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공기가 갑갑하게 느껴질 때,잠시나마 기분전환 겸 이곳 양산으로 떠나보자!
불도(佛道)로 통하는 길, 통도사
부산과 양산은 서로 마주보며 정겹게 맞닿아 있다. 해운대를 지나 14번 국도를 따라 속도를 올리다 보면, 차 창 밖으로 풍경들이 시원해지며, 도심을 벗어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40분 남짓 달리면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刻) 중의 하나인 통도사(通道寺)에 도착한다.
646년, 선덕여왕 15년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통도사의 나이는 천삼백하고도 육십 일세를 더한다. 고작 100세도 못 넘기는 인간의 수명을 헤아려 볼 때, 통도사는 우리가 속해 있는 삼라만상을 천년 넘게 꿰뚫고도 남음이 있다.
거기다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모셔져 있는 금강 계단(金剛階段)은 세인들을 석가모니에게로 인도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통도사(通道寺)라는 이름의 유래가 이러한 연유에서 나왔다고 한다. ‘불도(佛道) 로 통하는 금강계단이 있는 절’ 상당히 직설적이면서도 궁극적으로 절을 찾는 목적을 뚜렷이 보여준다.
첫 관문인 일주문(一株門)에 들어서기 전부터 천년고찰 (千年古刺)의 포스는 이미 온 계곡과 숲을 뒤덮고 있다. 그 깊이 감이 어찌나 강한지 사찰이 보이기도 전에, 경건 함에 압도되어 옷 매무새를 가다듬게 만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것일까? 사찰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 천왕문을 통과할 때 마다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한. 기분을 느낀다. 어마 무시한 자세로 나를 한 순간에 회개하게끔 만드는 사천왕들께 저절로 머리를 조아리다 가도,경내로 진입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고찰의 진면모가 호기심을 이끌어 내며 발걸음을 당긴다. 기둥이며 벽화며, 건물들의 구조와 배치가 매우 독특할 뿐만 아니라 보통 사찰들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부처님들과 고승들을 만날 수 있다. 빛바랜 단청들이 그 운치와 신비감을 더해주는데 특히 불상들을 안치하지 않고 한쪽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이 바로 보이도록 짜여진 대웅전은 정말 독특하다.
“ 아름다운 달밤,축원으로 밝혀진 연등들 사이로 경내에 어여쁜 정빈(김민정 분)이 등장한다. 그리고 조선 당대 최고의 사대부 문장가 윤서(한석규 분)를 만나게 되고…”
작년 개봉된 영화〈음란서생〉은 정빈과 윤서의 은밀한 만남이 시작되는 장소로 통도사를 선택했 다. 수많은 불심(佛心)들로 환하게 밝혀진 연등의 물결 속에서 불심이 아닌 속세의 정(情)을 남 몰래 통한다는 설정은,통도사의 경건함과 신비감 안에서 잘 부각되어 졌다.
통도사 주변에는 암자와 말사들이 많은데,그중에서도 서운암(端雲座)과 사명암에 꼭 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운암은 고려때 창건된 암자이다. 당시에 상서로운 구름이 감돌았다고 해서 서운암이 라고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암자에 들어서면 우선 넓은 전답이 펼쳐지고, 줄지어 앉아 있는 장독대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는 된장과 감식초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데 공터 앞으로 하얀 무명 빨래 들이 널려져 있고, 그 맞은편으로 연꽃잎들로 뒤덮인 아담한 연못이 자리 잡고 있어, 암자라기 보 다는 마치 영화〈웰컴 투 동막골〉에 등장할 만한 아기자기 한 마을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탁 트인 경관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사명암은 임진왜란의 명장 사명대사가 이곳에 모옥(芽屋)을 짓고 수도하면서 금강계단 불사리를 수호한 곳이라 전해진다.
이곳은 아미타여래를 모시는 곳으로 해가 오른다는 일승대와 달이 밝게 비춘다는 월명정 (月明事)이 극락보전(極樂寶殿)을 수호하며, 해와 달처럼 연못 위에 떠 있다. 월명정에 올라 차한 잔 마시며 아래를 내려다 보노라면, 서방세계를 관장하시는 아미타여래의 눈높이에서 인간세상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을 일으킨다.
통도사 일대는 종교적 의미에서도 그 가치가 크지만, 여행지로서 또한 촬영지로서도 운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세속에 찌들었던 우리네 마음들을 잠시나마 맑게 해주는 정화(淨化)의 장소이기 도하다.
2007년에 도착한 1980년대 마을,원동
몇 년 전, 아시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엽기적인 그녀〉에서 소설『소나기』를 패러디한 장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교복을 입은 ‘그녀’와 순박한 시골 소년 ‘견우’가 소나기를 피해 원두막에 앉아 있는 장면은 많은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필자에게 있어 양산이란 도시는 시골내음 가득한〈엽기적인 그녀〉의 로케이션으로 기억되어 진다.
양산은 종종 그때 그 시절의 로케이션을 찾는 영화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추천하는 원동면(院洞面)은 마치 1980년대 마을을 오픈세트로 지어놓은 듯 하다. 자그마한 우체국,그 옆의 구멍가게,다방,이발소 등 추억이 가득 배인 장소들이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 하겠다. 약 200m 가량 뻗어 있는 이 아담한 동네에는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겠으나,개천을 감싸고 있는 담벼락에 아름다운 벽화들을 그려 놓았는데,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처음 벽화를 봤을 때 ‘저게 뭘까?’ 하며 계속 담을 따라 걸어가니, 종이학,책,소파,물고기,과일… 계속 이어지는 그림들에 그저 신기하기 만 하다. 면사무소에서 10m 가량 올라가면 원동역이 있어,기차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잠시 머물다 가라고 권해주고 싶다.
아마도 계속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에 괜찮은 사진들을 많이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도심의 공기가 갑갑하게 느껴질 때,잠시나마 기분전환 겸 이곳 양산으로 떠나보자!
여행을 통한 재충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