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나는 배우다! 나는 멋진 부산남자다! 남다른 배우 김정태

가을이 느껴지는 선선한 날, 광고 촬영이 길어지고 있는 서울의 압구정 스튜디오에서 해가 어둑어둑 저물어갈 무렵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의 오른팔, 도루코를 기억하는가? 99년 <이재수의 난>으로 데뷔,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역 전문 배우(?)로 활약하던 배우 김정태씨는 레알, 오리지날 부산출신 배우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그가 출연한 다수의 작품을 보아도 부산에서 촬영하거나 부산과 인연이 깊은 작품들이 많다. 최근 ‘1박2일’, ‘승승장구’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숨길 수 없는 예능 본능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된 그는, 이미 <방가?방가!><체포왕> 등을 통해 코믹 연기와 노래 실력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늦깎이 40의 나이에 빵~ 터진 것이다. 이젠 착한 역, 나쁜 역, 이상한 역까지 모든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 김정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서울로 향했다. 가을이 느껴지는 선선한 날, 광고 촬영이 길어지고 있는 서울의 압구정 스튜디오에서 해가 어둑어둑 저물어갈 무렵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트위터를 보니 이번주 스케줄이 빡빡하던데, 요즘 그 인기를 실감하시죠?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사람들이 저를 많이 알아봐 주시고,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예요. 영화 쪽에서도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능수능란한 애드리브와 예능감, 노래 실력, 자작시까지 정말 대단하시던데요. 본인만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장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뭐 그렇게 특별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는 생각 안해요, 많은 분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는 정도죠. 제가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시인도 아니고, 옷을 직접 만드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조금씩은 다 관심 있는 편이예요.

예능프로에서 보니 노래를 정말 잘하시던데요. 이번에 발매하신 싱글 앨범 <날개>도 들어봤습니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제가 노래를 해보니 이 정도는 요즘 다 기본으로 하더라고요.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만 음악 듣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가수가 꿈이셨다고 하던데요. 뮤지컬 배우는 어떠세요? 음반 제의가 들어오면 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딱잘라)안해요. OST 제작이라면 모르겠는데… 뮤지컬도 아직은 제 정서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한때 잠깐 음악에 대한 꿈을 꿨었죠. 음반은 음악을 좋아해서 기념적으로 낸 것이구요.

올해 불혹의 나이에 ‘1박2일’ 예능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셨는데, 출연 전 좋은 꿈이라도 꾸셨는지?^^
제가 잠깐 잠을 잤는데, 그때 꿈을 꿨어요. 그랜드카니발로 경사 진 언덕을 오르는데 뒷바퀴가 돌면서 잘 안 올라가더라고요. 그래도 억지로 올라갔는데 절벽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 뒤를 따라 오던 외제차가 저를 앞질러 올라가더니 절벽에서 떨어지더라고요. 제차는 절벽 꼭대기에 매달려 있었죠. 그래서 ‘아~ 일이 잘 풀리려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주위의 반응은 어떠세요?
‘한치 앞도 모르고 사는 게 사람이구나. 그래서 매사에 겸손하라는 말이 나오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린나이에 이런 인기를 얻었으면 거들먹거렸을 텐데 불혹의 나이라 조심스럽기도 해요. 누구나 남이 잘 되면 질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사심없이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을 때, 나도 누군가에게 사심없는 응원을 받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부산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오셨는데,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무 엇인지요?
연기에 대한 의지는 없었고, 그냥 어머니가 하라고 하니까 했어요. 학교 다닐 때도 남들을 잘 웃기는 편이어서 그냥 좀 잘하나보다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아, 그럼 이거 한번 해볼까, 연극영화과 가볼까?’이러면서 3달 정도 공부하고 학교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적성에 맞으신 거 같으세요?
지금은 적성에 맞건 안 맞건 아이가 있으니까 이젠 해야죠.^^

만약, 그때 연기학원을 안 다녔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으세요?
다른 건 해본 게 없어서, 뭘 했을 지 상상이 안 되네요. 중간에 잠깐이라도 다른 걸 했으면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계속 연기만 했거든요. 딴 걸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집에서 호통을 치더라고요, 다른 건 생각도 못하게…

초반에 영화 <친구>에서 도루코 역할로 악역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셨어요. 어떤 역할이 맞는 것 같으세요?
돈을 많이 주는 역할이 맞는 거 같고요.^^ 역할보다는 작품이 내 정서랑 맞나, 근거가 있는 캐릭터인가 그런 걸 가장 많이 따지는 편이죠. 그런데 제가 좀 주인공 상대역을 많이 해서요. ‘선’의 반대는 ‘악’ 아닙니까. 어쩔 수 없이 ‘선’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악’이 필요한 거고, 그래서 제가 그쪽으로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실제 성격은 어떠신지?
무서울 땐 굉장히 무서운 편이고, 다중적이예요.^^ (옆에 매니저가 한마디 거들며… 좋을 땐 또 엄청 좋으세요!)

앞으로 다양한 이미지 변신이 있을 것 같은데요.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 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으세요?
말 그대로 멜로죠. 저도 사랑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고, 나만의 사랑의 방식이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저만의 사랑의 느낌이라든지, 그런 걸 표현하고 싶네요.

사극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조선 서빙고를 둘러싼 얼음 전쟁>에 캐스팅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외 또 출연 준비 중인 영화가 있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지고는 못살아>가 끝나면 합류할 겁니다. 또 <여인의 향기>라고 박희순, 박시연씨가 나오는 팜므파탈 영화에 출연할 예정인데, 거기서 박희순 선배의 친구역할을 하게 됐어요.

