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함 속에 유머를 찾을 수 있는 반전, 그리고 부산 배우 박상규

강렬함 속에 유머를 찾을 수 있는 반전, 그리고 부산 배우 박상규

함께할 때마다 부부 연극인, 영화배우로서 항상 부모처럼 부산의 현실을 같이 걱정하고 그들 또한 그 현실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굳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후배로서 작은 시련에도 쉽게 불만과 좌절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사실 진작 인터뷰를 해서 글로 옮기고 싶었던 배우였다. 하지만 젊고 뭔가 새로운 개성이 있는, 부산의 숨은 영화배우를 발굴해 적어보자던 첫 의도에 밀려 이제야 선생님을 만나고 오게 되었다. 부산에서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가장 대표되는 분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써야할 말도 생각했던 것도 이미 명확한 상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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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선생님(이하 박 배우)을 만나보면 의외의 반전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강렬한 이목구비의 캐릭터가 분명한 이미지이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강렬한 이미지에서 나오는 그 목소리가 상당히 뭐랄까, 구수하다고 표현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있다. 영화를 볼 때와 연극을 볼 때 박 배우의 영역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오랫동안 연극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보이는 큰 차이일 것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에게 많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단이 있다. 두서없었던 서론을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다.

박 배우의 영화와의 인연은 ‘부산영화’ 이전에 부산에서 로케이션촬영하는 영화를 만들던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경험했던 영화는 1982년 김호선 감독의 <열애>였다. 영화는 부산으로 내려와 ‘별이 빛나는 밤에’의 음악프로듀서를 맡게 된 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 대부분이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도움을 주면서 영화라는 매체와 작업을 처음 경험했고, 그 후로 영화에 대해 항상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박 배우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부산에서 연극 활동을 해왔다. 공연기획단 시나위의 대표이며, 부인인 김근아(혜정) 배우와 함께 부부 연극인으로서 연극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김근아 배우도 (또한 차후에 다루겠지만) 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10_3박 배우는 곽경택 감독의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부산영화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2003년도 곽 감독의 <똥개>에 박 형사역으로 캐스팅되어 영화배우로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후 그 인연이 이어져
<연애>(2005)에 함께했고, 2009년도 드라마 <친구-우리들의 전설>
에 출연 겸 부산배우 캐스팅을 담당하면서 오디션에도 직접 참여,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필자와 개인적으로 처음 만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단지 ‘배우’이길 떠나서, 영상매체 분야에 있어 부산배우의 역할과 참여기회, 그리고 (항상 문제가 되었던) 부산배우의 처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 써왔다. 그렇게 연결이 되어 필자가 제작했던 최용석 감독의 <이방인들>(2011)이라는 작품에도 함께하게 되었다. 부산에서 영화하는 영화인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어려운 대우임에도 김근아 배우와 선뜻 출연을 결심해주었다.
<애자>(2009),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박수건달>(2013) 등 상업영화와 <골든타임>(2012), <참 좋은 시절>(2014) 등 공중파 드라마에서 꾸준히 역할을 맡아 오면서도, 조은성 감독의 <썬샤인 러브>(2013) 등 부산영화에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현재까지도 참여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영화와 부산배우의 현실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배우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10_4박 배우의 연기를 살펴보자면, (사실 필자가 평가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반전을 꼽을 수 있겠다. 인상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 대부분이 형사, 기둥서방, 보스, 보좌관 등이었다. 연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박 배우 특유의 목소리와 연기를 보다보면 그 속에서 다른 지점을 찾을 수가 있다. (항상 필자가 생각했던 것은) 전혀 반대의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손병호 배우처럼 강한 이미지 속에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이 있으며, 이를 평소 모습에서 또 무대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연기에는 코믹한 매력도 있다. 비슷한 예로 한창 주목받고 있는 부산출신의 김정태 배우와 같이, 강한 이미지의 겉모습에 재미있는 딕션과 특유의 버릇으로 스크린 속에서 유머러스한 느낌을 크게 살릴 수 있는 중장년층의 캐릭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아직까지는 중장년층 배우로 박 배우의 그러한 매력지점을 찾아 캐스팅하는 영화는 없었다. 부산에서 제작되는 코미디영화도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러한 역할이 필요하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박 배우를 추천할 것이다. 항상 강한 마스크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역할들을 해왔지만, 누군가 그 지점을 발견하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함께할 때마다 부부 연극인, 영화배우로서 항상 부모처럼 부산의 현실을 같이 걱정하고 그들 또한 그 현실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굳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후배로서 작은 시련에도 쉽게 불만과 좌절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앞으로의 그들의 길을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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