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촬영 Close Up [레드카펫], 그은밀한 공간을 방문하다

부산영상위원회 ‘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지원작(2012)

영화 <레드카펫>은 2012년 부산영상위원회의 ‘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2천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3개월간의 시나리오 개발 작업 후 2단계 심사에서 추가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작 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진행된 ‘BFC(부산영상위원회) 프로젝트 피칭’은 참가작품 6편 중 2편을 선정하여 각 1천만원의 지원금을 전달하였는데 <레드카펫>이 그 중 한 작품이다. 우수한 한국영화의 기획에서 제작 및 촬영까지 부산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효과와 함께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2011년 처음 시행하여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는 부산영상위원회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31편의 작품이 응모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아시아필름마켓이 개최되는 해운대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에서 진행되는 ‘BFC(부산영상위원회) 프로젝트 피칭’은 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에서 선정된 5편과 부산지역 영화 기획·개발 인큐베이팅 사업에서 선정된 1편, 총 6편의 작품이 영화 투자사 및 산업 관계자들 앞에서 피칭을 진행한다. 6편의 작품 중 다시 2편을 선정하여 각 1천만원의 지원금을 지원한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BFC 프로젝트 피칭은 투자 유치 및 제작 가능성의 활로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레드카펫>은 한 에로 영화감독이 상업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겪게 되는 슬픔과 애환, 그리고 그 속에서 가치 있는 일을 향한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레드카펫>의 그 은밀한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9_2촬영 현장, 두근거림을 떠올리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 건너에 누가 있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 하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2층에 있는 부산영상위원회 제작지원부 사무실 앞.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매일 별스럽지 않게 여닫던 문인데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손바닥에 살짝 배어 나온 땀을 바지에 쓱 닦고는, 굳게 닫힌 철문을 열었다. 영화 <레드카펫>의 촬영현장 기사 작성을 위해 세트장을 방문했다.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일한 지도 8개월이 넘어가지만(하지만 아직 파릇파릇(?)한 신입사원이다) ‘영화 제작’은 멀고도 멀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세트장이라니…, 완성되어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화가 아닌 한창 촬영 중인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짝사랑하던 대학 선배를 몰래 훔쳐보던 20살 청춘의 두근거림을 떠올리게 했다. 철문을 열고 들어선 방안은 불빛 하나 없이 깜깜했다. 잠깐 감았다 뜬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고 난 후의 첫 느낌은 낯섦이었다. 사무실 안에 놓여있던 테이블과 소파, 책상과 책장은 온데간데없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솟아있는 나무 벽들과 그 벽을 지탱하고 있는 각목, 다니는 길목마다 놓인 이름 모를 촬영장비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의 기억력이 이렇게 덧없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전 모습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고,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처럼 시간이 멈추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린 듯 제작지원부 사무실 안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공간 속 공간,이곳은 에로영화 제작사
어둠 속에서 박범수 감독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세트장 한쪽 구석 칸막이 뒤에 자리를 잡고 앉은 박범수 감독은 헤드셋을 쓰고 모니터를 뚫 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컷 소리와 함께 세트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정적이 가시고 스태프들의 웅성거림과 분주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모든 것은 체계적이었고 신속했다. 작은 소품 하나까지 그 위치를 사진으로 찍고 각 장면에 맞는 소품으로 교체하는 스태프, 배우의 스타일을 다듬는 스태프, 조명감독의 지시에 따라 조명의 위치를 조정하는 스태프, 촬영 중 들고 있던 붐 마이크를 내려놓고 잠시 어깨를 푸는 스태프 등 그 많은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촬영 장소에 모여 있었다. 웅성거림도 잠시, “슛 들어갑니다!”하는 조연출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 속에서 허락된 것은 배우들의 대사뿐이었다. 세트장 안으로 들어서니 또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레드카펫>의 주요 배경이 되는 영화 제작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벽면 곳곳에는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고 책장 가득 영화 관련 서적들과 제작된 영화를 보관한 듯 날짜와 번호가 적힌 케이스들이 꽂혀 있었다. 세트장에 새롭게 지어진 영화 제작사 안에는 또 다른 방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제작사를 찾아온 대윤(황찬성)과 그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진환(오정세)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3평 남짓한 좁은 방 안에는 두 배우와 카메라 감독, 조명스태프, 붐 맨, 조연출 등 열댓 명의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자리하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의 체온과 조명의 열기까지 더해져 땀이 저절로 쭉 흐를 정도의 더위가 느껴졌다. 방 안의 사람들은 컷 소리가 나면 좁은 창문 사이로 선풍기를 틀었다가 슛 들어간다는 소리에 선풍기도 끄고 온몸으로 더위를 느끼고 있었다. 같은 장면이 몇 번 반복되어 촬영되었다. 감독은 배우의 배경에 놓인 화이트보드의 글씨가 약 간 지워진 것을 발견하곤 다시 쓰고 가는 치밀함도 보였다. 사실, 화면으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흐린 배경이었지만, 그만큼 감독의 열의가 느껴졌다.

9_5점심시간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식사를 위해 1층으로 이동한 틈을 타서 환하게 밝혀진 세트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야 왜 영화를 모든 예술 분야의 집약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미술, 음향, 조명, 영상 등 수많은 분야가 한 영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점심식사 후 오후 촬영이 진행되었다. 오후 촬영은 에로 영화감독인 정우(윤계상)와 준수(조달환)가 제작사 사무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좁은 공간 속에서 촬영 감독은 카메라를 옮겨가며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붐맨과 조명 스태프 등 많은 스태프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데 아주 많은 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영화를 시간의 예술이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공간의 예술이라고 한다. 영화를 발명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를 현실을 기록하는 수단으로밖에 파악하지 못했지만, 여러 영화기법이 도입되면서 영화는 더 이상 재현의 역할이 아닌 표현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 표현의 대상이 현실 속 우리네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존재일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 공간 등 그 구분이 어찌 되었든, 영화가 예술임은 틀림없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부산영상위원회의 ‘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 중 첫 번째 부산 촬영 작품인 <레드카펫>은 감독 본인의 인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스토리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레드카펫>을 시작으로 부산영상위원회가 지원한 작품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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