최근 영화 출연이나 다른 제의가 많이 들어오겠어요?
알고 있잖아~~^^. 사실 그렇게 기사화 될 줄 몰랐어요. 감독님이 인터뷰를 하셔서 이틀 전인가 기사가 났던데 <대니보이>라는 영화에도 출연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롤러코스터’에 ‘홍대정태’는 현재 계속 찍고 있구요. 이후 새로운 드라마 스케줄도 잡혀 있고… 사실 요즘 빡빡한 스케줄 탓에 인터뷰는 거의 안하고 있어요. 부산영상위원회라고 해서 특별히 스케줄을 잡은 거예요.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 아들 지후의 사진이 보이네요. 아빠, 엄마를 고 루 닮아서 정말 귀엽던데요. 이제 기러기 부부에서 기러기 아빠가 되셨 는데, 지후가 많이 보고 싶으시겠어요?
지후가 많이 보고 싶어요. 진짜로 많이 보고 싶어요. 9월 달에 집사람이 부산으로 내려갔어요. 집사람도 강의를 해서 개강을 하면 수업 중에는 서울에 잘 올 수가 없어요. 이번에도 추석 지내러 서울 왔다가 바로 내려가요.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추석을 서울에서 보내게 됐어요.

부산에서의 학창시절은 어떠셨어요?
학창시절 대학 다닐 때 좀 외롭게 다녔어요. 왜냐하면 나이가 많으니까 선배들도 어려워하더라구요. 저는 이런 생각을 했죠.‘여기서 연극을 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혼자 돌아다녔던 거죠.

당시에 힘드셨겠네요.
학교 다닐 때 혼자 다니게 되니까 그게 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빨리 와버렸어요. 우리 엄마랑 노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부산지역 출신 배우나 연기자가 가지는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부산출신 배우만이 가지는 공통점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배우 각자가 가지는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공통점이라면 하나 있겠죠. 부산을 아주 사랑한다는 것. 그래도 부산을 보고 호연지기를 키운 배우들이라면, 서울에서만 생활하는 배우보다 뭔가 독특한 게 있겠죠. 지역색을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부산출신 배우가 서울로 진출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글쎄요. 아무래도 핸디캡이 많아요. 부산에서 연극 활동을 하던 배우가 서울로 진출한다는 것은 말이죠. 일단 살 곳이 있어야 하고, 일이 없는 동안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고, 인맥도 있어야 하고, 실력도 있어야 하는데… 설령 그것들이 다 있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예요. 뭐라고 말씀 드리기 조심스러운데, 자신만의 큰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하는데, 자신만의 큰 목표가 있어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한 자기 목표 설정, 이게 제일 중요한거 같아요. 그것만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소개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부산출신의 신인배우 ‘태인호’라는 친구가 있어요.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큰 역할이 아니라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관심 가져주시면 앞으로 잘 할 꺼라 생각됩니다.

부산에서 촬영하신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나 에피소드가 있다 면요?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부산에서 촬영하면 내 집 같고, 마음이 편해서 좋아요. 예전에 부산에서 촬영할 땐 형편이 안 좋아 거의 집에도 안 들어갔어요. 눈치도 보이고, 가면 힘든 이야기들을 많이 들으니 집에 가기가 싫더라구요. 회피하고도 싶고… 부산에서 촬영하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 무겁기도 했죠. 그런데 이제 부산에 가면 아주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가족도 생기고 애도 생겼으니까요. 요즘 같으면 부산에서 좀 꼭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내년에 부산에서촬영이 있는데 정말 행복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후도 현장에 데려올 꺼예요.^^

부산에 오면 자주 들르거나 좋아하는 장소가 있으세요?
부산에 내려가면 바닷가에 자주 가요. 자정 넘어 집사람이랑 송정 바닷가 가서 커피 마시고, 고민도 함께 나누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좋아요. 그리고 부산에 가면 지인들과 함께 술도 마시고, 삼순이(김정태씨 애완견) 산책도 시키고, 집사람과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녀요. 좋아하는 맛집 블로그 ‘낭만짱가’에 들어가서 ‘오늘은 뭐 먹지?’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에게 인사말씀 부탁드려요.
부산에서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들! 공공요금 빼고는 제가 어딜 가든 많은 할인 부탁드리고요. 지역 축제는 언제든지 참가 가능하니 많이 불러주세요!^^ 객지에서 생활하시는 부산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향을 떠나서 일한다는 거 자체가 외롭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고요. 서울에 있으면서 부산이 그리워 글도 많이 썼어요. 그리워하는 만큼 언젠가는 부산을 담은 영화를 꼭 찍고 싶어요. 제가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부산남자’ 이야기예요.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듯이, 남자하면 부산남자인데, 기회가 되면 멋진 부산 남자의 모습을 담은 영화를 꼭 찍고 싶어요. 아이디어는 벌써 냈고, 시나리오 쓸 준비를 하고 있어요. 캐스팅까지 다 얘기 됐어요. 당연히 제가 남자주인공이겠죠~^^ 마지막으로 저는 부산에서 키워주신 배우입니다. 끝까지 키워주십시오. 꼭 부산시민께 보답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질문지 뒷장에 싸인을 부탁했다.‘가을은 푸른 부산 바다와 배우 김정태 2011. 9. 7’ 애정과 진심이 듬뿍 묻어나는 싸인 한 장에, 그동안 쌓였던 긴장(?)과 피로가 가시는 듯했다. 서울과 부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드는 생각들. 하나, 김정태씨 많이 피곤해 보이시던데, 드라마 촬영은 잘 하고 계실까? 둘, 부산 출신 배우의 인터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셋, 갑작스런 서울 출장에 첫 인터뷰어로 많이 당황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여러분~! 영화는 푸른 부산바다에서 찍어요!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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