰 보탬이 됐다. 앞으로 제니스가 제작하는 영화에는 액터 스쿨 출신 연기자를 반드시 캐스팅할 계획이다. 제니스가 제작 중인 휴먼 코미디 영화 <100%>에도 부산지역 연기자를 발굴해 출연 시킬 예정이다.

김 대표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드라마 제작도 해보고 싶다”라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영화 <두사부일체>를 뮤지컬로 만들고 싶단다. ‘점프’의 무술과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그는 “뮤지컬이 끝날 때까지 춤과 노래. 멋있는 액션과 퍼포먼스를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다”라고 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내내 즐거웠고 유쾌했다. 그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을 즐기고 행복을 느낀다는 그가 부럽기도 했다. 본업인 영화 제작에 집중하면서 새로 추진하는 사업도 충실하게 키워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필름 문

새로운 제작 시스템 도입으로 경쟁력 있는 영화제작 하고파

영화 제작사 필름 문은 젊다. 제작자와 감독이 모두 30대 초반이다. 젊다는 것은 패기와 같은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무조건 매달리고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할 용기는 바로 패기에서 나온다. 필름 문의 대표 이재석 씨와 감독 최용석 씨도 그랬다. 인터뷰 내내 영화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재석 대표는 제작사를 만든 계기부터 말했다. 영화 <제외될 수 없는>으로 지난 2007년 시네마디지털 서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분에 진출했던 최용석 감독과 함께 제대로 된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 지난 2008년 회사를 차렸단다. 이 대표도 지난 1998년부터 단편영화 <입춘>, <체온>, <연>, <여자>에 서 제작부 팀원으로 참여해 노하우를 축적했다. 최용석 감독은 지난 1998년 전수일 감독의 장편영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의 촬영부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단편 <모든 곳에서>로 제14회 부산국제 영화제 와이드앵글 한국 단편경쟁부분에 진출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재원이기도 하다. 이 대표와 최 감독이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인 점도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학생 때부터 서로 지켜 봐 왔기 때문에 이젠 서로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팀워크가 중요한 영화 제작계에서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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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문 최용석 감독(좌), 이재석 대표(우)" width="300" height="175" srcset="https://fb.snsmodoo.com/wp-content/uploads/2015/09/3_91-300x175.jpg 300w, https://fb.snsmodoo.com/wp-content/uploads/2015/09/3_91-600x351.jpg 600w, https://fb.snsmodoo.com/wp-content/uploads/2015/09/3_91.jpg 659w" sizes="(max-width: 300px) 100vw, 300px" /> 필름 문 최용석 감독(좌), 이재석 대표(우)

이 대표에게 포부를 묻자 “부산에서도 영화를 제작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당찬 대답이 돌아온다.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라는 말도 했다. 특히 그가 관심을 두는 건 ‘정확한 스태프 임금 지급 체계’이다. 이 대표와 최 감독은 “스태프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는 부산지역 영화 제작사는 거의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제작사의 열악한 경제 사정 탓이지만 스태프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영화 제작 시스템의 노하우를 축적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들의 판단. 이 대표는 “임금이 해결되지 않으면 스태프는 20대 후반에 부산에서 영화 한 두 편 제작에 참여한 뒤 30대 초반에 서울로 올라가 버린다”라며 “앞으로 만들 영화에서는 최저 임금이라도 스태프에게 지급할 계획”이 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영상위원회의 제작비 지원을 받아 제작할 첫 장편영화 <이방인들>부터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적용하고 싶은게 그들의 소망이다. 순간적인 영리와 성공만을 추구하는 제작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 대목이다.

필름 문 측은 영화 지원 시스템 개선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최 감독은 “부산의 영화제작 지원 시스템은 서울을 제외하고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기존 지원시스템에도 변화를 추구할 때가 됐다”라고 말 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매년 장편극영화, 단편영화, 후반작업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규모를 늘릴 시점이 됐다는 말이다. 최 감독은 예산 규모를 늘리지 못한다면 현재 편당 3천만 원을 지원하는 장편극영화 지원금을 편당 5천만 원으로 늘리고 제작 지원 편수를 줄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필름 문 측은 부산의 영화제작 투자 환경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작품을 만들 때 투자를 받는 것은 순전히 제작사 혼자의 힘”이라고 말했다. 투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신생 제작사는 투자받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제작사가 영화 한 편을 만든 뒤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란다. 하지만 최 감독은 “부산 영화인의 자기반성도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가주의 영화라지만 관객이 공감할 수 없는 작품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필름 문 측은 “앞으로 경쟁력 있는 영화, 재미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속 내를 내비친다. 부산에서 지속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게 가장 큰 꿈이라는 말도 했다. 그 말에서 순수함을 발견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 그것을 큰 성공이라고 믿는 마음. 이런 사람들이 만든 영화를 지켜내고 만들어 가도록 하는 건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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