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새해, 새날엔 더 열심히 살 것이니

적절한 사례를 찾았다. 나의 무식함을 까발릴 테니, 대신 개인사를 나열 함에 거부감이 없으시길(어차피 이 글에 ‘diary’라는 제목을 붙여줬으 니, 이해해주시리라). 영화·연극 담당기자가 된 지 며칠 지나 부산영상 위원회 운영위원장인 박광수 감독과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었다. 수첩을 보니 2009년 1월 14일이다. 햇수로 입사 8년, 그중에 사회부만 7년. 영화 라? 아는 게 없으니, 일단‘ 전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뜬금없게도 조폭 의 계보, 그들의 삶과 애환(?)을 읊으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영화 이야기 를 피해보려는 얄팍한 의도였다. 그러나‘ 재앙’을 막기엔 힘이 턱없이 달 렸다. 술잔이 몇 순배 돌고, 자연스럽게 아니 당연하게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주량 소주 두 잔. 깜냥을 넘어섰고, ‘정신줄’을 막 놓으려는 찰나였다. 박 감독을 향해 쓸데없는 호기를 부렸다.“ 영화는 연극이나 다른 장르에 비해 지원도 많고 배가 부른 것 같아요. 그래서인가요? 현실과 너무 동떨 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감독의 차가운 한마디가 돌아왔다.“ 영화 많이 안 봤구먼!” 아, 괜한 말을 했다. 숨을 고르고, 다시 기회를 엿봤다. 이번엔 어쩌다 영화배우 A씨가 화제로 떠올랐다. 평소 별 호감이 없던 배우였다. 또 끼어들었다.“ 감독님, A씨 연기가 별로이지 않나요? 전 괜 히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좀 없어 보이던데.” 박 감독이 술 한 잔을 들 이켜더니‘ 말씀하신다’.“ A씨? 내 영화에 주연으로 두 번 정도 나왔지.” 에잇, 첫 만남인데 지지리 되는 일도 없다! 영화기자 1년은 이렇게 시작됐다. 실수와 부끄러움의 연속이었고, 값비 싼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래도 무식했으니 겁낼 게 없었고, 백지상태였 으니 채울 게 많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취재수첩에 2009년 개봉 영화표가 60장, 연극표가 40장 가량 붙어 있다. DVD까지 합치면 이보 다는 조금 더 본 것 같다. 내세울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지역 영화기자 로 평균점은 되지 싶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고 했다

‘보이는’ 단계까지는 못 갔지만,‘ 사 랑하는’ 단계까지는 왔으니 이만한 소득이 또 있을까?

그래서 2009년, 감사할 것들이 참 많다(이 글이 인쇄돼 나올 때는 2010 년이니 시점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먼저 꼬장꼬장한 노인네 클린트 이 스트우드에게 감사한다. 그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았다.〈 그랜 토리노〉는 특별한 경험과 함께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최근 어느 술자리에 서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도대체 이 시대에 우리가 보수(保守)해야 할 보수가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이스트우드에게서‘ 보 수해야 할 보수’를 똑똑히 봤다. 그리고〈 인빅터스〉를 기다린다. 또 인사를 건네야 할 인물과 영화가 많다. 레이〈(킬러들의 도시〉, 콜린 파 렐 역),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이고 때로는 소심하기까지 한 당신에게 나 는 왜 반해버렸을까? 진희〈(여행자〉, 김새론 역)야, 프랑스 공항에 내렸을 때 네가 바라본 것은 무엇이니? 너는 지금 거기를 향해 어디까지 갔을까? 〈디스트릭트 9〉,‘ SF=황당무계’라는 편견이 이제는 깨졌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내 언제 그토록 통쾌하게 웃어본 적이 있었던가. 이제 열한 살, 다시 출발하는 현실의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먼저 부산영 상위원회. 비록‘ 쓴소리’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게 전직 사회부 기자의 알 량한 자존심(?)을 건드리지만, 그대가 없었더라면 기초 체력조차 다지지 못했으리라. 시네마테크 부산, 10년이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우 리는 정말 든든했다. 앞으로 또 10년, 시네마테크를 찾는 관객은 날마다 설렐 것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 메이드인 부산독립영화제를 보기 위해 밤새 줄 서는 관객이 생겨나길. 특히‘ 자가발전’하시길. 그대 스스로 정 한 자기 암시의 구호가 아니던가. 어느새 우직한 소의 걸음 뒤로 용맹스러운 범이 발톱을 쳐들었다. 그래 됐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새해, 새날엔 더 열심히 살 것이니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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